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거주시설의 아침은 늘 바쁘다.

식사시간이 정해져 있어 최대한 빨리 준비하고 식당으로 내려와 밥 먹기 바쁘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아침에 생리 현상이 발생한다. 이 때 중증 장애인의 경우, 같은 방 장애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생활 지도교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만약 같은 방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이 전부 중증이라면 결국 생활 지도교사가 도와줘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장애인과 교사가 성별이 다른 ‘이성’일 때 생긴다. 누군가 이성인 사람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도와준다면 당연히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설의 경우 이 중에도 입소자가 남성, 지도교사가 여자인 경우가 많다. 왜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은 성적 수치심마저 견뎌야 하는가?

시설에 근무하는 생활 지도교사의 성별 분포를 살펴보면 전체 2/3가 ‘여성’이다. 즉, 남자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방에도 버젓이 여성 지도교사가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시설 종사자 성비 불균형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원인은 근무 환경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생활 지도교사의 근무 방침은 시설마다 약간 차이가 있지만 보편적으로 ‘1일 1교대’를 많이 시행하는데, 한 사람이 아침 9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24시간 근무하는 형태이다.

또한, 한 방에 5~6명씩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을 관리해야 하니 노동 강도가 높다. 높은 노동 강도에 비해 급여는 적은 편이어서 남녀 비율이 차이가 난다. 여성 교사가 남성 방에 근무하는 것은 성 윤리에 맞지 않는 행위이며, 더 큰 문제를 만들고 있다.

시설 장애인은 이성 지도교사와 생활하다 보면 자연히 성의식이 약해진다. 예를 들면, 단순히 목욕을 하기 위해 이성인 교사 앞에서 옷을 벗는다거나 소변을 보기 위해 아무 때나 바지를 내리는 등의 행동을 한다. ‘빨리 하지 않으면 체벌 받는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기 때문이다.

체벌이 무서워 대부분 시설 장애인들은 창피함을 못 느낀다. 이렇게 먹고 배설하고 잠만 자는 것은 사람이라기보다 동물에 더 가깝다. 즉, 시설은 보호를 내세우며 한 인격체를 동물로 만들고 있다.

이런 생활 습관은 탈 시설 후, 자립생활을 시작해서도 악 영향을 줄 수 있다.

시설은 엄격한 규칙으로 장애인들을 통제하고 관리한다. 하지만 성에 있어서 규칙은 엄격하지 못하다. ‘장애인을 보호하려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반론할 지 모르나 올바른 성의식 조차 심어 주지 않는다면 보호가 아닌 방치다.

‘빨리 먹이기 위해, 소, 대변을 바지에 묻히면 처리가 힘드니까’ 이런 말로는 합리화 될 수 없는 것이 성(性) 문제다. 그리고, 이 것이 시설 장애인들이 탈 시설을 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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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선 칼럼리스트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던 해에 태어나 13세 때부터 7년간 산 넘고 물 건너 외진 입지의 시설에서 살아왔다. 각기 다른 시설에 3번 입소, 2번의 수술 등 우여곡절 끌에 탈 시설해 이젠 자립을 꿈꾸고 있다. 7년 간 보아왔던 시설의 모습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산 넘고 물 건너 지역 사회로 나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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