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쿠르트 헬스키퍼(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서인환

중국이나 태국 등에서 여행지에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안마를 하는 것을 보고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첫째는 시각장애인이 아닌 사람들이 안마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시각장애인만이 안마를 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는데, 비장애인이 안마를 하는 것을 우리도 허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실제로는 비장애인도 안마(마사지업)를 하고 있으나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고 있다. 비장애인 안마사들이 직업의 자유라는 문제를 들어 위헌소송을 하였으나 합헌결정이 난 것이므로 단속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은 행정기관의 업무태만에 해당한다.

미국이 렌돌프-세퍼드법에 의해 시각장애인만 자판기 사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나, 스페인이 복권사업을 시각장애인만이 하도록 한 것처럼 시각장애인의 소득 보장을 위한 보호정책으로 전업을 인정하는 것은 오히려 자랑거리이고 발전시켜야 할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우리도 외국처럼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없을까 하는 문제이다. 국민건강에 더욱 기여하고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키면서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하여 안마시술소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새로운 발전모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역사를 검토해 보자.

20여 년 전에 정부에서는 시각장애인의 직업 확대를 위하여 보건소마다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여 안마를 보건소에서 의료시술로 하겠다고 발표한 적이 있었다.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의료인으로 공무원이 될 수 있고, 취업하여 안정된 직장을 가지며 많은 시각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었다.

그러나 안마업계에서는 오히려 반대를 하여 이 사업은 시행되지 못하였다. 반대한 이유로는 첫째 법적으로 안마사 자격을 갖추지 않은 사람에게 안마사가 고용되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당시 안마사가 월 200에서 300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음에도 낮은 임금으로 추락하고, 직급도 낮아 보건소에서 시각장애인을 최하위직으로 고용하는 것은 안마업의 발전이 아니라 퇴보라는 것이었다.

즉, 의료인으로 인정하여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혜와 동정 차원에서 일자리를 만든 것이 실패 원인이었다.

다음으로 한의사와의 협진에 대한 시도가 있었다. 당시 한의사와 안마사와 마찰이 있었는데, 그것은 시각장애인이 침술을 겸하고 있어 이것이 한의사의 고유 업무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각장애인들은 맹학교 교육과정에서 침술을 배웠고, 해방 전까지만 해도 침사자격을 같이 받았으나 미군정에서 동양의학의 불인정으로 자격부여가 취소되었던 것이지만, 침술행위를 다시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한의사협회에서는 이를 반대한 것이다.

시각장애인 입장에서는 일본의 경우처럼 맹학교에서의 교육을 통한 침사인정을 한국에서도 도입해 달라는 것은 그럴만한 일이었고, 수지침처럼 국민 누구나 침술을 하는 현 시점에서 침의 굵기를 기준으로 어느 선까지 인정해 주는 것은 일리가 있어 보였다. 결국 침사자격은 인정하지 않으나 3호침까지의 시술을 인정하는 선에서 일단락이 되었다.

일본에서 동양의학(한의사)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는 한의사와 시각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방식이 성행하고 있어 국내 한의사들도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안마업과 협업하는 방안을 모색하려 했다. 이는 한의학의 발전과 시각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안마업종 자격증이 없는 사람은 안마업 개설을 할 수 없어 한의사가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고용할 수 없다는 법적 문제에 부딪혀 시도는 좋았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선의로 시각장애인을 고용한 사람만 곤욕을 치렀다.

세월이 흘러 안마시술소의 퇴폐영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안마업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중심으로 헬스키퍼라는 신직종을 개발하여 대기업에서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여 건강관리를 돕도록 하는 것과 백화점 등 불특정 다수 고객의 서비스 차원에서 헬스키퍼를 하도록 하여 일자리를 만들어 보려는 시도가 일어났다.

안마시술소가 전국 800개에서 150개 정도로 축소되어 맹학교 출신의 안마사 일자리가 줄어들자 맹학교에서도 헬스키퍼를 양성하여 기업에 취업시키고자 노력을 하였고, 기업에서도 장애인의무고용율을 맞추고 시각장애인 고용을 하기 위한 하나의 좋은 방안으로 받아들였다.

장애인의 미고용으로 고용분담금을 내는 것보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기업의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고, 막상 시각장애인을 고용하고자 하여도 업무부여가 마땅하지 않아 직무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헬스키퍼는 상당히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 최근 상당한 기업에서 시각장애인 헬스키퍼제도를 도입하여 직원이나 고객에게 안마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 역시 법적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다. 안마는 의료행위이다. 의료법 제82조 3항에는 안마업도 의료법상의 기준을 준용하도록 되어 있으며, 그 의료업의 기준 중 동법 제66조 1항 4에서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의료인이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것을 금하고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상의 업무정지를 하도록 되어 있다.

즉 고용주인 원장은 안마사여야 하고, 안마사가 원장이 되어 다른 안마사를 고용할 수는 있으나 안마사가 아닌 사람이 안마사를 고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처벌은 고용된 안마사가 받게 되어 있다.

이 조항으로 인하여 보다 많은 시각장애인의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헬스키퍼가 발전하지 못하고 기업에서도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여 헬스키퍼제도를 도입하려고 하였다가도 취소하는 일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정부에서는 건강안마원 제도를 만들어 70년대 이전의 안마원처럼 순수 안마라는 의료행위만을 하는 업소를 장려하고 있으며, 안마바우처 제도를 도입하여 국민건강과 안마사의 소득증대를 돕고 있다. 즉 새로운 직종으로 유도하고는 있는 것이다.

최근 이런 형태로의 사업전환을 촉진하기 위하여 최동익 의원실에서는 의료법을 개정하여 기업에서 시각장애인 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개설자격을 완화하려고 하였으나, 대한안마사협회는 이를 강력 반대하였다.

반대 이유로는 기업에서는 동등한 직원으로서 대우가 아니라 최저임금 수준으로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여 기업의 의무고용을 지키려는 의도라는 점과, 실제로 그렇게 악용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즉 장애인 고용실적을 높이는 것은 좋으나 제도를 악용한 기업 이익의 수단이지 진정 장애인을 위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완화가 되고 나면 비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을 형식적으로 고용하고, 결국 안마업에 뛰어들 수 있는 틈을 주게 되어 시각장애인의 전업이 무너진다는 우려이다.

대한안마사협회의 한 관계자는 연계고용을 통하여 시각장애인이 안마원을 개설하고 기업에서는 자회사로 연계를 하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기업에 직접 고용되어 일한다는 자긍심을 주는 데에는 불리할 수 있으나, 그것이 현행 법률을 준수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에서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그 기업의 평균 임금이나 직급에 해당하는 급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 안마시술소의 단속으로 시각장애인의 생계대책이 막연하여 ▲현행 안마시술소 단속에서 사업의 전환의 시간을 줄 것, ▲5년간 매년 20%씩 비안마 직원을 축소하되 비장애인의 불법안마도 매년 20%씩 단속하여 정리해 줄 것, ▲관광산업과의 연계와 일정 수준의 소득을 정부가 지원하고 새로운 건강안마원의 운영과 설립을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 등을 제안하면서 이것이 실현되면 시각장애인의 생계가 가능해지므로, 현행 안마시술소를 점차 없애고 사회적 지탄이 되는 업종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시각장애인이 큰돈을 벌기 위해 현재의 안마시술소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생계대책만 만들어지면 현행의 무리한 사업은 자연히 없앨 것이며, 시각장애인들도 긍정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고 싶다는 것이고, 수급비가 아닌 일하면서 국민의 도리를 다하고 싶다고 말한다.

정부에서 이러한 시각장애인의 요구에 귀 기울여 서로 협력하여 시각장애인의 직업문제를 풀어 나갈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은 시각장애인이 아니라 정부가 이러한 새로운 모색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쥐를 잡을 때 구석으로 몰면 고양이도 문다는 말이 있다. 밥줄이라는 생계문제를 단순히 채찍으로 단속만 하고 비난만 하여 해결할 문제는 분명 아니다.

그리고 새로운 모색의 방법이 안마사의 지위를 하락시키거나 최저 임금으로 모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장애인이니 열등한 일자리라도 만들어야 한다거나, 기업의 악용을 허용하면서 타협을 협력으로 둔갑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노동력을 무시하고 직업재활시설에서는 최저임금 적용의 예외직종으로까지 하고 있으면 직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일거리가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주어야 한다.

맹학교 교장이 안마사 자격자가 아니면 맹학교에서 시각장애인을 고용하여 외래환자를 치료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그러나 학생실습으로만 하고 급여를 주지 않으면 수익사업을 하여도 된다.

고용을 하는 것이 장려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법이라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안마업의 운영권과 행위권을 안마사 자격자에게만 줌으로써 자본이 있는 사람은 운영자가 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노동자가 되니 자본이 노동 위에 있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결국 시각장애인 내부에 갈등 계층이 생길 수 있으므로 운영권의 배분에 있어 적절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헬스키퍼라는 신직종이 성공하지 못하고 안마시술소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을 시각장애인 개인 영업자의 문제로 몰지 말고 정부의 정책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실효성 있는 사업장려 지원책과 보장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100년 전 일제강점기의 시각장애인 고용정책보다 못한 정책이 되어 버릴 것이다.

광동제약, 현대백화점, 아모레퍼시픽 등에서 헬스키퍼제가 운영되고 있어도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의 불법영업을 잠시 눈감으면서 시각장애인 신직종 개발을 권장할 것인가, 비시각장애인의 헬스키퍼 불법영업을 어떻게 단속해 나갈 것인가, 시각장애인을 모두 성매매방지법 전과자로 만들 것인가, 문제는 산적해 있고, 복지부 직업재활은 노브레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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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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