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긴 겨울잠에 빠져들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느라 분주한 도심은 연말연시를 실감나게 한다.

광화문 광장 사랑의 온도계는 계속 상승 중이고, 구세군 자선냄비는 사랑의 종소리로 나눔을 실천한다.

추운 겨울 훈훈하게 보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따스한 손길이다. 먼저 내민 작은 손길로 소외된 이웃이 겨울을 따스하게 보낼 수 있다면 혹한의 겨울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도 월동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배터리와 타이어 마모 상태를 확인해야 하고, 기온이 내려갈 때를 대비해서 방한복도 신경써야 한다.

휠체어를 이용해 야외활동을 하다보면 외부 온도에 신체가 그대로 노출돼 체온이 떨어지기 십상이다.

저체온증을 방지하려면 신경써야 할 월동준비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월동준비를 끝내고 나면 여행으로 추위를 이겨보는 것도 추억이 될 것이다.

경복궁 뒤편엔 파란 기와지붕에 청와대가 자리하고 있다. 청와대를 대중에게 개방한 지 몇 년이 지났다.

보안상의 문제로 쉽게 여행할 수 없는 곳이지만 인터넷 예약 후 절차를 밟고 나면 관람이 가능하다. 모든 절차가 끝나고 청와대 관람이 허락되면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청와대 관람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그런데 셔틀버스는 저상버스가 아니어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람객은 탑승할 수 없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관람객은 사전에 경호팀과 조율을 통해 춘추관까지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거나 휠체어로 걸어서 가야한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치르더라도 대통령이 거처하는 곳엔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한다.

춘추관에 들어가면 먼저 보안을 위해서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검색대는 공항 검색대와 비슷하고 보안상 문제가 될 것 같은 소지품은 경호원들이 가지고 있다가 관람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돌려준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나면 홍보관에서 영상 관람을 시작으로 여행은 시작된다. 영상은 조선시대 청와대 역할과 해방 후 청와대 역사와 기록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청와대는 경무대로 사용하면서 문과시험과 무술대회, 군사 사열 같은 각종 국가기능이 펼쳐졌던 곳이었고 현재 청와대 곳곳의 기능과 역대 대통령부터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까지의 기록을 한번에 볼 수 있다.

청와대 뒤로는 북악산이 우뚝 서 있다. 북악산을 기점으로 4대 산의 능선을 따라 옛 성곽들이 축조돼 있고 성벽 일부는 아직 원형대로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조선시대 북악산 기슭은 왕궁과 가까울 뿐 아니라 빼어난 경관덕분에 왕족들과 사대부들이 자리 잡고 살았다. 이 일대 절경을 묘사한 시나 그림 등 문학작품도 자주 볼 수 있다.

청와대 하면 녹지원을 빼놓을 수 없다. 녹지원은 경복궁의 후원으로 농사를 장려하는 채소밭이었다. 일제 강점기 때는 총독관저가 들어서면서 가축사육장과 온실 등으로 사용된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아픈 역사를 간직하던 녹지원은 1968년 평지에 잔디를 심어 야외 행사장으로 이용하고 있다. 매년 봄이면 어린이날 행사를 시작으로 어버이날, 장애인의 날 같은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녹지원엔 한국산 소나무인 반송이 녹지원의 상징처럼 서있다. 반송의 위풍당당한 모습은 감탄사가 절로 쏟아져 나오게 한다. 녹지원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다음코스인 수궁터로 발길을 이어갔다.

수궁터는 해방 후 정부 수립과 함께 청와대로 명칭이 바뀌어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로 사용되었다.

그런 수궁터가 문민정부 들어서면서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철거된 뒤 다시 옛 모습대로 복구됐다.

수궁터는 옛 경복궁을 지키던 수궁들이 있었다 하여 지금은 수궁터라 부르게 되었다. 수궁터 앞엔 김영삼 대통령이 심은 나무가 그 자리를 지키며 자라고 있다.

다음은 청와대 본관으로 향했다. 청와대 본관은 밖에서만 관람할 수 있고 본관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찍는 것도 일정 장소가 정해져 있다.

청와대의 상칭 블루하우스는 쉽게 접근 할 수 없다. 그나마 접근 가능한 곳에서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기념사진 촬영 후 곧바로 영빈관으로 갔다.

영빈관은 열여덟 개의 돌기둥이 건물 전체를 떠받들고 있는 웅장한 건물이다.

영빈관은 말 그대로 외국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를 알리는 민속공연과 만찬이 베풀어지는 공식행사장이다.

영빈관을 끝으로 청와대 관람을 마치고 청와대 옆 칠궁으로 자리를 옮겼다.

칠궁은 육상궁을 모신 신당이다. 숙종의 후궁인 장희빈을 비롯해서 영조의 생모인 숙빈 최씨 등 후궁의 신분에서 왕자를 생산하고, 그 왕자가 왕으로 재임한 왕의 어머니를 모신 신당이다.

'칠궁' 관람은 문화재 보존과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청와대 관람과 연계하여 2001년 11월년부터 일반에게 공개된 곳이다. 칠궁은 종묘와 더불어 조선시대 묘사제도 연구의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대부분 관광객은 청와대 관람이 끝나면 청와대 사랑채나 무궁화동산 관람을 끝으로 청와대 여행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청와대 관람과 연결된 칠궁 관람이야말로 종묘제례를 엿볼 수 있는 곳으로,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칠궁에서는 육상궁을 모시는 것을 비롯해 숙종시절 5년 동안 중전까지 지냈던 장희빈의 제사까지 지내고 있다. 칠궁에서 눈여겨 볼 것 중 하나가 바로 장희빈의 신당이다.

장희빈은 5년 동안 왕비로 재임하다 다시 희빈으로 강등돼 그 후 사약을 받아 죽음을 맞았다.

장희빈 신당은 한 때 왕비였음을 알리기 위해선지 다른 신당과는 다르다. 장희빈 신당은 다른 육상궁 신당보다 화려하다.

칠궁에선 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도 조심해야 한다. 청와대와 붙어있는 칠궁도 청와대만큼 경비가 철저하다. 이 때문에 정해진 구역에서만 촬영이 가능하다.

겨울이 깊어간다. 깊어지는 이 겨울, 이웃사랑만이 얼어붙은 이웃의 마음을 훈훈하게 녹여줄 것이다.

소중한 오늘을 살아내야 내일이 오는 것처럼 오늘 지금 이 순간을 행복 할 수 있는 여행을 떠나보자.

•가는 길

3호선 경복궁역 경복궁 동편 주차장에서 셔틀버스 이용

청와대 관람신청 http://www.president.go.kr/

•먹거리

청와대 사랑채 내

•장애인화장실

춘추관 검색대 앞, 청와대 사랑채 내

•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청와대 본관. ⓒ전윤선

녹지원 소나무. ⓒ전윤선

영빈관. ⓒ전윤선

칠궁. ⓒ전윤선

칠궁1. ⓒ전윤선

[설문조사] 2013년 장애인계 10대 키워드(20명 선정, 천연비누세트 증정)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