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NGO 대표단과 한국 NGO 참관단의 기념사진. ⓒ이광원

최근 몇 차례에 걸쳐, 9월 초에 열렸던 제10차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의 회의 참관 관련 내용들을 소개한 바 있었다. 이번 호에서는 이 회의에서 최종견해가 채택되었던 나라들 중의 하나인, 오스트리아의 심의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해볼까 한다.

오스트리아는 2007년 3월 30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서명개방식 때,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협약’)과 선택의정서에 둘 다 서명하였고(한국 정부도 같은 날 서명했지만 선택의정서는 서명하지 않았음.), 2008년 9월 26일에 비준하여 그해 12월부터 발효됐다고 한다. 협약과 별도로 오스트리아는, 모두 8개 영역(차별금지, 교육, 고용, 자립생활, 보건, 재활, 정보, 인식개선)에 200개 이상의 구체적 조치가 명기된, ‘장애에 관한 국가 행동 계획 2012-2020’(National Action Plan on Disabilities 2012-2020, 이하 ‘국가계획’)을, 2012년 7월에 채택하여 현재 시행 중이라고 했다.

이 국가계획은, 발달장애인과 학습장애인 등을 위해서 ‘쉬운 설명 버전’으로도 제공하고 있는데, 오스트리아는 협약이나 그에 대한 정부보고서의 내용 역시도 ‘쉬운 설명 버전’으로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번 회의 때 최종견해가 채택된 또 다른 나라 호주의 경우에도, 장애인과 관련한 ‘2010-2020 국가장애전략(2010-2020 National Disability Strategy, 이하 ‘국가전략’)’을 채택하여 시행 중인 바, 이 역시 호주 연방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시각장애인용 음성파일 등과 함께, 발달장애인용 ‘쉬운 설명 버전’이 제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각종 자료에 대한 접근성 문제에 있어서,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과 관련된 부분에는 그나마 신경을 쓰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을 위한 쉬운 설명은 거의 제공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기에 한국 정부가 이러한 ‘접근성의 결여’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오스트리아와 호주의 사례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협약의 제24조(교육)와 관련한 위원회 위원의 질문과 오스트리아 정부의 답변 과정에서, 매우 충격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

이 내용은 오스트리아의 정부대표단 중 ‘시 정부 관계자’의 답변 중에 들어있었는데, ‘적어도’ 2020년까지 특수학교를 폐지할 계획이라고 했다. 답변자의 직위가 ‘시 정부 관계자’이므로, 이 계획이 ‘연방 정부’의 계획인지, 그 시가 속한 ‘주 정부’의 계획인지, 아니면 ‘시 정부’의 계획인지를, 답변 내용을 통해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오스트리아 연방 정부가 채택한 국가계획이 2020년까지인 것과, 특수학교 폐지 완료의 목표연도가 2020년으로 같다는 점에서, 연방 정부의 국가계획에 이 내용이 포함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스트리아가 ‘적어도’ 2020년까지 특수학교를 폐지할 계획이란 사실은, 모르긴 몰라도 우리나라 교육정책 당국과 특수교육 관계자들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난 9월 23일 방영된 KBS-TV의 9시 뉴스 시간에는, ‘이슈&뉴스’ 코너에서 『장애학생 교육, 갈 길 멀다』는 제목으로 특수교육 문제가 심층적으로 다뤄진 적이 있었다.

이 보도에서는 장애학생이 학교를 통학하고 수업을 받는데 있어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의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특수교육의 문제점들을 제시했다.

그런데 필자는 그 뉴스를 보면서, 리포트의 관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리포트의 관점은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데 애로사항이 많으니, 특수학교를 더 증설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구체적인 보도내용을 보면, “전국의 특수교육 대상자 수는 지난 2009년에 7만 5천명에서 올해 8만 6천명으로 15% 정도 늘었는데도, 특수학교는 수용인원이 6%밖에 늘지 않았으며, 특히 장애학생이 가장 많은 서울의 경우에, 지난 10년 동안 특수학교가 단 한 곳도 생기지 않았다.”고 리포트했다.

필자는 협약 성안 과정의 다양한 논의 테이블 중 하나였던, 지난 2004년 11월의 베이징회의(유엔 ESCAP과 중국장애인연합회 CDPF 공동주최의 ‘장애인의 권리와 존엄의 보장과 증진에 관한 국제협약에 대한 유엔 ESCAP/CDPF 지역 회의’)에 참여한 바 있었다.

그 회의에서 ‘교육’ 부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때, 당시 일본측 대표는 자국의 경험을 예로 들면서, 격리교육을 하더라도 별 다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며, 협약에서 격리교육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협약의 취지 자체가 통합 사회(inclusive society)를 지향하는 것인데, 장애만을 이유로 격리된 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받아들여질 수 없는 주장이었고, 결국 일본의 이러한 주장은 묵살되며 최종 협약의 내용에서 빠지게 됐다.

특수학교를 통한 격리교육은 우리나라가 비준한 협약 제24조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협약은 당사국들이 통합교육을 실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받는데 애로사항이 많다면, 그 애로사항을 개선해서 장애학생들이 일반학교에서 통합교육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해야지, 협약을 위배하며 특수학교로 돌아간다는 것은 잘못된 해결방식이다.

그것은 마치, 사회적 여건이 미성숙되어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들다고 할 경우의 해결책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라, 그냥 장애인을 시설에 수용하고 말도록 하는 정책 대안을 내놓는 것과, 다름없는 생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국가계획이 충실히 이행된다면, ‘적어도’ 2020년까지는 오스트리아에서 특수학교가 없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 또한 협약을 비준했으므로, 기존의 격리교육을 통합교육으로 전환해야만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과연 언제가 되어야 특수학교가 없어질 것인가? 그러한 목표가 우리나라의 교육 정책 목표에 들어있기는 한 것인가?

계속되는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특수학교 폐지 내용을 담은 오스트리아의 국가계획은, 한국 정부가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을 대하는 자세와 향후의 정책 개선 방향에,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이광원의 소비자로서의 장애인’ 코너가 종료됩니다. 그동안 본 칼럼을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좋은 칼럼으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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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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