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일곱 살’을 주제로 부모 교육을 했을 때가 생각난다. ‘미운 일곱 살’이란 말을 하자 엄마들은 일제히 웃으며 그게 아니란다.

“미운 다섯 살, 주우우욱이고 싶은 일곱 살이에요!”

일곱 살, 도대체 어떤 나이기에 이렇게 엄청난 수식어가 붙는 걸까? 만 6세부터 우리 나이로 여덟 살까지, 일곱 살 아이들 속을 조금 들여다보자.

일곱 살 여진이의 그림 <잠자는 이모>, <안자있는 이모> (만 6세, 최여진, 2011). ⓒ최지영

일반적으로 일곱 살 쯤에 자아 형성이 시작된다고 본다. 그래서 일곱 살을 ‘제 1 사춘기’라고도 한다. ‘엄마의 아이’가 아닌 ‘나’가 되고 싶은 시기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나’의 주장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일곱 살은 언어적 발달 측면에서 볼 때 아직 모국어가 완성되지 않은 시기다. 당연히 논리적으로 자기주장을 옹호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러니 소리 지르기와 떼쓰기, 우기기, 울기 등의 기술을 동원한다.

“그러면 차라리 곱게 엄마 말 잘 들으면 좋지. 아직 잘 모르니까.”

엄마 심정은 그렇겠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다. 이 시기부터 아이는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생활을 조금씩 시작한다. 사회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며 필연적으로 경쟁을 하게 된다. 이기고 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더욱 지고 싶지 않다.

자아가 형성된다는 것은 ‘나’ 외의 타인에 대해서도 인식한다는 의미이다.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보이는 것만 아니라 다른 위치에서 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생각 역시 완전하지 못하다.

때문에 이 시기 아이들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란 그 사람의 모든 상황을 고려하여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만약 나라면…’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이다.

이유도 있고 핑계도 많은 반항, 미운 일곱 살. ⓒ최지영

이 시기에는 성교육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남녀 칠세 부동석’이란 말이 있다. 일곱 살부터는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를 단 둘만 같이 두지 말라는 말이다. 이보다 어릴 때에는 병원 놀이를 하며 엉덩이를 까 보는 것이 단순한 호기심 수준이기 때문에 나무라기보다 타이르고 가르쳐야 하지만, 일곱 살부터는 다르다.

이 시기 성교육은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안돼요’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타인의 성(性)을 존중하고 보호해 줘야 하는 의무를 가르치고,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또 일곱 살은 향상된 어휘 수준으로 기억력이 현저히 좋아지는 시기이다. 시청각 장애의 경우 일곱 살은 교육적 의미에서 선천적 장애와 후천적 장애로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일곱 살 이전에 장애가 시작된 경우에는 그 동안 아이들이 경험했던 감각들에 대한 기억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선천적 장애로 본다. 일곱 살 이후에 장애가 시작되는 경우에는 아이들의 감각 경험 기억을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색깔 이름을 다 알고 난 후에 시각장애가 시작된 아이와 그 보다 어린 시절에 시각장애가 된 아이에게 눈에 보이는 상황을 설명해주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두 아이가 지금 같은 나이라 해도 사용하는 단어가 달라지고 설명하는 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곱 살은 이렇게 복잡한 나이다. 자아 형성과 사회생활이 시작되고, 경쟁에 내몰리고, 성(性)의 차이를 알게 되고, 기억력이 현저히 좋아지며, 타인의 입장을 조금씩 배워나간다. 그런데 아직 어리다. 아직은 어리다.

아이들마다 정도가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 개개의 상황을 모르고서 이렇게 하는 것이 좋다, 저렇게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한 가지만 말하자면, 이 시기에는 경쟁을 부추기는 말이나 비교하는 말을 삼가자. 비교하는 말은 어느 때고 하지 않는 편이 좋지만, 더욱 신경 쓰자는 의미다.

이 시기 아이들이 느끼는 가장 큰 변화는 사회생활과 경쟁이다. 원하든지 원치 않든지, 이미 경쟁은 시작되었고 성공과 실패를 맛보며 이기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되었다. 부추기지 않아도 이미 겪고 있고, 이기든 지든 큰 스트레스가 된다. 어릴 때보다 기억력이 좋아진 아이는 어른들이 무심코 했던 말도 다 마음에 담아둔다는 것을 늘 생각하자.

우리도 미운 일곱 살 시절이 있었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짓을 해도 이 역시 지나가는 시기다. 우리가 아이를 품에 안고 보호해 줄 수 있는 것도 이 때까지 뿐이다. 이제 아이는 사회로 나간다. 실패하고 넘어져도 상처 남지 않도록 다독이고 격려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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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칼럼리스트
교육학 석사(특수교육 전공). 아이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일에 있어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무리 훌륭한 교육 시스템이라고 해도 모든 학생들에게 좋을 수는 없으며, 전공 서적을 읽는다고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각자의 몫으로 해야 할 고민들 중 몇 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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