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특수교육은 미국의 제도를 모방한 것들이 많다. 이는 미국에 유학한 교수들이 배출한 제자들에 의해 한국의 전문가가 양성되고, 그 중 일부가 참여하여 교육행정을 하고,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미국의 제도를 모방한 것이 특수교육만이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왜 미국을 따라가야만 하는가에 대하여는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다. 문화가 다르고, 사람이 다른데 항상 법과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연구에서는 미국의 사례가 모범답안이 되고 있다.

미국을 비판 없이 따라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미국의 제도를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하고 흉내만 내는 것은 더욱 문제다.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문제를 삼으면, 미국은 경제수준이나 현실이나 환경이 다르다고 변명을 하고 책임을 회피하며 스스로도 의무감으로부터 자유롭고자 최면을 건다.

특수교육은 장애인들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사회적 행위이다. 그런데 속빈 강정, 빛 좋은 개살구로 치장을 하고, 선무당으로 시늉만 하고 있다거나, 아직 특수교육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전문가들이 알지 못하고 장애아동들을 실험대상으로 실험만 하고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다.

특수교육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교육의 개혁을 도모하려 하였으나, 예산상의 문제로 특수교사 정원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으니 정부는 법을 지키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외면하거나 노력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교육부의 누구도 특수교육 등에 관한 법률을 준수하기 위한 의무감과 책임을 지지 않는다. 우리는 노력해야 하고, 그 필요성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나, 안행부는 정원수를 채워주지 않고, 기재부는 예산을 충분히 마련해 주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법은 있으나 다른 부처의 비협조나 몰이해로 전담부처의 힘이 부족하여 실행할 수 없으므로 나의 책임은 아니며, 그런 이유라면 법을 어겨도 된다고 생각하는 공무원 사회에서 국민들은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한쪽에서는 미국의 선진제도를 이야기하고, 한쪽에서는 예산타령으로 법을 어기고 있으면서 국민들에게는 준법정신을 요구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법에 대하여 둔감한 것은 교육으로 그렇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예산을 흉내내기에 모두 다 써버리고, 실효성도 없이 교육은 엉터리가 되고 있다.

통합교육은 장애아동의 조기발견과 개입, 그리고 개별화교육과 관련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 욕구를 충족할 서비스의 전달이 충분할 때 효과가 있다.

철학적으로 통합교육이 필요한 것만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통합교육이 되려면 조기발견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시범사업처럼 특정 단체나 기관에 홍보성 예산 얼마 정도 지원하면 조기발견은 그것으로 끝이다.

조기중재 역시 차별 없이 조기교육에 장애인도 참여하도록 개방만 하면 된다. 가정으로 중재자가 방문하여 환경을 조사하고, 발달수준을 평가하고, 도달하지 못한 바로 위의 발달단계를 목표로 부모들에게 지도하며, 진학을 위한 전환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데 그러한 서비스가 한국에는 전무하다.

통합교육 역시 방임교육과 다르지 않다. 일반학교에 특수학급으로 일반학급 옆에 붙여만 놓고 통합교육이라 생각하고 있으며, 개별화를 위한 현 개인의 욕구와 수준을 평가할 도구 하나 없다.

그러니 현 수준을 알지 못하여 다음 교육 목표를 정할 수도 없다. 그저 개인별 기록파일만을 관리하면서 개별화라고 착각하고 있다.

시각장애 아동의 개별화 교육을 위하여 시기능검사를 반드시 하도록 지침에서 정하고 있으나 시기능검사 도구 하나 개발하여 표준화해 놓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장애아동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 과정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일반교육과정의 개작 정도로 교육과정은 끝이다.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자기결정, 보행, 보조기기 활용 학습, 잔존감각 훈련, 의사소통 기술 등 다양한 기능 습득을 위한 교육과정이 별도로 없으니 미국의 답습에서 일부만 베껴 이식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서비스도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목록조차 없으며,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환경’을 제공할 여력도 되지 못하면서 ‘제한된 환경의 최소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최대한 노력하였다는 명분만으로 버티고 있다.

과거 장애인복지법에서 시각장애를 판정하는 도구로 만국시력표를 사용하도록 한 적이 있는데, 만국시력표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시력검사도구였다. 당시 법을 만드는 사람이 곧 그러한 도구를 개발할 것이라고 하여 법에 먼저 문구를 넣었으나 끝내 그러한 도구는 개발되지 못했다.

당시 시각장애 등록을 위해 검사를 받은 것은 모두 법을 어긴 것이고, 후에 법을 수정하여 고치기만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또한 법이다. 아마 국민들이 국가가 저지른 잘못만큼 뭔가를 잘못하였다면 엄청난 회오리와 문책, 그에 따른 피해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장애인복지법을 만들면서 장애인복지단체들이 모인 대표 기구를 하나 만들면 좋겠다고 하여 장애인복지단체협의회를 사회복지법인격의 법정단체화해 놓았으나,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 단체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의 욕심인지, 실행하는 사람의 무능력인지, 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특수교육 등에 관한 법률이 목표지향적이고 원론적이기는 하나 비현실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정부는 아직 현실이 따르지 않는 법 정도로 여기고, 국민들은 법의 이행의지가 부족하다며 정부를 나무라고 있다.

그러나 항상 피해는 장애인 당사자다. 흉내만 내고 있는 통합교육, 교육 과정조차 정리되어 있지 못한 특수교육, 땜질식으로 운영되는 관련서비스들을 이젠 개혁을 통하여 제대로 실시하도록 해야 한다.

특수교육은 대상이 특수한 대상이라서 특수교육이 아니다. 교육방법이 특수해서 특수교육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재의 특수교육은 대상만 특수할 뿐 방법에는 아무런 특수한 것이 없다.

치밀하고 정교하며, 표준화하고, 목록화하며, 장애유형별, 그리고 개인별 특성을 알고 현재의 학습능력 수준과 발달단계를 평가하고, 평가된 현 위치에서 다음 단계가 목표가 되도록 하는 개별화를 통하여 그 것을 효과적으로 이루도록 관련서비스를 충분히 제공하여 주는 그러한 교육이 특수교육이다.

이러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면 한국의 특수교육은 흉내내기 모방교육에 불과하고, 완전한 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함으로써 장애인의 인생을 갉아먹으면서도 엄청난 예산만 낭비하는 선무당 교육에 그치고 말 것이다.

지난 10일과 11일 은퇴한 임안수 대구대 시각장애교육 전공 교수의 제자들 50여명이 대구대학교 시각장애교육 동문회라는 이름으로 여주 라파엘의 집에서 연수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이같은 자성과 높은 비판이 나왔으며, 참가자들은 진실된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 나가기를 결의하였다.

각 가정에서 용수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수장을 만들고, 수도관을 설치하고, 수질을 관리하고, 충분한 물을 공급해야 편리한 환경일 것이다.

그러나 특수교육, 특히 시각장애 교육에서는 정수처리도 엉망이고, 수도관도 일부에만 설치되어 있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고, 수질도 좋지 않으면서 그나마 물도 하루에 한 시간 나올까말까 할 정도의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배관공사가 예산낭비라 하는 것이며, 물은 오염되어 사용할 수 없으니 껍데기 시늉이라고 하는 것이다.

통합이 되었다하더라도 교육의 질과 교육권이 보장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하며, 관련서비스는 목록화하여 전문화되어야 하고, 필요한 핵심 기능을 습득하기 위한 교육과정이 개발되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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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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