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예수의 집'을 안내하는 벽화. ⓒ김대식

지난 4월 13일 서울은 그동안 변덕스럽고 춥기만 하던 날씨에서 모처럼 움츠린 몸과 마음을 활짝 열어줄만큼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서울, 경기지역에서는 봄을 맞이하고 활짝 피어난 꽃들의 향연이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주말의 유혹이 너무도 강렬했지만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이 있어 그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젊음과 열정이 가득한 현장은 다름 아닌 벽화봉사활동이 진행되는, 광진구에 위치한 지적여성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인 작은 예수의 집이었습니다.

벽화를 그리기 위해 모여든 회원들. ⓒ김대식

작은 예수의 집은 어린이대공원 정문에서 백여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다 한 달여 전부터 기획하고 준비해오던 작업이었던 터라 이미 마음은 여행 그 이상의 설레임으로 가득 찼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이날 작업은 인터넷을 통해 벽화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Dream In 共ZONE:공존(이하 공존)’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공공미술 함께 놀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30여명의 회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진행되었습니다.

벽화를 그리고 있는 모습. ⓒ김대식

최근 지자체 및 예술인 단체 등이 주관하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지역사회를 친화적으로 구성하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자체들의 경우에는 일자리 창출 및 관광상품으로의 연계를 위해 예술인 단체 등에서는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번 군자 예수의 집 작업을 진행하는 ‘공존’은 SNS를 통해 만나게 된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미술활동을 통해 봉사활동을 실천하고 있는 순수 봉사모임으로 오늘은 그들과 함께 벽화 작업 진행과정을 취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취재라기보다 필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임이라 벽화 속에 담아질 여러 꿈을 함께 찾아 떠나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벽화 그리는 모습을 담장 안에서 내다보고 있는 견공. ⓒ김대식

정원과 즐거움이 있는 벽화 만들기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는 작은 예수의 집은 장애인 공동생활가정이라는 특성에 맞게 생활인들에게는 아름다운 정원을, 지역 주민들에게는 벽화로 즐거운 담장을 선물하기 위해 30여명의 봉사자들이 모였습니다. 장애인 시설에 대한 긍정적인 통합을 위한 손길입니다.

조별로 시안을 검토하여 드디어 작업이 시작됩니다. 특별히 자발적 봉사활동을 취재하기 위해 지역공동체 라디오인 관악FM에서도 취재를 나와 회원들의 작업에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벽화작업이 한창이다. ⓒ김대식

시작은 창대하나 그 끝은? 초보 참가자의 말말말

수차례 벽화작업을 진행하며 발견되는 공통되는 모습이 있습니다.

초보 참가자들의 경우에는 아침잠을 기꺼이 포기하고 참가한 열정 덕분에 그 시작은 가장 재빠르지만, 점차 느려지는가 싶더니 붓을 놓고 이리 저리 방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작업 때문입니다.

마음과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처짐이 없지만 어느 순간 결과물에 대해 스스로 의심하기 시작하고, 점차 포기하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이 때부터 이들은 작업보다는 능숙한 참가자들의 응원단이 되기도 합니다.

유리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대식

벽화봉사활동에는 그림을 잘 그려야만 참여할 수 있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벽화봉사활동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진행되는 작업이기 때문에 열정만으로 참여하는 봉사자도 충분한 재능을 갖춘 참가자도 모두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한 참가자 중에는 모든 참가자들의 도구들을 하루 종일 씻어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참가자들이 주저함이 없이 가장 큰 기여를 한 참가자로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참고로 필자 역시도 그림이라고는 전혀 소질이 없이 이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림을 전공하거나 재능이 있는 참가자들의 역할은 전반적인 벽화의 질을 결정하게 됩니다.

하루종일 도구를 씻어 준 봉사자.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분이다. ⓒ김대식

서로의 꿈이 희망이 되는 순간

해가 질 무렵, 벽화 작업도 마무리가 되어 갑니다. 벽화작업은 시시각각 변해가는 작품들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큽니다. 넓은 벽면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더욱 많은 소통의 기회를 갖게 되며, 가슴으로부터 채워가는 벅찬 감동을 맛보게 됩니다.

또한 벽화를 선물 받게 될 그들의 표정을 생각하기 시작하죠. 산책 나갔다가 돌아오는 여성장애인들의 무척이나 감격스러운 미소들에서 하루의 고된 작업 후 최고의 감동을 선물 받게 됩니다.

공존 회원들에겐 작업의 과정 그 자체가 즐거움이다.

벽화작업 완료후 군자 작은 예수의 집 이용자와 함께 기념촬영

담장안은 화사한 꽃들이 가득한 정원으로 꾸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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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식 칼럼리스트
사회복지를 시작하며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아지고, 사진을 찍다보니 돌아다닐 일이 많아 여행이 좋아졌다. 하지만 정작 여행지에선 장애인들을 볼 수 없는 현실이 아쉬웠다. 누구나 함께 걸을 수 있는 여행길을 만들고 싶은 여행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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