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칼럼니스트 안지수입니다. 올 한 해 처음 뵙는 분들에겐 이렇게 인사를 드렸던 것 같습니다. 제 자신을 드러내려고 그렇게 했다기보다 제 스스로가 주인 의식을 갖고 맡겨진 일에 대해 최선을 다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와는 별개로 ‘잘 해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듭니다.

워낙 졸필이라 에이블뉴스라는 장애인을 위한 든든한 언론에 혹 제 글이 누가 되지는 않을까에 대한 염려도 하고, 주제 선정에 있어서도 많은 고민이 있었으며, 몇 번의 퇴고를 거쳐 탈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활동보조, 사랑, 연애, 장애, 기적, 인내, 희망, 돈, 성, 보행 같은 단어들이 제 칼럼의 주요 태그인데요. 이런 단어들로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하고 떠올려 봤는데,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편견 없는 세상. 그 것이 제 칼럼의 가장 큰 골자였습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에게 필요한 것들을 두고 고민하고 있으니 부디 편견을 갖지 말아달라는 것이었죠.

편견은 사라져야 합니다. 제게 만일 칼럼니스트로서의 자격이 한 해 더 주어진다면 더 많은 사례를 들어 편견이 사라져야 할 이유에 대해 주야장천(晝夜長川)

서술했을 겁니다. 편견은 장애인의 삶을 옥죌 것이고 세상 바깥으로 나오려는 움직임을 제한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나오지 못한다고 안쓰럽게 여긴다면 그것이야 말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겠죠.

세상은 지금 과정 없는 결과 즉, ‘장애 극복’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것에 부합하지 못하면 마치 세상에서 장애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는 그(그녀)와 비교합니다.

그 비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장애 극복. 아니 정확히 말해 ‘장애 망각’의 과정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모른다는 측면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조금이라도 장애인을 이해한다면 그의 삶 전체를 보고, 그가 얼마나 의지를 갖고 살려고 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들 가운데에서도 박수 쳐 줄줄 알아야 합니다. 비록 과정이 느리고 미완성형일지라도.

그런 마음가짐이 편견을 끊어내는 첫 걸음입니다. 바라기는 장애인 차별과 편견이 제 대(代)에서 사라지길 바랍니다. 그래서 저의 후대(後代), 그리고 그 후대의 아이들이 장애인과 서슴없이 지내는 나라가 오길 저는 바랍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저는 제 자리에서 제 소임을 다할 것이며, 더불어 기도할 것입니다.

올 한 해 제 글을 읽어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글을 쓸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편집국에 감사를 전하고, 내년에는 또 다시 기고 회원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 때에도 변함없이 장애인의 대변자가 될 것을 약속드리며,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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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열정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30대의 철없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주관적인 옳고 그름이 뚜렷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분노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두 팔 벗고 나선다. 평범한 것과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항상 남들과는 다른 발상으로 인생을 살고픈 사람. 가족, 사람들과의 소통, 이동, 글, 게임, 사랑. 이 6가지는 절대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다. 최신 장애 이슈나 미디어에 관한 이야기를 장애당사자주의적인 시각과 경험에 비춰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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