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기분 좋은 하루를 예감한다. 새벽녘 도심은 텅 빈 그릇 같고, 연한 안개는 솟구쳐 오르는 태양을 꾹꾹 눌러댄다. 싱그러운 나뭇잎엔 투명한 이슬이 매달려 출근을 서두른 사람들은 물방울 속에 가둬둔다. 어둠이 가시기도 전 집을 나섰는데 어느새 태양은 도심 한복판을 뜨겁게 달굴 준비를 마쳤다.

커피 향에 이끌러 가던 길을 멈추고 노상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따끈한 아메리카노 커피에서 나는 김은 옅은 새벽안개 같이 신비롭다. 난 정지된 채 앉아 있고 사람들은 빠르게 돌아가는 필름처럼 종종거린다. 멈춰선 시간. 느긋한 이 풍경은 도심 속 정지된 화면 속에 한참을 멈춰서 있다.

도시를 여는 아침햇살은 어떤 빛깔을 내는지 보고 싶었다. 시간에 따라 도시의 풍경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지가는 행인의 도심은 고요하다. 각자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걸어가기 때문이다. 간혹 카페에 들러 커피 한 잔을 사들고 얼른 자리를 뜨거나, 회색빛 빌딩 속으로 사라진다. 오늘 하루도 전쟁같은 삶의 현장에서 적과 싸워 이기겠노라는 비장한 각오라도 한 듯하다. 식어가는 커피 향기를 맡으며 살 곁에 와닿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는 지금 이 순간을 박제한다.

공항철도에 올랐다. 공항철도가 생기면서 서울역에서 인천공항까지 20분이면 도착한다. 오늘 목적지는 인천공항 노선이 지나가는 계양역이다. 계양에서 5분이면 아라뱃길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김포에서부터 시작해도 좋지만 아라뱃길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계양대교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대합실엔 함께 갈 동료들이 벌써 와있다.

오늘의 여행은 경인 아라뱃길 휠체어 트레킹이다. 그동안 오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미루며 이제야 온 것이다. 아라뱃길 여행은 각자 도시락을 싸가지고 오기로 했다. 우선은 마음의 점부터 찍기로 했다.

계양대교 아래엔 노점상들이 아라뱃길을 오가는 자전거 여행객에게 쉼터를 제공한다. 노점상들은 간단한 먹거리와 음료, 막걸리를 팔고 있다. 빈대떡에 막걸리를 시키고 각자 가져온 도시락을 식탁에 펼쳐 놨다. 식탁은 금세 뷔페식당으로 차려졌다.

여행을 할 때마다 정성스럽게 싸 준 K 어머님표 김밥은 최고 중 최고의 맛을 자랑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른 동료가 가져온 삶은 감자, 오렌지, 유부초밥이 입맛을 당긴다. 여기에 보온병에 담아온 따끈한 커피는 오늘의 여행을 짐작하게 했다.

최초의 경인 아라뱃길 개척시도는 팔백여 년 전, 고려 고종 때 시작되었다고 한다. 한강과 서해를 안전하면서 빠른 뱃길로 연결시키려는 경인아라뱃길 개척 노력은 과거부터 계속 이어져오면서 수많은 곡절을 거쳐서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한 것이다.

'2011년 마침내 국민들 앞에 보습을 보인 아라뱃길은 뱃길뿐만 아니라 한강과 자전거 길이 연결돼 있어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자전거가 달릴 수 있다면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휠체어도 달릴 수 있다.

경인아라뱃길은 인천여객 터미널부터 김포여객선 터미널까지 20키로 정도 된다. 여행의 시작은 경인대교 아래인 수향 5경 주변인 귤현지역부터 시작했다. 이곳은 귤현나루, 귤현프라자, 산책로, 자전거, 인라인 등 다양한 수상레저시설이 마련돼 있다.

계양역에서 10분 거리에 귤현프라자가 있고, 장엄하게 서 있는 계양대교를 건너 북측으로 이동하면 수향원도 있다. 이곳은 옛 부터 아라뱃길을 따라 나루가 형성돼 있어서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곳이다.

수향원은 드넓은 김포 들판과 함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테마파크다. 겹처마인 팔각지붕으로 이루어진 수향루를 비롯해 초정, 화계, 송림 등 한국적 풍취와 기풍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공간이다.

아라뱃길은 북쪽과 남쪽으로 나눠져 있고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계양대교에 승강기가 설치돼 있다.

계양대교는 돌담모양으로 만들어졌다. 교각 좌우에 4개의 승강기가 있고 최상층에는 전망 공간도 있다. 하부공간에 있는 뱃길을 향해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대포분수도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계양대교를 건너 남측으로 돌아오면 시민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도자기타일로 표현한 이야기마당이 있다.

이 곳은 아라뱃길이 흘러가는 서울, 김포, 인천시민들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아라뱃길 경관조성에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의 신청을 받은 그림을 도자기타일로 구워서 만들어진 곳이다.

남측에는 야생화 들판과 아름다운 야생화테라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체육활동도 가능한 '다남' 공원도 있다.

요즘은 전국적으로 자전거 길이 잘 만들어져서 자전거로 레저 활동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전거 라이딩은 운동뿐만 아니라 건강도 지키고, 여행도 하니. 1석 3조인 셈. 자전거 길 덕분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도 편리하게 여행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진 것이다.

다남공원을 지나 시천교 쪽으로 걷다가 봉수대를 만났다. 아라뱃길을 걷는데 봉수대라니 조금 생뚱맞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자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아라뱃길에 봉수대가 왜 필요했는지 그 유례를 알 수 있다.

봉수마당은 과거 부평 축곶산에서 인천 서구 백석산인 김포 통진의 약산으로 이어지던 봉수대를 주제로 한 테마 광장이다.

조선 세종대왕실록에서는 백석산 봉수는 약산 봉수로 전달했다고 기록돼 전해진다. 지금도 이 곳 백석교가 지나가는 도로를 봉수대로 라고 부르고 있다.

아라뱃길은 역사를 재구성해서 놓아 이 곳을 찾는 여행객에게 과거와 현재를 잇는 교두보 역할까지 해준다.

단순한 여행에서 역사공부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아라뱃길 여행은 '시천가람터'로 이어진다. 이 곳은 유람선을 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2천명 이상의 청중과 함께하는 도심 속 워터프론트 공간과 세차게 뿜어내는 수상분수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남한강 자전거길 시작인 경인 아라뱃길. 경치는 물론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옷은 살까 말까 망설일 때 사지 말아야 하고, 여행은 갈까 말까 망설일 때 꼭 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유월도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인 계절. 도시락 챙겨들고 물 향기 가득한 경인아라뱃길로 휠체어 트레킹을 떠나보자.

•가는 길

공항철도 계양역 2번 출구에서 우측 500미터 전방

•먹거리

아라뱃길 자전거 길 중간 중간 노점상들이 자리하고 있다.

빈대떡, 잔치국수, 식혜, 음료수, 커피

•장애인화장실

아라뱃길 중간 중간

•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아라뱃길 잔거 길. ⓒ전윤선

아라뱃길을 오가는 유람선. ⓒ전윤선

들녁에 핀 여름 꽃. ⓒ전윤선

아라 전망대 길. ⓒ전윤선

아라뱃길 조망도. ⓒ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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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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