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유엔총회에 ‘장애인을 위한 새천년개발목표(MDGs :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실현보고서를 제출하면서 MDG가 장애인의 문제와 연결되기 시작하였다.

MDGs는 21세기를 맞으면서 유엔이 제정한 새천년계획으로 세계 빈곤탈피와 기아방지를 막기 위한 것이다.

MDGs의 내용이 장애인의 문제를 직접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나, 장애인들의 삶이 최빈국에서는 더욱 어려우므로 장애인에게도 당연히 실현되어야 한다고 하여 장애인단체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장애인단체들도 새천년 계획을 장애인 인권 신장의 동력으로 활용하려고 노력하였다.

MDGs의 내용을 보면 2010년까지 초등학교 미졸업률을 2000년 현재 수준의 절반으로 줄인다거나 1일 평균 소득에서 1달러도 되지 않는 인구수를 절반으로 줄이도록 각국 정부는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러한 계획은 선진국이 보기에는 자국에는 해당되지 않는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최빈국가의 입장에서는 매우 절실한 문제로서 선진국의 지원을 받아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강할 것이다.

교육이나 고용, 소득 등은 삶을 유지함에 있어 수준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어느 정도 개선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 개선의 속도가 가장 느린 것이 장애인 계층이다.

그러므로 유엔에서는 MDGs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였던 것이고, 장애인단체에서 아·태 장애인 10년 등 인권의 문제를 실현하는 운동 과정에서 MDGs와 연계를 통한 운동전개로 효과를 거두고자 하였고, 유엔 에스캅 등에서도 장애인 문제와 빈곤퇴치를 주요 의제로 부각시키고자 노력하였다.

2010년 유엔 총회 및 유엔사회개발위원회에서 사무총장 보고서를 채택하여 장애와 개발에 대하여 고위급 회의를 1일 개최할 것을 제안하였는데, 이 회의가 9월 23일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다루어지게 된 것이다.

이 회의는 2011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문을 통해 채택하여 장애에 관한 총회(General Assembly on disability, HLMD)를 정부 대표급으로 개최키로 하였으며, 2011년 12월 ‘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 결의문에서 장애포괄적 개발을 의제로 하기로 하였다.

장애와 개발 유엔 총회 정부 고위급 회의는 단 하루의 일정이지만 세계의 관심을 받고 행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하여 구체적 준비와 참석 홍보 등이 이렇게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기대를 가지게 하였다. 유엔 사상 최초로 열리는 장애인 인권과 개발에 관한 고위급 회의이기 때문이다.

반기문 총장의 재임 총장직 수행의 핵심 공약이기도 한 MDGs에서 전세계 빈곤층의 20%를 차지하는 장애인 그룹을 고려하지 않고는 국제사회 빈곤퇴치 및 모두를 위한 개발 성취가 불가함을 인식하여 모두가 행복한 2015년 이후의 개발계획을 채택하는 것이 회의의 주요 목적이었다.

MDGs는 10년간의 캐치 프레이즈였고, 포스트 MDGs는 2015년까지의 계획으로 포스트 MDGs가 종료된다고 하더라도 장애이슈로 지속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던 회의였다. 이제 포스트 MDGs는 2년 2개월밖에 남기지 않고 있는 시점이다.

단 하루의 귀중한 회의의 개회식에서 총회 의장 및 사무총장의 인사말과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장 및 장애관련 활동 인사, NGO 대표의 인사가 있었다.

그리고 원탁회의1에서 국제 협력과 파트너십에 대하여 논의가 있었는데, 한국의 보건복지부는 공여국으로서, 그리고 새로운 아·태 장애인 10년의 주도국으로서 초대되어 한국의 적극적 협력 약속과 ICT 기술 협력을 강조하였다.

인천전략에서 새로운 아·태 10년을 주창한 한국이 이러한 약속을 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아무런 대안도 마련하지 못하였다. 여기에 장애인단체들이 재단설립이나 협력 지원을 위한 준비팀 구성 등의 시급성을 강조하면서 추진을 요구하고 있으나, 손 놓고 있는 정부가 국제회의에서 또 하나의 약속 난발을 하는 것은 아닌 지? 민간이 하는 사업을 국가 홍보사업으로 활용만 하고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한국의 외교부는 회의 다음날인 9월 24일, 사이드 이벤트인 회의에 초대되어 공여국으로서의 공헌 의지를 표명하였다.

전 세계 장애인 인구는 전체 인구의 15%에 달하는 10억여명이며, 이들 중 80%가 개도국에서 빈곤한 삶을 살고 있으며, 세계 빈곤층의 20%를 장애인이 차지하면서 교육을 비롯한 고용, 보건, 사회적 지원에서 배제된 채 살고 있다.

국제적 빈곤 퇴치를 목적으로 하는 새천년개발목표(MDGs)가 전세계 15% 인구인 장애인의 욕구와 관점을 수용하지 않을 때 진정한 빈곤퇴치는 불가능하며 또한 무엇보다도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는 개발 계획에서부터 장애인이 접근가능하고 이용가능한 프로그램 및 인프라스트럭처가 설계되어야 한다.

MDGs가 치명적으로 그 목표에 장애인 관점을 포함시키지 못한 점을 고려하여 최근 유엔 등 국제 사회는 지속적인 국제개발의 가속화를 위하여 장애인 및 장애인 문제를 국제개발에 주류화하도록 일련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러한 인식이 MDGs 기간에 포함되지 못하고 그 이후 계획을 세우면서 지속 가능을 이야기하는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

이는 장애 포괄적 정책을 주창하는 유엔에서조차 장애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2015년 이후의 사업으로 장애인의 MDGs문제를 다룬다는 것은 유엔의 세계 이슈화를 연장함으로써 유엔의 개발사업의 연장사업으로 기간을 더 늘리는 효과로서 개발관련 유엔 직원들의 사업을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엔은 각국의 개발을 촉진할 명분이 되고, 장애인단체의 활동의 근거가 될 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 장애인 문제를 이슈화하고 삶을 개선할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장애인 단체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한국장애인재활협회, 한국장애인연맹(DPI) 등 많은 장애인단체들이 이 회의에 참석하였다.

‘Post-2015 개발 의제 및 장애인을 위한 통합 개발’을 주제로 진행된 '원탁회의 2'에서는 구체적으로 장애인의 문제를 다루거나 계획을 진전시키지 못하고 현재의 추진 과정에 장애인 문제도 포함한다는 정도로 다루어졌다.

이를 두고 구체적 실천계획이 반영되었다고 평가하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장애를 포함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오류를 시인한 것이며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는 단체가 있고, 각국의 협력과 노력을 천명한 것은 또 하나의 선언적 행사에 불가하다고 의미를 평가절하하는 단체도 있다.

기금을 확실하게 정한다거나 계획을 추진하는 프레임워크에 분과를 설치한다거나, 장애인단체를 참여시켜 모니터링을 한다거나 하는 등의 구체성은 결여되었다는 지적인 것이다.

고위급 회의 장소가 협소한 관계로 본회의장에는 정부대표단과 제한된 국제단체가 참여하고 다수의 민간단체는 별도의 2개 컨퍼런스 룸에서 화상을 통하여 회의 진행을 관람해야 했고, 충분한 회의의 참여가 보장되지 못했다는 것도 행사를 위한 행사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한국에서는 6월 25일 ‘국제개발협력 기본법’이 개정되어 제3조 기본정신 및 목표에 ‘장애인의 인권 향상’이 사업 종류에 포함된 것을 가지고, 상반된 평가가 있다.

장애와 개발에 있어 국제협력을 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였다고 자평하는 단체가 있고,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장애’를 범분야(cross- cutting) 이슈로 반영하는 정책 수립 근거를 마련한 것의 첫단추를 너무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단체가 있다.

과대평가를 지적하는 단체는 또한 실제 책임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추진력의 미비와 게으름과 인식부족은 한국 주도로 새로운 아·태 장애인 10년의 자격조차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이것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경우 외국의 한국에 대한 실망으로 오히려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을 공무원이 저지르고 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나타내고 있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