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연대의 워크숍 행사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신혜수 운영위원장(사진 우측) ⓒ이광원

당초 2015년경에나 심의될 것으로 예상되던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협약’) 한국 정부보고서의 심의가 내년으로 앞당겨졌다.

유엔의 예산 부족으로 봄에 1주, 가을 2주씩밖에 진행되지 못했던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이하 ‘위원회’)의 회의가 내년부터 회의 기간이 늘어남에 따라 한국 보고서 심의시기도 앞당겨지게 된 것이다.

이 일정 변경 소식은 아래에서 소개할 행사 참여 차 내한한 위원회 김형식 위원과 국제장애연맹(International Disability Alliance, 이하 ’IDA’)의 인권담당관 빅토리아 리(Victoria Lee, 이하 ‘빅토리아’)로부터 듣게 됐고, 이에 위원회의 사무국에 문의해본 결과 내년 4월에 열릴 봄 세션 때 한국 정부보고서에 대한 ‘현안목록(list of issues)’이, 9월에 열릴 가을 세션에서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가 채택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음이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한국 NGO들의 대응도 당겨진 일정에 맞춰 빨리 서둘러야 할 상황이 되었다.

한국 정부는 협약의 가입국으로서, 협약 이행상황을 보고하는 최초의 보고서를 2011년 6월 유엔에 제출한 바 있다.

이 한국 정부보고서에 대한 민간 차원의 대응으로, 국내의 NGO들이 연대하여 지난 4월 결성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 보고서 연대(이하 ’유엔연대’)’에서는 유엔에 제출할 NGO 보고서의 초안 작성 준비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사전 워크숍에 참석한 IDA의 인권담당관 빅토리아 리 변호사(우측)와 필자(좌측) ⓒ이광원

이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보고서 초안 작성을 맡은 유엔연대의 6개 워킹그룹 멤버들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위해 유엔연대가 주최한 ‘효과적 NGO 보고서 작성을 위한 집중 워크숍’ 행사가 지난 5월 31일과 6월 1일 이틀에 걸쳐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현재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중인 김형식위원의 강연을 듣고 나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실무적인 훈련과정으로 할당했는데, IDA의 빅토리아가 그 트레이너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내한했다.

이 행사가 종료된 지난 6월 1일 오후, 빅토리아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광원 : 바쁜 일정으로 인한 피로에도 불구하고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우선 본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빅토리아 : 현재 유럽에서 9년째 살고 있는 캐나다와 호주의 이중국적 변호사로, 2010년부터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IDA 사무국에서 인권담당관으로 일하고 있다.

이광원 : 빅토리아께서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빅토리아 : 유엔사회권위원회 신혜수위원님,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이양희 전 위원장님,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김형식위원님, 이 분들은 유엔의 조약기구에서 활동 중이거나 활동했던 한국인 위원 분들이다.

이 분들이 함께 관여하고 계신 한국 유엔인권정책센터가 간사단체로 있는 유엔연대에서 5월 31일과 6월 1일 양일 간 진행되었던 협약 관련 집중워크샵 행사의 트레이너로 저를 초정해주셔서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유엔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NGO 보고서 작성을 위한 장애인단체 관계자 역량강화 훈련과정을 이틀 동안 진행하게 되었다. 한국의 정부보고서는 2014년에 심의될 것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시기 적절한 행사였다고 생각된다.

실무 트레이닝을 진행 중인 빅토리아(좌측)와 통역 중인 김병수 통역사(우측) ⓒ이광원

이광원 : 빅토리아께서 현재 일하고 있는 IDA는 어떤 조직인지 소개해 달라.

빅토리아 : IDA는 국제 장애인단체들과 지역 장애인단체들이 회원인 국제적 네트워크로, 협약이나 다른 인권규정들과 관련해서 장애인단체들의 하나된 목소리를 만들어냄으로써, 장애인의 인권을 향상시키는 활동을 하고 있다. IDA의 현재 회장은 유럽장애포럼(European Disability Forum)의 회장이기도 한 야니스(Yannis Vardakastanis)씨이며, IDA의 사무국은 스위스 제네바와 미국 뉴욕에 있다.

IDA의 멤버는 총 12개의 장애인단체(각 단체 명칭은 하단의 ‘필자 註’ 참조)로, 8개의 국제조직와 4개의 지역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IDA는 유엔 조약기구들 내에서의 활동을 포함하여 유엔 전반에서 장애인의 주류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며, 협약과 관련해서는 장애인단체가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IDA는 선택의정서에 따른 진정서 제출에 관한 자료들뿐만 아니라, 기타 관련 자료들이나 NGO 보고서의 작성과 제출에 관한 지침서를 발간한 바 있다.

그리고 개발도상국 장애인단체들을 대상으로 한 역량구축 프로그램들뿐만 아니라, NGO 보고서 작성을 위한 훈련프로그램들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서 유엔연대가 개최한 집중 워크숍 행사처럼, 정부보고서 심의를 앞두고 위원회에 보낼 장애인단체의 NGO 보고서 준비를 돕는 목적과 함께, 협약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워크숍이 각 국가들에서 개최되기도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IDA는 장애인단체들이 위원회의 위원들과 함께 그들의 견해를 공유하기 위한 부대행사의 준비 작업을 통해서, 장애인단체들이 위원회에 접촉하는 것을 돕는 일뿐만 아니라, 장애인단체들이 위원회에 제출하는 서면 제출문에 대한 준비를 돕는다. 또한 위원회 위원들과 장애인단체들 간의 상호작용을 원조한다.

인터뷰 중인 빅토리아(중앙), 통역을 맡아준 유엔연대 김기원 간사(우측), 그리고 필자(좌측) ⓒ이광원

만약 어떤 이유로든 해당 국가보고서 심의 시 당사국 장애인단체가 참석이 곤란한 경우에, IDA는 당사국 장애인단체의 허락 하에 장애인단체를 대신하여 그들의 견해를 발표해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튀니지 같은 경우에, 국가보고서 심의기간 바로 전에 혁명이 일어나는 바람에, 장애인단체가 위원회 심의에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때 IDA는 튀니지를 방문하여, 전국에서 모인 풀뿌리 장애인단체들로부터 협약 이행에 관한 그들의 주요 관심사들 듣는 미팅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당사국 장애인단체를 대신하여 그들의 견해를 제출하였다.

중국의 경우에는, IDA가 중국 장애인단체에 의해 준비되어진 문건의 제출을 도와주었는데, 그들이 직면한 안전상의 위험 때문에 중국 장애인단체를 대신하여 익명으로 IDA를 통해 문건을 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위원회의 회의를 웹캐스팅으로 생중계하거나, 각 정부 보고서 검토 내용의 요약본을 배포함으로써, 위원회의 활동 정보를 전 세계의 장애인단체들에게 제공하는 일을 하며, 위원회의 선택의정서에 따른 개별적 의사소통에 관한 결정과, 최종견해를 통한 위원회의 법적 판단에 대한 정보들을 제공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IDA는 위원회가 그 권한을 실현하고 활동을 보다 충분하게 수행하게 하기 위하여, 유엔 총회가 위원회의 회의 기간을 더 길게 할당할 수 있도록, 성공적인 지지활동을 펼쳤던 바 있었다. 그래서 위원회의 회의 기간이 (타 유엔조약기구들과 비슷한 정도까지로 시간이 할당되어) 늘어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수 있었다.<계속>

※ 필자 註 : IDA의 8개 국제조직은 국제장애인연맹(DPI : Disabled People’s International), 다운증후군인터내셔널(Down Syndrome International), 세계시각장애인연합(World Blind Union), 세계청각장애인연합(World Federation of the Deaf), 세계시각•청각중복장애인연합(World Federation of the Deafblind), 인클루젼인터내셔널(Inclusion International), 세계정신보건서비스이용자및피해자네트워크(World Network of Users and Survivors of Psychiatry), 그리고 국제난청인연합(International Federation of Hard of Hearing People)이며, 4개의 지역조직은 아랍장애인연합(Arab Organization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라틴아메리카장애인및장애인가족NGO네트워크(Latin American Network of NGO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and their Families), 태평양장애포럼(Pacific Disability Forum), 그리고 유럽장애포럼(European Disability Forum)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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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광원은 장애인 보조기구를 생산·판매하는 사회적기업 (주)이지무브의 경영본부장과 유엔장애인권리협약 NGO보고서연대의 운영위원을 지냈고, 소외계층 지원을 위해 설립된 (재)행복한재단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립생활(Independent Living) 패러다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말 한국장애인자립생활연구회 회장 등의 활동을 통하여 초창기에 자립생활을 전파했던 1세대 자립생활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국제장애인권리조약 한국추진연대’의 초안위원으로 활동했고, 이후 (사)한국척수장애인협회 사무총장, 국회 정하균 의원 보좌관 등을 역임한 지체장애 1급의 척수장애인 당사자다. 필자는 칼럼을 통해 장애인당사자가 ‘권한을 가진,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세계적인 흐름의 관점 아래 우리가 같이 공감하고 토론해야할 얘깃거리를 다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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