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증 카드. ⓒ서인환

국민연금에서는 2년 전부터 국민연금증 카드라는 것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자가 되면 매월 수급자가 지정한 통장에 연금을 입금하게 되는데, 이 통장에 딸린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통장은 각 자가 원하는 은행에서 만들고 그 통장에 잔고가 있거나 앞으로 들어올 돈이 정해져 있으니 어느 은행이든 직불카드나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각 자가 개인별로 은행 직불카드를 만들지 않고 국민연금증 카드를 만들도록 하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요했다.

국민연금은 장애인복지카드와 같이 신분증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신분증이란 주민등록번호와 사진, 성명, 주소가 들어가야 하며 공공기관에서 발행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사기업이므로 신분증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발행하는 과정에서 조폐공사를 끼면 된다.

그리고 노인으로서 국민연금 수급자라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하여 노인우대 할인제도를 연결한 것이다. 일종의 노인 증명서인 셈이다. 바로 어르신 카드로 통하는 것으로, 병원, 공원을 이용할 경우에는 10% 할인혜택을 주는 등의 상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은 카드사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유치를 위한 카드가맹점에서 부담하는 것이므로 카드사나 국민연금은 아무런 지출 없이 노인우대 카드를 만들 수 있다.

노인이 일종의 소비자 연대로서 할인혜택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미 카드사는 회원이라는 소비자 그룹의 힘으로 다양한 할인혜택을 부여하고 있으며, 국민연금증 카드를 통해 노인을 위한 맞춤형 카드를 만든 것.

사기업이 회원들의 수를 이용하여 소비자 대표로서 일종의 사회적 협동조합처럼 공동구매권을 가지고 협상하여 회원들에게 혜택을 주며, 그것이 다시 회원 모집의 상품으로 활용되고, 회원의 매출은 기업의 이익이 되도록 하였다.

매월 정기적인 연금이 입금되므로 그 금액 한도 내에서는 신용카드도 만들 수 있다. 이는 노인들에게 긴급 자금을 지원하여 어려움을 도와준다고 할 수도 있으나, 어렵게 만들어진 연금에까지 카드상품을 만들어 수수료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비판을 할 수도 있다.

직업이 없는 노인이 매월 입금되는 연금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찾아 손녀에게 식당에서 밥을 한 끼 사주는 것보다 카드로 결재하면서 좀더 우아한 모습을 보일 수 있으니 좋지 않으냐고 말할 수 있다. 그것도 그냥 직불카드보다는 어르신을 증명하는 연금증카드를 내밀면 더욱 품위가 있어 보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연금에서는 카드 매출의 일정금액을 카드사로부터 기금을 조성하여 기부를 받고 있다.

만약 카드사로부터 이러한 기부를 받지 않는다면 그 금액만큼 카드 사용 어르신들에게 포인터로 돌아갈 것이다.

그 기부액이 이제 연간 7억원이 넘고 있다.

국민연금에서는 이렇게 조성된 기부금을 가지고 별도의 사회공헌기금이라 하여 독거 노인에게 김치를 만들어 기부하기도 하고, 여수박람회 입장권을 구입해 주기도 하였으며, 생활이 어려운 몇 백명을 선정하여 생필품을 기부하기도 하였고, 국민연금 연체자의 연금납부액을 대납해 주기도 하였다.

여기에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국민연금이라는 준조세를 취급하고 있는 공기관이 민간기업으로부터 기금을 받는 것이 타당한가이다.

국민연금이 일종의 기부금을 받는 기관이 되어 공동모금회와 같은 배분기관이 되었다는 것은 본연의 업무상 맞지 않다.

다음으로 배분의 결정을 누가 하는가이다.

국민연금증 카드 이름이 ‘내월급 어디가?“인데, 남의 월급을 가지고 기부를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그 사용처 결정도 담당 직원의 결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기금관리위원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금을 재단법인과 같은 배분전문 유관기관에 맡겨서 처리하는 것도 아니고, 시민사회단체나 인사들로 구성한 협의체가 만들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담당자가 ‘이 사람에게 김치를 주고 싶다’고만 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공적 기금의 사금고화나 공단의 홍보비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이 문제는 18대 국회에서 여러 번 지적을 받은 사항이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뚝심으로 계속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이 몇 년 전 장애인 사업을 확대하고자 할 시기에 그 사업은 장애인판정도, 활동보조 서비스 판정도 아니었다. 장애인 서비스 전달체계였다.

그러나 이것은 장애인 판정과 활동보조 서비스 판정으로 변질되었고, 복지부의 위탁기관으로서 장애인 서비스의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러한 역할을 어느 단체에 맡길 것인지 결정하는 자리에서 국민연금은 '우리는 정관에 국민연금의 2%의 범위 내에서 사회공헌을 하도록 되어 있어 현재의 기금이 400조가 넘는 것을 생각하면 10조원에 가까운 돈을 사회복지를 위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라고 수탁의 유리함을 역설했다.

차후에 왜 그런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해 놓고 전혀 사회공헌에 사용하지 않고, 직원의 급여를 조금씩 모아 연말불우이웃돕기 등으로 생색내고 있느냐고 물어 보면, '국민연금은 준조세로서 국회에서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있어 정관에는 사용할 수도 있도록 되어 있으나, 국회에서 그러한 예산을 편성해 주지 않아 사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국민연금의 고객감동 프로그램은 바로 회원들이 낸 비용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며, 국민연금 수급자의 매출을 이용하여 비율제로 기부금을 조성하여 객관적 결정구조나 외부의 기부기탁이 아닌 공기관 직접사업으로 사회공헌을 하고 있다.

연금수급자 증명서로도 대체할 수 있도록 하여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이 카드를 사용하게 하여 카드의 발매수를 늘리고, 자연스럽게 카드 매출을 올리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다.

신분증 기능과 더불어 지하철 무임승차교통카드 기능을 갖도록 하였으며, 이로 인해 카드 사용이 늘면 카드사가 국민연금에 기부하는 금액은 늘어난다.

‘내 월급 어디가?’ 카드로 인하여 월급이 카드사의 고도의 매출늘리기 상술과 더불어 다시 카드사와 국민연금공단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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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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