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보화진흥원은 지난 7일까지 ‘웹 접근성 품질인증 기관 지정에 관한 기준’에 의거, 웹 접근성 품질인증 기관을 희망하는 사업체로부터 신청을 받았다.

웹 접근성을 준수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는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에서 웹사이트를 누구든지 이용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의한 것이다.

사실 법에서 누구든지 이용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 웹 접근성 품질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말과 동일한 말은 아니다.

장애인 편의시설에서는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설치기준이 있고, 권장 기준이 있어 의무사항을 지켰는지를 판단할 수가 있지만, 웹 접근성은 법으로 프로그램이나 콘텐츠가 어떠한 기능을 의무적으로 준수하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어서, 웹 접근성을 지켰는지 따지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은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업체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기술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잘 알기 어렵고, 장애인이 누구나 이용하도록 서비스되지 않았다고 항의를 받거나 차별이라고 진정을 하여도 업체에서는 접근성 보장의 방법도 알기 어렵고, 단 하나의 애로사항까지 완벽하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하여도 애매했던 것이다.

많은 노력을 들여 장애인이 이용 가능하도록 하였음에도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중 한 사람이라도 이용 가능하지 않다고 하면, 또 다시 웹사이트를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길 수 있다.

장애인 입장에서도 구체적 기준이 없으면 어려움이 있다. 불편하거나 접근이나 이용이 가능하지 않아 차별하였다고 진정을 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도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애매하여 사법기관으로부터 차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자의 고민을 모두 해결하는 방법은 웹 접근성 품질인증을 받는 것인데, 웹 접근성의 준수 여부가 100점 만점을 받기는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편의시설에서 주출입구, 화장실, 주차장 등 장애인 편의시설의 의무설치 기준을 가지고 판단하며, 의무사항인가를 기준으로 시설주에게 요구할 수 있지만, 모든 건물이 모든 장애인에게 전혀 불편함조차 없는 완벽한 건물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과 같이, 웹사이트에서 매일 새로이 추가되는 자료들을 모두 장애인이 이용하는 데에 아무런 불편 없이 완벽하게 제공한다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국가에서는 웹 접근성 지침을 마련하여 고시하고 있으나, 이 중 어느 정도를 지켜야 하는지, 점수로 몇 점이어야 접근성을 지켰다고 볼 것인지가 애매하여 국가정보화기본법에서 웹 접근성 품질마크를 부여하는 것을 국가에서 전문기관을 지정하여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웹 접근성 품질인증 전문기관 지정을 위하여 인증기관의 설치기준과 절차를 정하여 고시안을 마련하였으며, 대국민 의견수렴 과정을 정하여 지난 12월 23일 확정된 고시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웹 접근성 품질인증 기관으로 지정을 받고자 하는 장애인단체와 업체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심사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미래부는 의견수렴 외에도 설명회와 공청회도 하였는데, 그 때에는 언론들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다가, 확정 공지가 되자 정부가 국가정보화기본법의 개정안이 발효되는 11월 23일에 바로 품질인증 업무가 이루어지도록 하지 않고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질책과, 전문가 평가 외에 장애인 사용자 심사를 별도로 하도록 한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 장애인의 사용자 평가자격 기준을 학사학위를 가지고 2년 이상 웹 접근성 업무경력을 가지고 있거나, 3년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을 가지도록 한 것 또는 전문학사로서 4년 이상의 웹 접근성 업무 경력이나 5년 이상의 소프트웨어 개발 경력을 가진 자라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 높은 수준을 요구하여 인증기관으로 지정이 되고자 장애인을 고용하려고 하여도 사람을 구할 수가 없다는 등의 지적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만든 것이 로비에 의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자격기준은 공청회나 의견 수렴에서 지적되어 반영된 것이며, 로비설이라고 한 보도는 너무나 무책임하고 의혹을 부풀리는 선동적인 발언이다. 장애인을 구하기가 어려워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였다고 하여 로비설을 들먹이는 것은 나중에 명예훼손의 시비를 피하기 위하여 설이라고 얼버무리면서 고춧가루를 뿌리는 행위와 같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법 발효에 이어 공백 없이 웹 접근성 품질인증 업무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을 지적하려면 최소한 지난 11월 법 발효 당시에 지적을 했어야 했다.

웹 접근성 품질인증 과정에서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이 돈벌이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평소에 아무런 준비도,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장애인을 고용하여 구색을 갖추려 하니 준비가 부족한 탓을 업체들이 로비설을 들먹이며 언론의 힘을 빌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 평가는 웹 접근성 지침을 기술적으로 잘 준수하였는가를 평가하는 것이고, 사용자 평가는 장애인 당사자가 이용하는 데에 얼마나 접근 용이하도록 되어 있는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장애인이 아닌 경우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이용의 편리성을 평가할 수가 없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화면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으로 이해하고 사용 가능한지를 그 프로그램을 모르는 비장애인은 알 수가 없다.

건축이나 물품 생산에서는 설계와 시공, 감리 등이 맡아서 하면 좋은 시설이나 물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개발자나 감리자들도 사용자와 같은 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자도 사용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은 이용자가 편의성을 점검해야만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전문가 평가에서는 우수한 점수를 받은 웹사이트가 사용자 평가에서는 불합격한 사례가 있었다. 비장애인은 장애인이 사용하는 접근방식이나 전용 프로그램을 알지 못한다.

그림이나 도표에 설명문을 붙여 두었는지는 전문가가 체크할 수 있지만, 실제로 눈을 감고 표의 숫자를 읽어줄 경우 이해할 수 있고 그림을 설명하는 것이 충분한 정보를 담고 있는지는 사용자라야 판단이 가능한 것이다.

사용자 평가를 하는 사용자심사원의 자격 기준을 낮추어 장애인이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면, 평가가 체계적이고 통일성 있게 이루어질 수도 없고, 전문기관에서는 장애인에게는 저임금의 차별적 대우가 있을 것이고, 장애인 고용만 하였다고 생색만 내고 업무의 중요성은 무시될 것이다. 인증기관이 되기 위하여 장애인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평가를 위해 장애인이 필요해야 한다.

기업에서 평소 장애인을 고용하여 웹 접근성 사업을 하고 있었다면 장애인 고용에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전문기관 신청을 위하여 갑자기 장애인을 구하고자 하니, 만약 지정기관 심사에서 탈락하면 바로 해고할 것이 뻔하니 장애인들이 이름을 빌려주거나 그 업체에 고용을 희망하지 않은 것이다.

최근 갑자기 장애인 웹 접근성 전문가와 IT 전문가를 구한다는 구인광고와 문의가 장애인단체에 급증하였으나, 단체들은 장애인의 확실한 고용이 보장되는지 믿을 수 없어 거절하였던 결과이다. 이미 장애인으로부터 외면을 받은 업체들이니 장애인을 위한 웹 접근성 사업을 할 자격이 되지 못한다.

정부로부터 위임받는 품질인증 심사의 기준은 엄격해야 한다. 인증기관 지정 신청접수 공고가 나니 이 사업도 하겠다고 긴급하게 준비하는 업체들은 당연히 배제됨이 마땅하다. 그리고 컨설팅이나 개발을 하는 회사라면 심사기관을 신청하지 말아야 한다.

개발도 하면서 자신이 개발한 것을 스스로 평가한다는 것은 객관성을 담보할 수가 없고, 서로 바꾸어서 심사를 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있다. 그리고 별도의 팀이나 자회사를 만들어 내부 거래를 통하여 개발과 심사를 한다면 국가의 중대한 사업이 상술에 물들고 말 것이다. 그러한 상술에 장애인이 시설의 전시물처럼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여러 언론들이 뒷북을 치면서 정부가 그 동안 무엇을 하였는가라고 말하지만, 언론들은 무엇을 하였는지부터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언론사들이 접근성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부터 반성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자격을 낮추어 아무런 장애인이나 구색만 맞추고 사업에 뛰어들고자 장애인의 사용자 평가가 필요 없어 이중 업무라고 주장하거나 장애인은 자격기준도 필요 없다는 식의 언론의 보도에, 특히 정부의 공정하고 바른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는 것에 대하여 로비의 결과라고 헛소문을 흘리는 태도에 경악하며 심히 유감스러움을 밝힌다.

IT 업체들이 언론과 힘을 합쳐 개발수주에 접근성 심사를 미끼로 활용하거나 언론이 홍보하고 기업과 이익을 나누는 식의 변태적 운영을 꿈꾸는 것을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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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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