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를 탄 소녀의 가족이 고창 학원농장을 찾았다. ⓒ김대식

고향이 전북 고창인 필자에겐 일년에 대여섯 번은 꼭 가게 되는 여행지 중의 한 곳이다. 고창의 학원농장은 최근 사진작가들에게 빠트리지 않는 출사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현재는 봄에는 청보리,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메밀꽃을 테마로 경관농업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그 곳에서 우연찮게 휠체어를 타고 있는 소녀와 함께한 한 가족을 발견하게 되었고, 우연찮게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아빠, 여기 정말 좋아요! 하지만 좀 더 들어갈 수 있을까요?"

결국 아빠의 품에 의지해서야 소녀는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김대식

다른 사람들과 달리 휠체어로 들어가기가 어려운 관람로 사정 때문에 결국 소녀는 휠체어가 아닌 아빠의 팔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다소 안타깝다는 생각과 함께 작년 초에 대형 서점의 현수막에 내걸려 많은 사람들에게 더 알려졌던 나석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자세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이 역시 조금의 관심만 모은다면 거창한 편의시설이 아니라도 지금보다는 더 가까이까지 보고 싶은 풍경 속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편의시설을 확충해 나가는 일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보완되어야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지자체 및 이러한 관광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휠체어 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이동식 화장실이 갖추어진 전남 담양 가로수길. ⓒ김대식

취재 중 전남 담양에 메타세콰이어로 잘 알려진 가로수길에서는 이동형 화장실에 장애인 화장실이 함께 설치되어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역시 설치 장소가 휠체어가 접근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장애인들의 큰 근심 하나는 덜어내고 마음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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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를 시작하며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지고, 사진을 찍다보니 돌아다닐 일이 많아 여행이 좋아졌다. 하지만 정작 여행지에선 장애인들을 볼 수 없는 현실이 아쉬웠다. 누구나 함께 걸을 수 있는 여행길을 만들고 싶은 여행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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