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말을 많이 안 한다. 틈만 있으면 고개를 숙인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도 식탁 위에 놓인 그 무엇인가에 눈과 정신을 집중한다. 생활의 대부분을 소리와 언어로 소통하는 내가 무척 답답하고 심심해졌다. 그것은 바로 불과 몇 년 전부터 출몰한 스마트폰 때문이다.

컴퓨터상에서 행해지던 여러 현상들이 이제는 손바닥 위 스마트폰에서 빠르고 편리하게 이루어진다. 정보의 획득은 물론 공학적인 설계, 미디어로서의 기능, 일상도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척척 이루어진다. 가히 돌풍을 뛰어넘은 스마트 혁명이 일어난 것이다.

나의 컴퓨터 활용 능력은 거의 0점에 가깝다. 겨우 문서를 작성하는 용도 외에 다른 기능은 접근 조차 못하며, 대부분을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의존해 왔다. 뉴스와 관련 정보 및 전자 편지도 타인 의존도가 높아서 일명 컴맹이었다. 메모나 기록에 있어서도 두뇌에 의존하다 보니 습득된 정보가 왕왕 증발해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후진국형 삶을 사는 나에게 또 다른 장벽인 스마트폰이 나타나면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일반 사회와 나 사이에 발생한 것이다.

"형은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어요? 많이 불편하고 힘들지?"

3년 전 CBS손근필 PD가 나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더디고 버겁게 휴대폰을 사용하는 나를 보고 그는 "이것은 차별이야"라고 말하며 심층 취재를 통해 이 문제를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불편한 형과 특수교사인 내 아내에게 값진 선물을 안겨 줄거야"

그 일이 있은 후 3년이 경과한 지난 11월 18일부터 20일까지 3부작으로 창사특집 장애인 소통 보고서 "소리를 보여드립니다"를 제작하여 FM98.1 CBS에서 전파를 쏘아 올렸다.

매우 신중하게 장애인 스마트권에 관한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 ⓒ유석영

정부가 상투적으로 하는 이야기, 장애인 전문가들의 추상적인 논리, 장애인 당사자들의 자기 중심적인 요구를 모두 뛰어 넘어 생생한 현실과 영국, 일본이 마련하고 있는 정책과 제도를 그림처럼 소리로 연출해 냈다.

단순히 장애인들이 불편하다는 수준의 이야기가 아니라 스마트권에 진입하지 못하므로 발생하는 불가능과 차별에 대해 예리하게 짚어 주었다.

마지막 3부에서 펼쳐진 토론은 시·청각장애인 당사자이며, 정책 입안자 또는 전문가들이 진중하게 스마트권의 장벽과 해소 방안을 쏟아내서 함께 노력해야 할 실행과제를 던져 주었다.

제3부 토론시간, 김현정의 뉴스쇼 진행자 김현정의 사회로 최동익 의원, 서인환 장애인재활재단 사무총장, 청각장애인 체육교사 박세호-황혜진 부부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유석영

스마트 세상에서 불편을 느끼며 살아가는 나를 위해 정말 값진 선물을 안겨 주었다.

약 20만개에 달하는 앱을 자유 자제로 활용하는 비장애인들에 비해 채 백 개 정도의 빈약한 앱으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이 확실하게 차별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다.

더군다나 컴맹인 나는 스마트 세상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기초생활 수급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물론 그 주된 원인은 노력을 게을리한 내 탓이 가장 크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휙휙 변하는 스마트 세상은 시 청각장애인들에게 있어서는 견고한 장벽이라 아니할 수 없다.

청각장애인들에게 음성통화 무제한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시각장애인들에게 스마트폰을 생활용구로 지정해 줄 수는 없는 것인가?

불편이 불가능으로 이어지고 그 불가능이 불행으로 다가온다면 "복지"라는 말을 장식으로 써서는 절대 안 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제도의 정비,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의 개발 의지, 장애인 당사자들의 불편과 차별에 대한 분명한 표현이 조화롭게 작동하여 행복한 스마트권을 이동권에 버금가도록 장애인들에게 보장해 주어야 할 것이다.

어느 날부터 나의 두 딸들은 "아빠 이건 어떤 뜻이야"라고 묻지 않는다. 젊은 후배들은 항공권을 즉석에서 구매한다. 가정 주부들은 공공 기관에 손쉽게 민원을 재기한다.

같은 시대를 사는 나 자신은 시각장애라는 이유로 왜 스마트권에서 차별을 받아야 하는가?

이대로 그냥 두면 스마트 세상과 장애인의 관계는 높은 장벽에 의해 차단과 차별을 더욱 심하게 당할 것이다. 대책없이 스마트폰이 일방적으로 질주해 버리면 시·청각장애인들은 스마트권을 동냥하는 빈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4월 20일도 아니고 특별한 사회적 이슈가 있는 때도 아닌데, 창사 59주년 기념으로 장애인 소통 보고서 "소리를 보여드립니다"를 3년 동안 노심초사하며 취재 구성하여 방송해 준 대한민국 중심 언론 CBS와 손근필PD, 여미영PD, 곽지연 리포터에게 뜨거운 감사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아울러서 미래창조과학부 당국자들은 우리나라 정보관련 예산의 단 1%라도 장애인 스마트권 보장을 위해 투입해서 새롭게 나타날 차별을 미리 막아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독자 여러분께서 꼭 시간을 내서 특집으로 꾸며진 이 방송을 들어보시고 장애인의 스마트권 확보를 위해 함께 노력해주기를 바란다. www.cbs.co.kr에 들어가서 창사특집 '소리를 보여드립니다'에서 들어도 되고, 레인보우에서 다시듣기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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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영 칼럼니스트
사회적협동조합 구두만드는풍경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 향상, 선한 가치의 창출과 나눔을 이념으로 청각장애인들이 가진 고도의 집중력과 세밀한 손작업 능력을 바탕으로 질좋은 맞춤형 수제 구두를 생산하며,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을 실시하여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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