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을 잘해야 사업이 성공한다. 세련된 옷차림과 다듬어진 자세로 고객을 대하라."

3년 전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송정인더스트리'의 지휘봉을 잡은 김영화 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오랜 세월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해온 김 원장이 체질적으로 생소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경영을 맡으며 내세운 핵심 가치는 "장애인의 풍부한 일자리"였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아이템, 상품의 시장 경쟁력, 고객 중심의 마케팅 전략, 막강한 영업기반 등이 주된 요소였기에 맨 처음 발을 내딛으며 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한 것이다.

'송정인더스트리'는 이미 고품질의 커튼, 블라인드, 버티컬을 생산하며 일반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당시 근로장애인은 22명이었고 매출 규모도 많이 낮은 상태였다. 제품의 기능성과 품질이 높은 데 비해 영업 실적이 부진하여 이익이 적게 나는 구조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 원장은 날마다 영업 전선을 달리며 장사를 했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과 동행하며 고객을 대하는 기술과 제품을 판매하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와 더불어 사업 아이템을 복사용지와 지역 특산품인 돌산 갓김치로 넓혀서 시설의 형태를 산업형 구조로 면모 일신하여 튼실한 중소기업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그 결과 근로장애인의 수도 42명으로 늘어 원래 바라던 목표에 근접하고 있다.

격조 높은 롤스크린을 제작·생산, 납품하기 위해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 ⓒ유석영

아직도 일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에 비해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쟁 고용이 가능한 경증장애인들도 진입 장벽이 높은 일반 기업의 문 앞에서 일시 정지 상태로 머물러 있으며,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들 역시 보호 고용의 문이 좁아 배회하는 경향이 높다.

이를 해소하고자 장애인복지법을 근간으로 세워진 시설이 바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데, 전체 시설의 약 10%를 제외하고는 영세성과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재활"과 "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경쟁력 있는 구조로 성장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없지는 않다.

그러나 시설이라는 개념에서 보조금 의존도가 높고 우선구매제도에 올인한다면 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목표하는 장애인고용은 요원해질 수도 있다. 그래서 김 원장은 느슨한 시설의 정신을 힘 있는 기업의 이념으로 바꾸어 동분서주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최대의 배려는 일자리 제공입니다. 학령기를 마친 장애인들이 일터에 출근해서 보람 있게 일하고 정해진 월급으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바로 자립입니다."

김 원장의 소신은 분명했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여러 가지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일자리 제공이라는 것이다. 정통파 직업재활 전문가도 아니고 경영학도 또한 아닌 김 원장이 오십 대에 직업재활 현장에 뛰어들어 그 누구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작년도 매출이 14억에 달하며 보건복지부 평가에서도 A등급의 반열에 서 있는 '송정인더스트리' 수장이 하는 말이니, 듣는 나로서는 절대 공감, 절대 지지였다.

여수 특산품 돌산 갓으로 맛있게 김치를 담고 있는 작업현장. ⓒ유석영

블라인드와 버티컬 그리고 커튼 장사에 정평이 나 있는 '송정인더스트리'가 복사지 생산 공정을 도입하여 고용 인력을 늘리더니, 요새는 갓김치 장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작업 공정이 다양해야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공식을 바탕으로 고객층을 전국으로 확산해 나가고 있다. 장애인직업재활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내가 김영화 원장 앞에서 몹시 작아지는 느낌이다.

"자립"이라는 트렌드와 "일자리"라는 말은 결코 떨어져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우리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자립의 선두 주자로 나서서 장애인의 일자리를 가능하면 더 많이 만들어 일이 고픈 장애인들에게 행복을 안겨 주어야 할 책무가 분명히 있다.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 어디에 내놓아도 격조가 있는 상품을 잘 만들어 기업이 생존 경쟁에 나서듯 그렇게 최선을 다해 영업 기반을 다져서 많은 장애인이 안심하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도록 충분히 노력해야 한다.

나는 갓김치 장사 김영화 원장에게 장애인직업재활의 한 수를 배웠다. 돌아오는 길에 흩어진 여러 생각들을 다듬어 이렇게 여러분께 표현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후련하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가 내 귀에는 왜 "직업재활의 바다"로 아름답게 들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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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영 칼럼니스트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 향상, 선한 가치의 창출과 나눔을 이념으로 청각장애인들이 가진 고도의 집중력과 세밀한 손작업 능력을 바탕으로 질좋은 맞춤형 수제 구두를 생산하며,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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