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의 장애인 프로그램으로 “함께 사는 세상”을 현재 127회째 방영 중이다. 그런데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역경을 헤치며 살아가는 ‘장애우’들의 삶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다.

‘장애우’는 법적 용어도 아닐뿐더러 장애인들이 이 용어를 사용하지 말자고 캠페인까지 하고 있는 단어이다.

‘장애우’는 친구가 필요한 의존적 존재로서 친근감이 있어 좋은 말처럼 사용하지만, 사실은 신조어로 국적을 알 수 없는 불명예스러운 장애인들이 아주 싫어하는 단어이다.

방송사는 또한 장애를 ‘역경을 헤치는’ 극복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물론 장애는 역경의 대상일 수 있다. 그러나 장애는 개인적인 조건도 아니고, 극복의 대상도 아니다. 장애는 ‘사회적 제약’이라고 법에서 정의한 바 오래다.

이렇게 극복의 대상으로 역경을 헤치는 시각으로 보면 장애인의 모든 행동이 삶이 아니라 역경의 서사이고, 극복의 몸부림으로 미화의 대상이 된다.

언론들은 장애인들이 친목과 교류를 위하여 야유회를 가도 “장애를 극복하고 야유회를 가졌다”는 식의 방송을 한다.

장애는 대상이 아니라 사회의 한 계층으로 주체이고자 장애를 극복의 패러다임에서 탈피한 지가 오래인데, 언론은 아직도 장애를 역경으로 보고 장애인을 대상화하고 있다.

“함께 사는 세상” 프로그램은 금요일 낮 12시 20분에 방영하던 프로그램이었으나, 봄방 개편에서 수요일 새벽 5시 10분으로 밀려났다. 시청율이 1%를 상회하여 상업성이 없어 광고 수입이 별로 되지 못해서 밀려난 것이겠으나, 장애인방송으로 그 정도의 시청율은 실로 적은 수준이 아니었다. 놀라운 성공이었다.

그리고 민영방송이 장애인에 대한 권리와 인식개선을 알리는 매우 선도적 역할을 자부할 만한 프로그램이었다.

새벽 5시 10분이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면 노인들은 일찍 일어나는 경향이 있고, 일어나 마땅히 볼거리가 없어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것은 그래도 이해할 만하다.

그런데 새벽 5시 10분은 프로그램 이름이 “다문화 희망프로젝트 우리는 한국인”이다. 다문화인들은 한국인으로 살기를 희망하고 있으니 한국인이라는 긍지를 가지도록 하는 표어로 사용할 수 있으나, 장애인에게 우리는 한국인이라면 이 사회는 장애인을 한국인으로조차 인정하고 있지 않다는 말인지 의문스럽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새벽, 홀로 외로이 깨어 잠 못 이룬 장애인들이 방송이라도 보며 외로운 가슴을 달래는 프로그램으로 개편한 것일까?

MBC 방송 프로그램에 희망프로젝트가 둘이 있는데, 하나는 장애인이고, 하나는 다문화인 것이다.

프로그램 구성을 보면, 코너1부은 ‘행복한 밥상’이라 하여 세프 최승원씨가 장애인 가정을 찾아가 요리를 하며 장애인의 삶을 나눈다. 음식은 서로 나누는 좋은 매개체역할을 할 수 있다.

장애인 가정에 찾아가 음식을 요리하는 것이 장애인들이 먹는 것조차 어렵거나, 장애인들이 좋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니 기회를 준다는 것이 봉사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줄 수도 있으나, 요리사의 재능기부와 나눔이라는 컨셉으로 접근한다고 하면 장애인을 도와주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그럴 수도 있다는 이해가 간다. 그러한 예민한 오해를 피해가며 참신성을 그 동안 유지해 왔다.

코너2에서는 ‘여행의 발견’을 보여준다. 장애인들이 여행을 통하여, 장애인의 도전과 문화의 참여를 통하여 장애인의 삶을 투영하고자 하는 의도가 매우 참신하고, 아름다운 여행지에서의 장애인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거침 없는 도전을 보여주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코너3에서는 “우리들의 희망노트”라는 제목으로 장애인의 삶을 장애인 개인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잔잔하게 꾸밈 없는 장애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MBC는 그나마 낮 12시대의 방송이라는 이유로 인하여 여행지에서의 장애인의 프로그램 제작비의 부족을 지자체의 지원을 끌어내기도 하였으나, 이제 새벽방송으로 가면서 그러한 지원은 명분이 사라졌다.

어느 지자체가 새벽 방송을 위해 지역 관광지의 홍보효과를 보고 지원을 결정하겠는가를 생각하면 이제 방송은 더욱 부실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장애인의 프로그램 시청율도 1%에서 급하강할 것이 뻔하다. 그 새벽에 얼마나 볼 것이며, 장애인들이나 시청자들이 그 프로그램을 보기 위하여 잠에서 깨어날 것인가를 생각하면 인식개선이나 장애인의 삶을 통한 공감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방송사는 새벽방송으로 시간대가 옮겨가는 데에 대한 반감을 줄이고자 재방송을 그래도 낮 12시대에 방영하겠다고 약속을 하였으나,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 “나 혼자 산다” 스페셜이 배정되어 있다.

“함께 사는 세상” 프로그램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이 시간에 스페셜로 보여준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장애인 프로그램이 아니다. 물론 혼자 사는 장애인을 몇 번 보여줄지도 모른다. 장애인 프로그램이 아니라, 제작진이 같아서 이 프로그램을 안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홈페이지만을 보면, 당연히 재방송 시간 안내로 오해하기 충분하다.

실제로 재방송은 월요일 새벽 3시에 방송하기도 하고, 낮에 보여주기도 하고 정해진 시간이 없이 빈 시간을 겨우 얻어내어 땜질식 떠돌이 신세가 되었다. 그러니 재방송을 보고자 한들 방송 시간을 찾을 수 없다.

장애인들에게 언제 재방송이 되는지 찾아보는 수수께끼로 재미를 주려고 하는 지는 모르겠으나, 떠돌이 방송은 사정이 여의치 않거나 관심도가 낮아지면 언제든지 폐기할 것이다.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은 혼자서 꿋꿋하게 살거나 특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외로움을 타지 않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겠지만, 장애인 프로그램과 연결되고 보면, 장애인이 혼자 사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상을 줄 것이다.

그렇다면 “함께 사는 세상”이 아니라 사회에 참혀하지 못하고 ‘홀로 사는 세상’으로 제작 의도와는 정반대의 의미가 되어 버린다.

상업성에 밀려 언론의 선도적·홍보적 역할을 포기한 것일까? 명분상 방송은 하되, 가치가 없으니 새벽 시간대에 처박은 것일까? 돈이 되지 않으니 천대를 받는 장애방송이 된 것일까?

장애인의 삶을 아름답게 또는 진지하게, 함께 살고 있는 장애인의 모습에서 장애인은 차이가 있으되, 결코 장애가 아니라고 강조한 방송사의 기획의도가 이제는 빛바랜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함께 사는 세상"이 "따로 사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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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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