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 왜 그럴까? 그 것은 아마도 군대에서 사회 질서를 미리 체험한 후 비로소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다.

최근 한 TV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의 병영 체험기를 보여 주고 있는데 그 프로그램을 보면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훈련하며 잠을 잔다.

이 것들이 사회생활의 전부일까? 아니다. 더 자세히 생각하면 누군가가 명령했으니 행동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리고 그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벌이나 기합을 받는다.

물론 전투에서는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바로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윗사람의 지시나 지침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생활은 시설도 마찬가지다. 훈련을 제외하고 군과 시설은 매우 유사하다. 그렇다면 시설에 있는 장애인은 사람일까?

시설과 군의 가장 큰 공통점 중 하나는 ‘단체 생활’이다.

각기 다른 개개인이 모여 생활 하다 보니 관리자 입장에선 당연히 개인들을 규칙을 통해 하나로 묶고, 어기는 사람이 있으면 체벌하여 관리자가 정한 규정에 따르도록 하는 게 관리하기에 편할 것이다.

시설 생활지도 교사의 경우 한 사람이 적게는 2~3명, 많게는 5~6명에 입소자들을 돌보는 게 규칙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반대로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은 오랜 시간 타인이 만들어 놓은 틀에 맞춰 살다보면 자기 생각을 할 수 없게 된다.

앞에서 밝혔듯이 단체 생활에선 내가 아닌 ‘하나’가 되어야 한다. 즉, 개인 생각은 철저히 배제시킨다는 것이다. 규칙의 엄격함은 시설의 문제점 중 하나다.

시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엄격한 규칙은 자기관리 훈련’이라고 강조하지만 당사자 뜻대로 정하지 않은 규정에 따르라고 하는 건 자기관리가 아닌 억압이다.

군 복무를 하는 군인들은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사명감에 잠시나마 인권을 포기하고 부대에서 생활하지만 시설에 입소한 장애인들은 단지 가족이 돌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시설에서 기약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다만 가족 뿐 아니라 복지라는 이름으로 편한 행정을 하기 위해 시설을 방치한 국가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 모아서 한 번에 혜택을 주면 된다는 생각은 진정한 복지가 아니다. 진정한 복지는 인권을 바탕으로 실현되어야 한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를 포기한 채 시설에 들어간 장애인들은 억압받고 있음에도 억압이라고 느끼지 못할 만큼 시설 규정이 몸에 입력되어 있다.

이것을 어떻게 복지라고 할 수 있을까? 시설 입소부터 가족의 강요로 선택했다면 복지라는 이름에 감춰진 억압이다.

군대에서 강조하는 슬로건이 ‘나를 넘어 하나가 되는 우리’라고 한다. 군대를 다녀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과 합쳐서 생각해보면 사람은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

비장애인들은 큰 공동체인 사회 속에서 저마다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데 유독 장애인만 개성 없이 사회와 떨어져 산 넘고 물 건너에 있는 시설에 살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겉으로는 개성을 추구하지만 보편을 더 중시한다. ‘비장애인 남자라면 당연히 군대를 다녀와야 하고, 장애인이라면 사회와 가족이 힘드니까 시설에 가야한다.’ 이 논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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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두선 칼럼리스트
1988년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던 해에 태어나 13세 때부터 7년간 산 넘고 물 건너 외진 입지의 시설에서 살아왔다. 각기 다른 시설에 3번 입소, 2번의 수술 등 우여곡절 끌에 탈 시설해 이젠 자립을 꿈꾸고 있다. 7년 간 보아왔던 시설의 모습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산 넘고 물 건너 지역 사회로 나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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