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전북 고창인 필자에겐 일년에 대여섯 번은 꼭 가게 되는 여행지 중의 한 곳이다. 고창의 학원농장은 최근 사진작가들에게 빠트리지 않는 출사지로 유명세를 타면서 현재는 봄에는 청보리,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메밀꽃을 테마로 경관농업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다.
그 곳에서 우연찮게 휠체어를 타고 있는 소녀와 함께한 한 가족을 발견하게 되었고, 우연찮게 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아빠, 여기 정말 좋아요! 하지만 좀 더 들어갈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휠체어로 들어가기가 어려운 관람로 사정 때문에 결국 소녀는 휠체어가 아닌 아빠의 팔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다소 안타깝다는 생각과 함께 작년 초에 대형 서점의 현수막에 내걸려 많은 사람들에게 더 알려졌던 나석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자세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 이 역시 조금의 관심만 모은다면 거창한 편의시설이 아니라도 지금보다는 더 가까이까지 보고 싶은 풍경 속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편의시설을 확충해 나가는 일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보완되어야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지자체 및 이러한 관광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
취재 중 전남 담양에 메타세콰이어로 잘 알려진 가로수길에서는 이동형 화장실에 장애인 화장실이 함께 설치되어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 역시 설치 장소가 휠체어가 접근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장애인들의 큰 근심 하나는 덜어내고 마음편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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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를 시작하며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지고, 사진을 찍다보니 돌아다닐 일이 많아 여행이 좋아졌다. 하지만 정작 여행지에선 장애인들을 볼 수 없는 현실이 아쉬웠다. 누구나 함께 걸을 수 있는 여행길을 만들고 싶은 여행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