주스를 마실 때 흔들어 마시는 사람이 있다.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으면 영양분이 가라앉아 있으니 그렇게 한단다. 주스를 모두 마시면 가라앉아 있는 것까지 다 마시니 결국 주스 한 병을 다 마시면 흔들어 마시나 그냥 마시는 것이나 결국은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말하면, 흔들어 마셔야 처음과 끝의 농도와 맛이 같지 않느냐고 답한다.

선거 때가 되면 평소 분위기와 다른 현재의 들뜬 선거 분위기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 선거의 맛이다. 우리 장애인들은 선거를 어떻게 주스처럼 흔들어 맛을 돋울 수 있을까?

장애인의 정치참여를 위하여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장애인의 경우 새정치민주연합(새민련)에서는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고 있지 않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사전 선거운동을 위하여 미리 에비등록을 한 것을 토대로 어느 정도 출마자 파악은 되지만, 비례대표는 사전등록을 하지 않으므로 파악이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무소속으로 출마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제 새민련이 무공천제를 철회함으로써 새로운 변수를 맞이하게 되었다. 출발이 늦었지만 따라잡아야 하는 어려움, 과거처럼 풍선 바람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지체장애인협회에서 지방선거 출마 희망자를 정리한 것을 보면, 출마 예정자 35명 중 절반 정도가 새민련이어서 기호 2번을 달고 출마하는 장애인 숫자가 새누리당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마를 준비하는 장애인들은 신당 창당이나 무공천제, 다시 공천제로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 당황스러울 수가 있다. 이에 준비를 돕기 위한 몇 가지 고려점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새민련에서는 비례대표에서 여성과 노인, 장애인을 우선 공천하고 있다. 비례대표의 30퍼센트 이상을 사회적 약자에게 배정한다고 한다.

이는 비례대표의 번호 홀수를 여성에게 배정하였던 과거에 비해 여성에게는 불리할 수 있으나 장애인에게는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다. 약자 배려가 아니라 전문 영역의 배려라면 좋겠다.

비례대표 출마를 위해 얼굴 알리기나 이름 알리기에 평소 많은 노력을 한 사람이라면, 신당 창당으로 그 동안의 노력이 반감될 수 있다.

즉 당의 기여도나 인물 인지도가 공심위 인사의 구성 변화로 인하여 불리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의 자리를 장애인끼리 경쟁하는 것이라면 그리 불리하다고만 말할 수도 없다. 반면에 신인발굴 차원에서 새로이 도전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심사 기준은 당에 대한 기여도, 해당행위 여부, 경쟁력, 당의 득표에 영향을 미치는 이력 등 선거에서의 상품 가치가 있는가의 문제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무학이자 기초생활수급자인 여성 장애인을 기호 1번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지정한 바도 있어 얼마나 상징적인가와 정치적 능력이 있다고 보이는가가 공천에서 다른 평가 요소보다 크게 작용할 것이다.

비례대표는 광역시·도와 구단위의 기초 의원 모두를 공천하는데, 비례대표 공천은 지역 공심위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하거나 별도의 공심위를 꾸릴 가능성이 높다. 보통 10명 이내의 비례대표이므로 장애인에게 주어질 자리는 한 자리가 있거나 없거나 일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지역구로 출마하는 경우는 구청장, 시·도의원(광역의원), 구의원(기초의원)이다.

광역의원은 국회의원 선거구당 갑, 을 또는 갑, 을, 병 등 두 세 자리가 있는데, 추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경쟁력이다. 상대당의 후보와 표 싸움에서 승리할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참신한 인물을 많이 영입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당의 탈당 경력이나 재입당 경력은 그리 중요하지 않고, 과거 공천에 불복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크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 당협의 활동은 매우 중요한 점수로 작용할 것이다. 안철수 계열의 당원수는 매우 부족하므로 지역 당원의 표는 결국 과거 민주당의 표가 좌우할 것이다. 이런 문제가 무공천 고수에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출마자들은 지역 당협의 주요 인사, 특히 위원장과 충분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여야 공천에 유리할 수 있다. 공심위에 제출된 서류 외에 구체적인 공천의 의견이나 지역민심, 당의 기여도 등은 당협의 비공식적 의견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계를 비롯한 사회 활동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사회적 인지도와 역량으로 평가될 것이다.

현역 지역 장애인단체장을 맡고 있다는 등의 조건은 매우 중요한 이력이다. 선거운동을 통한 득표 전략이나 당선 후 정책, 경쟁당의 문제점 비판 등은 면접을 대비해 준비해가야 할 문제들이다.

범죄 사실에서 생업을 위한 범죄기록은 그리 흠이 되지 않지만, 100만원 이상의 벌금이나 금고 이상의 경력은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공심위에 제출하는 범죄 기록은 적은 금액의 벌금까지도 모두 제공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 운동 기간에 국민들에게 인터넷 열람으로 제공되는 기록은 100만원 이상의 기록이고, 선거홍보물에서 공개하는 범죄 기록은 금고형 이상이기 때문에 선거권자에게 나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충분히 해명하고 선거에 임할 자세와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파렴치 범죄가 아니면 이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공심위 면접에서는 얼마나 적극적이고 겸손한 태도로 임하느냐와, 소신과 발표력이 좋은가, 그리고 개인에게 주어지는 아픈 과거들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해명을 자신 있게 하느냐가 점수에 반영될 것이다.

특정 정치 거물의 추천이나 출마 권고, 공심위의 입김 작용 등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출마자들은 어느 정도 인맥은 다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공심위는 그러한 영향에서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싶기도 할 것이다. 무엇보다 아무리 청탁이 있더라도 공심위의 의견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기초의원 선거는 동단위 서너 개를 합하여 두 명 또는 세 명의 의원을 선거권자의 득표율에 따라 선출한다.

당에서는 득표의 분산을 방지하기 위하여 한 명만 공천할 수도 있고, 득표율이 높으므로 두 명을 공천할 수도 있으며, 어떤 지역은 세 명까지도 공천할 수가 있다. 가,나,다 등으로 정해질 것이다.

기초의원의 경우, 지역에 따라 상당한 당의 선호도 차이가 있다. 새민련을 지지하는 정도가 80퍼센트를 넘는 지역인 경우라면 두 명 내지 세 명의 의원을 모두 가져 올 수가 있다. 이런 지역이라면 나번을 공천 받아도 당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영남 지역이라면 가번을 받아도 당선 가능성이 없을 수 있고, 호남 지역이라면 나번을 받아도 당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우리가 영호남 지역 갈등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영남과 호남에서는 각자가 모여 살기 때문에 갈등을 느끼지 않는다. 문제는 그러한 인구가 섞여 사는 서울·경기 지역이 갈등지이다.

서울이나 경기 지역은 지역에 따라 당의 지지 정도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한 동네임에도 길을 하나 두고 서로 지지하는 당이 다를 수 있다. 연령이나 지역, 당의 지지 성향 등이 공약보다 득표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무공천제가 되면 무소속 출마 희망자가 모두가 나와서 서로 표를 나누어 가지는 불리함과, 부여받는 번호가 후순이고 당색을 표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출마자 입장에서는 공천제 수용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대체로 서울과 경기 지역은 거의 90퍼센트 지역에서 서로 두 당이 한 명씩 나누어 가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당에서 가번을 부여하는 경우는 반드시 당선되어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경쟁력이 약하니 당에서 앞 번호를 주어 보호하고 충분히 경쟁력 있는 사람을 나번을 주어 둘 다 당선되는 것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번호를 우선공천 지역으로 정하거나 경선방식으로 정할 수 있는데, 당에서 장애인에게 20점을 가산점으로 부여한다는 의미는 경선에서 80표를 얻으면 96표가 되어 95표를 얻은 비장애인 후보보다 앞서는 것이므로 공천 대상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공심위에서 지정할 경우에는 가산점이라는 것은 사실 큰 의미가 없다. 공천자 선정을 100점 만점의 점수제로 심사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 하더라도 공심위에서 마음만 먹으면 장애인에게 높은 점수를 주거나 낮은 점수로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느 정당이든간에 장애인들이 지역에서 정치참여를 확대하여 지역에서의 조례 제·개정과 복지예산 확보, 장애인에 대한 정책의 선진화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기회가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장애인의 정치참여가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는 장애인관련 모든 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이라고 하여 지방행정에서의 복지 정책을 자치단체의 책임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애인이 권력을 나누는 것에 한 계층으로 존재함으로써 장애인의 사회적 인식과 지위가 발전하기 때문이다. 인권, 즉 인간답게 살 권리는 참여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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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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