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20 정상회의 기념사진(사진 출처: 웹페이지 화면 캡처). ⓒthe U.S. Embassy in Jakarta, Indonesia

지난 9월 5일 게재된 필자의 칼럼에서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제10차 세션 개막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포스트-2015’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위원회 회의에 대한 소개가 주 내용이라 ‘포스트-2015’는 간략히 설명했기 때문에, 추후 게재하는 칼럼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기로 약속드린 바 있었다. 이번 호 칼럼에서는, 그 ‘포스트-2015’에 대해 보다 자세히 설명해보고자 한다.

'포스트-2015'에 대한 유엔 차원의 대응은, 2012년 6월에 개최된 리우+20(Rio+20) 회의에서 처음으로 요구됐다.

그럼, 리우+20 회의는 뭘까?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는, 유엔의 주관으로 세계 각국의 정상과 정부대표, 국제기구 대표, NGO 대표 등이 한데 모여, 지구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개발을 이어나가자는 의미의, ‘지속가능한 개발(sustainable development)’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정상회의(리우-92 회의)가 개최됐다. 그 회의 결과로,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사막화방지협약 등 3대 협약이 체결되었고, 유엔지속가능발전위원회(UNCSD : UN Commission on Sustainable Development)의 창설이 합의된 바 있었다.

이 정상회의는 그 후 매 10년마다 개최되고 있어서, 지난 2002년에는 그 두 번째 회의(리우+10 회의)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됐다. 그 결과 요하네스버그 선언이 채택되었는데, 기아, 영양실조, 분쟁, 조직범죄, 자연재해, 테러리즘, 인종차별, 질병 등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지적됐었다.

한편, 2012년 6월 열린 리우+20 정상회의에서는, 녹색경제(Green Economy) 아젠다를 채택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The Future We Want)'라는 제목의 최종성명이 발표됐다. 탄산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또한 사회통합을 지향하는 새로운 경제모델의 이행을 촉구했다. 바로 이 회의에서, 2015년이면 끝이 나는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이하 ‘MDGs’) 이후의 전 세계적 개발목표가 될, '포스트-2015'에 대해 유엔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이다.

유엔 고위급패널 멤버 소개 이미지(사진 출처: 웹페이지 화면 캡처). ⓒInternational Institute for Applied Systems Analysis

이에 따라 그 다음 달인 2012년 7월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27명의 GO와 NGO 전문가들로 짜여진 ‘고위급패널(HLP : High Level Panel, 이하 ‘HLP’)’을 구성토록 하여, ‘포스트-2015’의 초안을 도출해내도록 주문하였고, 이에 따라 HLP는 4차례의 회의를 통해 초안을 만들었으며, 그 HLP의 결과보고서는 2013년 5월 30일에 반기문 총장에게 제출되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전문가 그룹인 HLP 멤버 27명 중에는 한국인이 한 명 포함되어 있는데, 그 분이 바로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이다.

본래 리우+20 회의 자체가 ‘지속가능한 개발’이 주요 포커스기 때문에, 거기서 나온 요구는 당연히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s :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가 중심이 되었고, 아울러 기존 MDGs의 한계점들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컸었다.

아무튼 반기문 총장에게 제출된 HLP 보고서의 키 포인트를, 필자 나름대로 정리해보자면, 첫째, 기존의 OECD의 개발원조위원회(DAC : Development Assistance Committee)가 중심이 되어왔던 기존의 개발원조를 유엔 중심으로 바꿔놓은 것,

둘째, SDGs여야 할 것.

셋째, 최근의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해 개발재원이 감소됨에 따라, 빈곤국이 더 타격을 입은 것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

넷째, 기존 MDGs는 빈곤의 감소가 목표였지만, 이제는 절대빈곤의 근절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것.

뭐, 이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기존의 MDGs는 8개의 목표를 갖고 진행된 데 비해, HLP 보고서가 제시한 목표는 12개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HLP 보고서의 어느 꼭지에서도 장애인 관련 이슈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각 목표들의 세부 내용 중에서, ‘민족, 성별, 출신지, 인종, 장애 등’의 방식으로 열거되는 소수자 문제들 중 하나로, 몇 군데 정도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호 칼럼들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제적인 장애인 조직들은, 지난 번 MDGs에서도 장애인 관련 이슈가 빠져있었는데,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15년간의 전 세계적 개발목표에, 또 다시 장애인 문제가 누락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들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와 개발에 관한 고위급 회담’에서 연설 중인 스티비 원더(사진 출처: 웹페이지 화면 캡처). ⓒZimbio Entertainment

며칠 전인 9월 23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는, ‘장애와 개발에 관한 고위급 회담(High-Level Meeting on Disability and Development)’이 열렸다. 여기서 '포스트-2015'에 장애인 문제를 얼마나, 또 어떻게 넣어야 하는가에 대한 라운드 테이블 토의가 진행됐다.

반기문 총장도 참석하여 진행된 이 회의 개막식에서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를 대표하여 마리아(Maria Soledad Cisternas Reyes) 위원장이, 또한 장애인 당사자 조직을 대표하여 국제장애연맹(International Disability Alliance)의 야니스(Yannis Vardakastanis) 회장이, 기조연설을 통해 장애 포괄 개발의 중요성을 역설하였고, 시각장애인 가수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유엔 평화의 메신저' 자격으로 연설하기도 해서 특히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과연 ‘포스트-2015’에 하나의 목표로 장애인 관련 이슈가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물론 그렇게 된다면 좋겠지만, 현재까지의 정황을 종합해 볼 때 필자는 그렇게 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9월 초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제10차 세션 회의 참관 차 제네바를 방문했을 때, 필자를 포함한 한국 NGO 참관단은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 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이하 ‘OHCHR’)의 관계자들과 미팅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그 때 OHCHR 장애담당부서(OHCHR disability focal point)의 패쿤도 차베스(Facundo Chavez)씨와 OHCHR의 MDGs 관련 부서 한국인 직원인 임혜영 인권담당관께서 ‘포스트-2015’에 대한 OHCHR의 전략에 대해 귀띔해주셨다.

OHCHR 장애담당부서의 패쿤도 차베스씨(좌)와 MDGs 관련 부서 임혜영 인권담당관(우). ⓒ이가원

그분들에 따르면, 현재 OHCHR에서는 ‘포스트-2015’의 주요 이슈로 ‘불평등(inequality)’을 집어넣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불평등’의 피해자들을 생각해본다면, 다양한 소수자 집단들이 있을 수 있을 것인데, 그 중 장애인도 포함된 ‘불평등’이란 이슈를 유엔에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필자의 희망대로(미팅 당시, ‘장애인 관련 이슈가 하나의 독립적인 목표로 포스트-2015에 포함됐으면 좋겠다.’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는데, 그 대한 의견과 전망이 어떤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음.) 장애인 관련 이슈를 독립적 목표 중 하나로 넣으려 한다면, 다른 소수자들 또한 이와 비슷한 요구들을 할 것이기에, 감당할 수 없어 성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망들을 토대로 본다면, 장애인 관련 이슈가 ‘포스트-2015’의 독립적 목표 중 하나로 자리 잡기보다는, 각 목표들 중 관련 있는 부분들마다에 모두 ‘장애 포괄적 관점’이 녹아들어가 있는 형태가, 가장 최선의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그런 예측으로 인해, 장애인 관련 이슈 포함에 대한 주장의 강도를 굳이 약화시킬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아니 이미 전쟁은 시작됐다.

그것은 전 세계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단체들이, 저마다의 이슈를 ‘포스트-2015’에 포함시키기 위한 전쟁이다. 그 전쟁터에서 국제적인 장애인 인권운동가들이 열렬히 싸움(?)을 시작하고 있다. 이제 한국의 장애인 당사자들도, 그 싸움터로의 진격을 시작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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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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