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45분 서울역을 출발하는 오~트레인 관광열차에 올랐다. 여느 열차와 달리 열차의 색상부터 상큼한 연녹색으로 예쁘게 치장을 했고, 열차 내부도 사뭇 다르다.

코레일은 지난달 백두대간 협곡열차와 오~트레인 중북내륙 순환관광열차 야심차게 선보였다.

그동안 겨울철만 운행하던 환상선 눈꽃 열차가 구간을 사계절 모두 이용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열차에 장착된 경사로는 다는 열차의 경사로 보다 폭이 조금 넓다. 하지만 서울역에서 승차 할 땐 KTX열차를 이용할 쓰는 리프틀 사용했다.

오~트레인 열차에 오르니 기존열차와는 확연히 다른 내부공간을 볼수 있다. 객실과 연결되는 통로엔 화장실이 있고 내부는 KTX 산천처럼 둥근형으로 전동휠체어가 화장실 내부로 진입해도 문을 닫은 채 볼일을 볼 수 있다.

객실안 풍경은 더욱 이색적이다. 전동휠체어석은 두 좌석이 있고 장애인 좌석은 3좌석이 있다. 좌석마다 팔걸이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가 부착돼 있고 창밖을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도록 좌석이 360도 회전도 가능하다.

깊은 협곡을 지나는 관광열차인 만큼 열차의 모든 좌석이 창밖으로 향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열차의 창문 크기도 다른 열차보다 훨씬 크다. 뿐만이 아니다. 창밖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가는 열차는 음료수나 도시락을 놓을 수 있게 작은 선반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전동휠체어 좌석은 선반이 없어 음료수를 들고 있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객실 안 매점엔 음료수를 비롯해 도시락과 간식거리, 따끈한 원두커피까지 더해 기차여행의 낭만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는 아홉시 사십 여 분쯤 제천역에 도착한다. 이 때까지만 해도 열차는 여느 열차와 다를 바 없는 구간이다. 하지만 지금부터 열차는 중부 내륙인 충청북도, 강원도, 경상북도를 향해 천천히 달린다.

제천을 출발한 열차는 가장먼저 영월역에 도착한다. 영월은 단종의 유배지인 청룡포와 방랑시인 김삿갓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영월역은 고풍스러운 한옥모양으로 검은 기와지붕이 인상적인 역이다. 영월에서 잠시 쉬고 민둥산역으로 달린다. 실록의 계절인만큼 산천은 온통 푸른빛을 발산하고 이제부터 산간 오지에 접어든다.

민둥산 역에서는 정선으로 가는 길과 고한으로 가늘 철길이 갈린다. 열차는 태백 쪽으로 험준한 산악지대를 힘겹게 오르면, 이 때부터 열차의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한다.

느릿느릿 가다보면 어느새 고한역을 지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5미터 추전역에 잠시 멈춘다.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 작고 소담한 간이역인 추전역에서는 화장실을 들리면 손해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짧은 시간동안 열차가 정차하는 간이역이어서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열차는 추전역에선 십분 정도 정차하는데, 휠체어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빨리 내려 인증 샷을 찍고 재빠르게 추전역을 휙 둘러보고 열차에 올라야 한다.

열차는 다시 태백역으로 달린다. 동해여행을 생각한다면 태백역에선 도계쪽으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야 한다.

태백역을 지나면 완전히 협곡으로 접어든다. 이 때부터 열차는 더욱 천천히 달린다. 열차의 속도는 시속 30키로 정도로 산간오지 깊은 협곡의 속살을 볼 수 있다. 연분홍 빛 꽃잎에 연둣빛 잎사귀들이 이제 막 싹을 띄운다. 깊은 골과 높은 산맥이라 그런지 봄도 늦게 도착한다. 협곡 계곡물 사이로는 물오른 봄이 서성이고 비단 같은 실록이 잔잔히 산 정상으로 번져간다.

아날로그처럼 느리게 가는 열차는 어느새 철암역에 도착한다. 철암역에서부터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로 갈아탈 수 있다. 철암, 승부, 양원, 분천을 오가는 협곡열차는 느린 속도가 불러오는 시간들로부터 과거 비둘기호를 타는 듯한 감성을 자아낸다. 빠르게 달리는 KTX에서는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추억의 레일 소리를 협곡열차를 타면 들을 수 있다.

추억으로 가는 열차는 승부역으로 향한다. 승부역은 대한민국 오지 중의 오지역으로 알려진 곳이다. 이 구간의 풍경은 협곡구간을 달리는 열차의 구간 중 가장 풍경이 아름답다.

풍경은 느린 걸음으로 열차를 따라오고, 협곡열차도 풍경에 발 맞춰 천천히 따라온다. 느린 여행을 위해 만들어진 중부내륙 순환관광열차와 복고풍의 협곡열차에서는 차창 밖으로 느리게 흘러가는 풍경의 즐거움을 만끽 할 수 있다.

이젠 느린 열차가 기차여행의 방식도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그동안 관광열차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관광객이 이용하기엔 불편했다. 하지만 중부내륙 순환 열차인 오~트레인과 백두대간 V협곡열차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의 열차여행에도 큰 지장이 없다.

빠르게만 속도를 맞춰 살아가는 생활방식에 사람들은 첨차 실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럴 땐 아날로그 감성여행인 기차여행을 떠나보자. 느리게 걷는 여행을 시작으로 이젠 기차여행도 속도를 늦추니 더 많은 풍경과 마주 한다.

기차 여행 팁

•서울역에서 오전 7시 45분 출발, 열차는 편도 복지할인 적용 요금

•제천역부터 하루 2회 순환

•오트레인: 서울역오전 7시 45분 출발, 철암 하차 편도 13,950원 할인적용

•협곡열차: 철암에서 분천까지 4,200원

•오트레인: 분천역에서 오후 5시 45분 서울역 도착, 요금 29,400원 할인적용

•자세한 문의는 코레일 고객센터 1544-7788

먹거리

•열차 안 카페 이용(도시락, 음료, 간식)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도 좋다.

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오~트레인 전동휠체 좌석. ⓒ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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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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