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뇨기시스템의 구조. ⓒ서인환

최근 척수장애인들이 사용하는 넬라톤이 의료행위인가에 대하여 자주 논의가 되고 있다.

이 논의의 발단은 어느 척수장애인 활동보조인이 넬라톤의 사용을 통한 소변 배뇨 활동을 하도록 척수장애인에게 보조하는 것은 의료행위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거부하면서 시작된 듯하다.

목욕과 같이 이 서비스는 동성이 하는 것이 맞을 것이지만 과연 의료행위로서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일까?

정말 그 활동보조인이 의료행위로 인한 처벌이 두려워서 거부를 한 것인지, 아니면 배변에 대한 지원을 하기 싫어서 기피하기 위하여 만들어낸 핑계로 그런 행동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2차 대전 이전에 척수장애인들의 80% 이상이 비뇨기계 폐혈증으로 2년 내 사망하였다. 비뇨기게는 신장, 요관, 방광, 요도로 구성되며, 소변생산과 저장 그리고 배출 기능을 한다.

흉추 11번과 요추 2번 사이에 배뇨반사센터 기능을 하는 척수부분이 있는데, 척수손상이 되면 비뇨기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어 소변이 방광에 차도 느끼지 못하게 되고, 늘 소변의 일정량이 방광에 들어 있어 방광의 수축과 확장의 기능이 작동하지 못하여 기능을 상실하면 감염과 장기손상이 일어나 생명의 위협이 생기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뉴질랜드 척수재단에서 발행한 척수장애인의 일상생활 지침서에 의하면, 방광반응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였더라도 통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넬라톤이라는 관을 요도에 삽입하여 방광이 차면 비우도록 하여 항상 소변이 남아 있음으로 인한 수축기능 상실과 감염을 방지하는 방광관리 프로그램을 통하여 척수장애인에게 일상생활 훈련을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넬라톤은 의료행위 처치 품목(건강보험수가청구 목록)으로 일정 의료자격을 갖춘 의료인만이 할 수 있다고 했단다.

그렇지만 이것이 공식적인 입장도 아니다. 한 담당자에 의하면, 병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처치에 대해서는 의료행위이지만 가정에서 일어나는 넬라톤 사용에 대하여 의료행위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애매하니 보건복지부에 문의해 보라고 한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보건복지부는 의료정책이나 급여 관련 부서일 것이다.

그러나 넬라톤을 사용하는 행위를 지원하는 것이 활동보조인이라서 장애인 서비스과에 문의를 하였는데, 담당자는 이에 대하여 아무 생각도 없이 있다가 질문을 받고 의료행위인 것 같다고 말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것이 복지부의 공식 입장처럼 되어 버렸고, 이에 대하여 척수장애인들은 반발하고 있다.

그럼 의료행위는 무엇이며, 넬라톤 삽입은 의료행위인지, 그 해석은 누가 하는지에 대하여 알아보자.

무면허 의료행위 금지는 의료법 제27조에 나와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의료행위에 대하여 법으로 정한 정의는 없다. 그렇다고 시행령 등에서 의료행위의 범주를 정한 것도 없다.

의료행위란 의료법 제25조에 의하면 의료인이 행하는 시술이며, 사전이나 판례적 해석에서는 전문적 경험과 기능을 갖춘 의료인이 진찰, 치료, 처방 및 시술을 하는 것으로, 예방과 치료를 목적으로 행해지는 행위와 의료인이 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말한다.

의료법 제24조(요양방법 지도)에서는 ‘의료인은 환자나 환자의 보호자에게 요양방법이나 그 밖에 건강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지도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어 넬라톤이 요양에 들어간다면 의료인이 교육과 지도를 통하여 넬라톤을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여야 할 것이다.

원래 의료법 제4조에 의료행위에 대한 정의가 있었다. 그런데 2007년 의료법 개정을 통하여 이를 삭제한 것은 법으로 의료행위 범위를 정하면 법에 나열되지 않은 것은 의료행위가 아닌 것으로 간주되어 악용의 소지가 있고, 의료행위인지의 판단은 법원이 하는 것이라는 취지였다.

이는 정의를 하지 않음으로써 범위를 확대해석하고자 한 면과 담담기관이 정의하지 않고 법원으로 권한을 넘겨버린 무책임성이 합세한 것이었다.

형법 제20조에서는 ‘사회상규상 위배되지 않으면 정당행위로 본다’는 규정이 있어 동기, 방법, 목적, 회수를 기준으로 의료행위인지 판단되기도 하는데, 넬라톤은 목적이 신변처리라는 일상생활의 처치이고, 회수도 처치를 위한 일시적 행위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료행위로 보기 어렵다.

다음으로 의료행위는 시술경력이나 기술수준, 부작용과 위험발생 가능성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의료행위는 행위에 대하여 대가가 있었는가가 기준이 되지 않지만, 의료행위인지 애매한 경우에는 대가가 기준이 되기도 한다. 안마의 경우 대가를 받지 않으면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므로 위법이 아니다.

부황, 경락, 반영구 화장(문신), 추나요법, 뜸, 침, 마사지, 지압 등은 의료행위이며, 이를 처벌하는 것은 업으로 하였을 경우 즉 대가를 받았을 경우이다.(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그러나 그 외의 경우는 개별적 사안에 따라 의료행위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수지침의 경우 위험성과 목적, 전문기술의 필요 정도 등을 감안하여 의료행위로 볼 수도 있고 아닌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이다.

넬라톤의 사용으로 대가를 받은 것이 아니라 활동보조 서비스로 일상생활 지원으로 활동시간의 양으로 대가를 받은 것이므로 시술의 대가로 볼 수 없다.

다음으로 의료행위인지는 위험성이 있는가이다. 넬라톤은 방광이나 요도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청결의 문제이지 전문성의 문제는 아니다. 청결하지 않은 성관계가 감염의 위험성이 있다고 성관계가 의료적 행위가 아닌 것과 같다. 판레에서 의료행위의 가장 핵심적 기준이 위험성이다. 그러나 넬라톤 사용은 단지 신변처리의 하나에 불과하다.

넬라톤의 사용이 기술적으로 고난이도를 요구하는가에서도 의료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사용법을 의사나 간호사를 통하여 교육을 받으면 될 것이다. 의료법 제24조의 환자나 보호자에 대한 요양방법의 지도에 해당할 것이다.

동성이라도 극히 개인적 신진대사 행위라서 터부시될 수는 있어도 그래서 이맛살을 찌푸리거나 기피하고 싶은 행위일 수는 있어도 위험한 의료행위는 결코 아니다. 터부의 문제라면 교육을 통하여 인식을 개선할 문제이다.

건강보험공단의 보험적용 품목이므로 의료행위라고 볼 수 있는가의 문제는 그것은 의료행위의 기준이 되지 못한다.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흰지팡이는 요양비로 보험적용이 된다. 그렇지만 흰지팡이는 의사의 처방은 생략하고 있다.

건강과 관계가 깊은가가 보험적용의 기준이지 의료행위가 기준은 아니다. 콘텍트렌즈를 처방하는 것은 의사나 검안사가 될 수 있으나 매일 눈 속에 삽입하는 것은 의사의 의료행위가 아닌 것처럼 일상생활의 일부분일 뿐이다.

만약 의료행위라면 넬라톤을 인터넷 등에서 환자에게 직접 처방전 없이 판매하는 행위도 불법행위로 판매금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행위인지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한다는 것은 최종 판결 전까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므로 무책임해 보인다. 당해 보면 알 것이다라는 말로 들린다.

법의 유권해석은 법제처에서 하고 있는데, 법제처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복지부와 해석을 놓고 서로 떠넘기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복지부는 판례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사들의 소견을 듣고 동화되어 의료행위일 수 있다는 무책임한 사회파장을 만들어낸 것은 담당자의 안일한 업무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의료 관련 부서의 정확한 해석이 있기 전까지는 그럴 것이라는 추측성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넬라톤은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그렇고, 대법원의 판례기준을 보아도 그렇고 의료행위가 될 수 없다. 정확한 의료 담당부서의 논의도 듣지 않고 활동보조인의 범위를 해석하여 활동보조인의 기피현상을 일으킨 것에 대하여 조속히 해명하고, 척수장애인의 활동보조를 맡을 경우 중개 기관의 교육에 의하여 간호사 등으로부터 실습을 받도록 조치하면 될 것이다.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정쩡한 태도를 복지부가 계속 보이면 중증장애인들은 공문으로 처벌이나 명령을 하라고 하고, 그것이 나오면 바로 행정소송을 하면 될 것이다.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행해야 하고, 의료행위로 할 경우 막대한 일상생활의 불편을 초래하고 위험성이 크지 않은 복막 투석이나 장루 도관이나 주머니 교체, 석션 등도 의료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며, 심폐소생기술 등은 의사만이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시급성과 기여도, 환자의 형평 등을 고려한다면 넬라톤을 통한 신변처리를 의료행위라고 절대로 말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의료권력에 겁 먹은 넌세스에 불과하다.

넬라톤 카테타(호스 관)의 보기, 위는 긴 관으로 남성용, 아래는 여성용이다. ⓒ서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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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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