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결빙되었다는 뉴스를 접하며 겨울을 실감한다. 북미 체감온도는 영하 30도를 밑도는 살인적인 혹한으로 지구촌 곳곳이 동장군의 기세에 얼어붙었다. 하도 춥다보니 외출을 꺼리고 따뜻한 아랫목만 찾게 된다.

실내에만 있다 보니 몸의 움직임이 적어 체증만 불고 면역력도 떨어진다. 갑오년 첫 달인 일월을 힘차게 보내야, 올 한 해 청마처럼 활력있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말처럼 밖으로 나와 다니다보면 겨울에도 즐길 것들이 참 많다. 멀리 가지 않고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곳부터 둘러보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이고 여행의 출발이기도 하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떤 여행지인지 찬찬히 살펴보면 무심히 지나쳤던 우리 동네의 아기자기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익숙한 곳을 벗어나서 낮선 곳을 여행가는 것도 좋지만, 여행의 시작은 내 주변부터 샅샅이 둘러보는 것.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안목을 높이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여행의 또 다른 방법은 자신만의 테마를 정해서 여행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초보여행자들에겐 좋은 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박물관, 미술관부터 우선 둘러보고 우리 고장이 배출한 역사적인 인물을 찾아 동네 구석구석을 살피며 고장 지명과 유례를 찾는 여행부터 출발해보자.

내가 살고 있는 안산도 여행 할 곳이 많다. 안산의 유례는 원래 고구려의 장항구현 또는 고사야홀차현 이었으나, 신라 진덕왕이 장구현으로 고쳤으며 신문왕 때 장구군으로 승격되었다. 고려 초기엔 안산현으로 고쳤고, 현종 9년에 수원의 속현으로 되었다.

충렬왕 34년에 덕종, 정종, 문종이 탄생한 명예로운 고을이라 하여 안산군으로 승격되었고, 이후 지사의 다스림을 받았다. 조선시대에 들어와 태종 13년 전면적인 지방통치 조직의 개편이 있었고, 그 일환으로 실시된 8도제의 시행에 따라 경기도에 예속, 안산군으로 되어 이후 군수가 파견되기에 이르렀다.

녹색해양 관광도시 안산은 여러모로 볼거리가 많다. 여행할 곳이 많은 안산을 하루에 다 둘러보기엔 불가능 하다. 그래서 미술관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안산 단원구에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경기도미술관이 있다.

경기도 미술관은 화랑호수를 끼고 있고 호수 옆엔 캠핑장도 함께 있다. 도민들의 수준 높고 다채로운 문화 향유를 위해 마련한 경기도 미술관은 넓고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매일 그 옆을 지나면서 무심히 지나쳤던 미술관은 언제나 열린 공간으로 쉼을 제공한다. 새벽을 열며 가는 길도, 캄캄한 어둠을 헤치며 돌아오는 길도 매일 매일을 미술관 옆을 지나다닌다.

늘 지나쳤던 미술관을 오랜만에 마음먹고 둘러봤다.

2층 전시실에는 생생화화가 전시 중이다. 시각예술 분야의 창작활동 지원으로 전시 중인 생생화화전은 오늘날 문화와 예술이 어느 특정계층의 문화적 향유를 위한 산물로 아니라 모두를 위한 예술의 철학을 반영하는 것이다.

미술관에는 야외도 많은 작품들이 즐비하다. 너른 들판에 일정 거리를 유지하며 서 있는 조각품은 미술관을 찾는 여행객이 예술적 사치를 맘껏 누리기에 충분하다. 야외조각을 품에 앉고 미술관을 배경으로 카메라 속으로 추억을 밀어넣으면 찰나의 순간이 사진으로 영원을 약속한다.

미술관과 나란히 공존하는 화랑유원지의 호수에서는 겨울을 맞아 겨울철새들이 둥지를 틀고 갈대숲과 얼음 위를 유유히 걸어 다닌다. 겨울에 갇힌 호수는 계절만의 멋스러움을 뽐내며 호수를 산책하는 연인들과 동네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쉼을 제공한다.

그 옆엔 겨울 캠핑을 즐기려는 낭만파들이 텐트를 치고 바비큐 통에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캠핑족만의 맛과 멋에 빠져있다. 겨울철 캠핑을 즐긴다는 마니아들 사이에선 충분히 자랑거리가 될만한 여행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기도 미술관에는 문화사치도 누리고 화랑호수 한 바퀴를 돌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감탄하고, 도심 밤하늘 별빛과 불빛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는 캠핑의 즐거움이 있다. 몸과 맘이 호강하는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안산엔 단원 김홍도 미술관도 있다.

예로부터 안산은 문화적 토양이 매우 비옥했던 고장이었다. 18세기 영‧정조 시대에 안산은 학문과 예술의 향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첨성촌(지금의 일동)에는 실학의 거목인 성호 이익이, 북쪽의 부곡동에는 시서화의 삼절로 추앙을 받던 표암 강세항이 계셨다.

김홍도는 일곱 살부터 스무 살까지 이곳 안산에서 표암 강세황 선생으로부터 그림과 글 수업을 받았으며 그의 천거로 도화서 화원이 되었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그림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여주었던 단원 김홍도는 후에 임금의 초상을 그리는 화가로 대성하여 그 명성을 전국에 떨치며 조선의 대표적인 화가로 명성이 드높았다.

단원 미술관은 경기도 미술관과 더불어 안산의 대표적인 미술관이다. 김홍도의 일생은 드라마 '바람의 화원'과 영화 '미인도'를 통해 대중에게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새롭게 다가왔다. 그만큼 김홍도는 조선 미술사에 큰 인물이어서 지금도 그의 예술성은 미술계에 길이 전해진다.

단원미술관은 작고 아담하다. 예전엔 단원구에 있던 미술관이 지금은 상록구 성포동으로 자리를 옮겨서 널찍한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부터 여행을 시작하면 예전이 미처 몰랐던 다양한 여행지가 머물고 있다. 여행의 경험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촉진제다. 올 한해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등잔 밑을 비춰보는 여행으로 갑오년 시작을 열어본다.

•가는 길

4호선 초지역 하차. 경기도 미술관까지 1키로 남짓.(경기도미술관)

4호선 한대역 앞 하차, 미술관까지 1.8키로(단원미술관)

1588-5410. 안산 장애인 콜택시 이용 하루 전 오전 9시부터 예약

•단원 미술관 http://danwon.org/

•경기도미술관 http://www.gmoma.or.kr/

•장애인화장실

미술관 내 잘 마련돼 있다.

•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경기도 미술관. ⓒ전윤선

미술관 밤 풍경. ⓒ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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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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