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온화하고 바람은 싱그럽다. 맑고 청아한 가을엔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도 좋을 것 같다. 아침저녁으론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주니 겉옷을 걸치지 않으면 서늘함을 느낄 정도다.

여행하기 좋은 가을. 눈부시게 투명한 날 일상에 붙들려 있자니 왠지 서글퍼진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처럼 가을을 마중하러 시흥 갯골 생태공원을 찾았다.

갯벌 하면 순천만을 떠올리지만 순천만 못지않게 생태 환경이 잘 조성되고 보존된 곳이 시흥시 갯골 생태 공원이다.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적으로 보호받으며 지켜진다. 그런 갯벌을 잘 보전하면 사람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 주며 많은 것을 내어준다.

내륙속의 작은 바다 시흥 갯골은 갯골 이라는 단어도 생소하다. 갯골은 바닷물이 들고 나는 구불구불한 물길을 뜻해 갯벌골짜기, 갯고랑의 준말이다. 산에 골짜기처럼 바다에도 골이 있어 그런 골을 갯골이라고 부른다.

갯골 생태공원 갈대밭은, 70년대 논으로 개간되어 2천 년대까지 농사를 짓다가 다시 생태공원으로 편입됐다. 현재는 갈대를 주제로 한 생태문화 탐방로로 조성되어 시민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내륙 깊이까지 바닷물이 들어오는 내만갯골로 칠면초, 나문재, 퉁퉁마디, 모새달, 붉은발농게, 방게류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자연생태가 싱싱하게 살아있으니 사계절 수많은 철새가 날아들고, 2012년 2월 국가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다.

갯골엔 다양한 동식물도 찾아와 온다. 갯골과 갈대밭은 풍부한 먹잇감과 좋은 서식지이기 때문에 새들의 보금자리로 이용되고 있다.

텃새인 중대 백로를 비롯해, 검은 등 할미새, 쇠제비 갈매기, 쇠백로가 생태공원에서 주인행세를 한다. 그 중에 백로는 쉽게 볼 수 있다. 백로는 하절기가 짝짓기 계절이라 갯골을 여행할 때 새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용조용히 다녀야 한다.

나그네새도 종류가 다양하다. 시베리아나, 북극권에서 도요새 종류인 민물도요를 비롯해, 마도요, 넓적부리 도요도 찾고요 큰 뒷부리 도요도 갯골을 찾는 손님 이다. 갯골에 사는 새나 동식물이 갯골에 주인이니 공원에 들어서면 손님인 사람이 예의를 지켜야 한다.

시흥시는 공단이 있는 도시로 알려지면서 죽음의 호수인 시화호로 안 좋은 인식이 남아 있었다. 그런데 갯골생태공원이 도심에 있다는 것이 좀 생소했다.

그동안 많은 노력으로 호수도 제 모습을 찾아가 동물들의 훌륭한 서식지로 자리매김 했다. 시흥시는 오명을 벗고 갯벌을 개간해 논이었던 갯골 생태공원도 시민들이 찾고 싶은 곳으로 조성됐다.

갈대 사이를 걷다보면 한 무리의 솟대를 만난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솟대 군락은 멀리서 보면 새가 무리지어 나는 모습이다. 대나무로 만든 솟대는 갈대숲과 어우러져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린다.

공원엔 주변을 한눈에 볼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전망대에 올라가면 멀리 월곶, 소래포구, 염전, 생태공원 인근이 시야에 들어온다.

특히 옛 염전 갯골엔 ,칠면초가 갈대 군락과 함께 조화롭게 자라고 있어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염전 밭엔 소금 꽃도 활짝 폈다. 현재는 갯물해안학습교실, 염전체험 등이 어린이를 위한 생태학습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멸종위기의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서식하는 곳까지 갯골의 생태는 싱싱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도심 속에 갯골이 있는 것도 새롭기만 한대 멸종위기 종까지 서식하니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다.

데크로를 따라 가다보면 용두레를 만날 수 있다. 용두레는 깊은 곳에 고인 물을 높은 곳에 있는 천수답으로 퍼 올리는 재래식 양수 시설이다.

지방에 따라서 용두레, 파래, 품개, 풍개로 부르기도 한다. 하늘 까지 닿을 듯 한 갈대 사이를 헤치고 나가면 어느새 밀물이 들어온다. 물이 들기 시작하면 낚싯대를 드리운 강태공들이 세월을 낚기 시작한다.

갯골을 따라 걷다보면 공원은 연꽃 단지와 물왕리 저수지 까지 자전거 길로 연결돼 있다. 연결된 길엔 자전거 라이딩 하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잘 생긴 길옆엔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노랗게 익어가는 벼는 고개를 숙이고 가을 꽃 연꽃은 활짝펴 심청이가 꽃 봉우리 속에서 걸어 나올 것 같다.

가을 초입, 갯골 생태공원에선 한바탕 축제도 펼쳐진다. 갯골 생태 축제는 시민의 안녕 굿을 비롯해서 상상마당 공연, 어쿠스틱 음악제 인형극, 마임공연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성하다. 결실의 계절 가을, 갯골 생태공원으로 차분하게 맞이하러 떠나보자.

•가는 길

4호선 오이도역 하차

이용 하루 전, 희망 네 바퀴 031-488-6822

•먹거리

생태공원 내엔 식사 할 만한 곳이 없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서 가을소풍을 즐겨보자

•장애인화장실

생태전시관 내

•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갯골 생태공원. ⓒ전윤선

갯골 생태공원. ⓒ전윤선

소금꽃이 피는 염전. ⓒ전윤선

갯골모습. ⓒ전윤선

갈대 숲 솟대군락. ⓒ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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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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