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질 급한 봄꽃들은 벌써 꽃망울을 터트리고 성질 급한 사람도 봄 마중하러 나선다. 아직 때 이른 봄이지만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은 싱그럽기만 하다. 봄이 어디쯤 오는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니 햇살 가득한 양지쪽엔 파릇한 생명들이 언 땅을 뚫고 고개를 내민다.

봄을 만나러 수원화성으로 가는 발길은 봄볕처럼 가볍고 따스했다. 응달엔 아직 겨울 꽃이 남아있지만 봄과 겨울의 교차로인 요즘은 두 계절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낮엔 봄에게로 가는 길을 열어놓고, 밤이 되면 다시 겨울에게로 기온은 급 강하 한다.

화서 문을 들어서니 이름 없는 주막집이 게으른 기지개를 펴고 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왔지만 해는 중천에 떠 있다. 빈집 같은 뱃 속을 맛있는 음식으로 채우려 주막에 들렀다.

이 곳은 화성에 올 때마다 들리는 곳이다. 이름 없는 주막이지만 화성을 찾는 여행객에겐 사라져간 주막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곳이라 입소문으로 알려진 곳이다.

싸리나무로 낮게 담을 만들고 대문 역시 싸리나무를 덧대 엉성하다. 마당 한 켠엔 겨울을 이겨낸 작은 정자가 손님을 먼저 반긴다.

“실례합니다. 식사할 수 있나요?.”

장사 준비를 하던 사장님이 부엌에서 빼꼼이 내다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그동안 무고하셨죠?”

“어서 와요. 오랜만에 왔네요. 아직은 날씨가 좀 쌀쌀한데 안에는 들어갈 수도 없고. 이를 어쩌나?”

오랜만에 온 단골손님을 안으로 들이지 못하는 사장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아무래도 날씨가 좀 쌀쌀해서 밖에서 먹으면 좀 춥겠죠. 좀 더 따뜻해지면 그 때 와서 먹어야 겠네요.”

인사를 하고 서둘러 근처 식당을 찾았지만 휠체어가 접근할 만 마땅한 식당이 없다. 낮이라 햇살이 좋은데 그냥 주막에서 먹을까?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주막집을 찾아들어갔다.

“사장님 햇볕이 좋아서 마당에서 테이블 펴고 먹어도 될 것 같아요. 잔치국수 뜨겁게 말아주시고요, 빈대떡에, 동동주도 주세요.”

주막집 사장님은 미안해하면서 서둘러 음식을 내온다. 빈대떡을 따라 우윳빛 동동주가 작은 항아리에서 넘실댄다. 잔을 채워 한 잔 마시고 빈대떡 한 조각을 먹으니 금상첨화다.

달짝지근한 동동주는 입맛에 착착 감기고, 고소한 김치부침개는 동동주와 찰떡궁합이다. 따스한 봄볕에 취하고 달작지근한 동동주 한 잔에 아지랑이 피어나는 봄에게 안긴다. 주막집 처마엔 봄이 매달려 뚝뚝 떨어지고, 성곽을 따라 걷는 상춘객의 옷에 사뿐히 봄이 내려앉는다.

담벼락에 핀 꽃. ⓒ전윤선

성곽담길을 따라 화서문에서 장안문까지는 성 안으로 걸어갔다. 장안문은 화성의 북문이고 수원화성의 주 출입구다. 장안문의 안과 밖은 홍예로 되어 있고, 성문을 따라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도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양쪽 성문 안은 철엽으로 빗장을 설치했고, 홍예의 덮개 판에는 구름무늬를 그리고 판 위에는 세 가지 물건인 석회, 가는 모래, 황토로 쌓았다. 안팎의 홍예 위에는 장군 모양의 무사와 2층의 장대를 얹었으며 홈통을 네 곳에 설치하였다.

가까이서 본 장안문도 그 웅장함과 정교함에 한 번 놀란다. 아치형문 천장엔 용이 휘감아 돌며 활짝 개방돼 있어 외부와 소통이 이어진다. 장안문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려면 문 밖 로터리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서 멀찌감치서 보면 더욱 장관이다.

타원형 절반을 뚝 잘라놓은 듯한 장안문의 모습은 정조대왕의 위용이 그대로 전해진다. 어쩌면 저리도 아름답게 성을 만들 수 있는지 인간이 만든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답게 느껴진다.

현대식 건물들은 장안문의 아름다움을 맨발로 쫓아와도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건축물이다. 장안문 앞에서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 댄다. 앵글 속 장안문은 은빛으로 빛나고 앵글을 벗어난 장안문은 시력을 잃게 할 정로 아름답다.

낮보다 빛나는 밤의 화성. ⓒ전윤선

장안문에서 성 밖 돌담을 따라 방화수류정으로 걷는다. 크고 작은 탄탄한 돌을 견고히 쌓고 또 쌓아 한 명의 적군도 성안으로 침입할 수 없을 것 같다. 돌의 모양과 색깔 크기도 제각각 퍼즐처럼 잘 맞춰져 개미 한 마리 드나들 틈이 보이질 않는다.

수원화성은 조선시대 22대 왕인 정조가 18세기 말에 축성한 성곽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조선시대 최초의 신도시인 수원화성은 정약용이 설계했고 건축재료로 돌을 이용했다. 성을 쌓는 장비로는 거중기를 사용하는 등 전통적인 조선의 성곽 기술에 새로운 과학기술을 동원하여 당시로는 새로운 건축기법으로 만들어진 성곽이다.

성곽을 쌓은 돌을 크기마다 다르게 잘라낼 수 있었던 기술 또한 경이롭기 그지없다. 큰 바위를 정으로 처서 V자 모양으로 홈을 파 그 곳에 박달나무를 꽂아 물을 부으면 나무가 팽창하면서 원하는 크기로 잘라진다고 한다. 수원화성의 건축물은 과학과 건축미의 교집합인 것이다

성벽을 따라 걷다보면 수원천 위에 물길을 조정하는 화홍문이 있고, 그 앞에 용연이 자리한다. 방화수류정 밖 주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살려 연못을 파고 작은 섬을 만들어 용연이라 하였다.

연못엔 청둥오리가 둥지를 틀었다. 연못 속에 빠져있는 방화수류정의 풍경은 장안의 내로라는 사진작가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계절마다 변화하는 풍경에 매료된 사진쟁이들은 방화수류정을 수원화성의 으뜸으로 꼽는다.

수원천 물을 끌어들여 못을 만들고, 그 못에 비친 방화수류정의 물그림자를 보면서 정조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조가 수원에 신도시를 조성하고 비운의 아비인 사도세자를 기리는 효심은 화성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아마도 정조는 연못으로 고통 속에서 죽어야 했던 아버지의 넋을 기린 것은 아닌지.

학이 앉은 가로등. ⓒ전윤선

수원천 물길을 가늠하는 화홍문 옆엔 낡고 허름한 마을인 행궁동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행궁동 벽화골목은 골목길 따라 예쁜 그림 옷을 입었다.

“사랑하다 길” “처음아침 길” “뒤로 가는 길”로 구성된 벽화골목은 행궁동 주민들에 의해서 만들어졌고 행궁동의 시간은 멈춰져 있다.

골목길 그림마다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만들어진 이야기는 책으로 다시 여행객들에게 읽혀진다.

마을기업을 만들어가는 대안 공간 “눈”의 사장님은 옛 것으로 새로움을 창조하는 예술가다. 오래된 것이 당장은 낡고 허름하지만 시대의 삶과 마을의 역사가 흘러간 시간 속에서 미래라는 새로운 시간으로 창조된 것이다.

세월의 무게에 그림을 덧대고 그림에 이야기를 만들어 생명을 불어넣었다. 행궁동 골목길엔 어린 시절 내가 놀고 있다. 딱지치기, 구술치기, 고무줄놀이, 공기놀이를 하던 유년의 추억은 이 곳 행궁동 골목에 머물러 있다.

새롭게 단장한 공방골목은 수원화성이 또 하나의 볼거리다. 공방골목은 화성사랑채인 호스텔 뒤쪽 골목으로 난 거리다. 이 곳은 공방과 카페 식당 등 볼거리도 다양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모든 상점에는 크기가 같은 간판에 각 상호마다 특색있게 디자인했다. 간판은 낮에 보는 것보다 밤에 보는 것이 헐씬 더 예쁘고 상점의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 골목상점 담벼락은 이쁜 도자기 타일 옷을 입었다. 밋밋했던 담벼락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화성은 밤에 보면 그 가치를 더 한다. 성곽을 따라 황금성이 연출되기 때문이다. 조명받은 화성은 18세기 조선시대로 빠져들기에 충분하고, 그 아름다움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장안공원 서북공심돈을 비롯해서 북포로, 북서적대, 장안문을 지나 북동치, 복동포루, 화홍문까지의 성곽 담벼락 코스는 낮의 화성과 밤의 화성을 확연히 드러내는 곳이다. 밤의 화성이 성곽의 모습을 더욱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좀 더 깊이 화성을 볼 수 있는 방법은 팔달산 정상에 있는 서장대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 곳에서 내려다 본 화성 성곽의 불빛들은 도심 속 불빛들과 구분된다.

성 안과 밖의 잠깐의 불을 끈다면 화성의 성곽을 하늘에서도 또렷하게 볼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밤에 서장대에 올라가는 것은 위험하다. 서장대까지 가고자 하면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동행해야 안전하다.

낮은 곳에

고개 숙이는 겸손

작은 것에

행복해 하는 마음

느린걸음

함께 걷는 발길

소소한 일상

감사하는 마음

그런 삶을…….

찾아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수원역 하차. 승강장에서 엘리베이터 이용, 대합실 게이트 통과하면 바로 오른쪽에 주차장 가는 통로가 있다. 통로 끝에서 왼쪽으로 5미터 정도에 수원역 광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광장으로 내려온다. 광장 앞 육교 엘레베터를 이용해서 건너편으로 내려간다. 수원역 로터리에서 장애인문 가는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버스승강장에서 장안문방면 저상버스 이용.

수원역(북측광장) 일반시내버스 11, 13, 13-3, 36, 39번 →장안문 하차, 화성행궁, 수원성지 정류장 하차수원역건너편(지하도이동)일반시내버스 60, 660, 700-2, 7, 7-2번→ 장안문 하차. 또는 화성행궁 정류장 하차, 버스승강장엔 버스 노선도와 저상버스 도착안내표시정보가 실시간 제공된다.

수원장애인 콜택시(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

수원관내 장애인은 1~3급까지 이용 가능하고 그 외 지역은 1~2급까지 이용가능. 즉시콜 이용 시 한 시간 전에 예약하여 이용 가능.

단, 수원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려면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 시 필요한 서류는 신청서, 장애인증명서, 개인정보수집에 관한 동의서 등을 수원시 설관리공단 홈피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팩스로 발송해야 이용할 수 있다.

이용시간 : 오전 6시부터 오후 12시 까지

특별교통수단(15대), 일반택시(50대) 총 62대

요 금 : 미터요금 40%

콜 센 터 : 031-253-5525

팩 스 : 031-240-2749

홈 주 소 : https://www.suwonfmc.or.kr/suwonfmc.asp?filename=taxi

남문 통닭골목

통닭골목은 행궁 가는 길 수원천을 건너서 팔달문(남문)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수원천변을 왼쪽으로 끼고 걸어가면 유난히 통닭집 간판이 눈에 띈다. 통닭집 중에서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이 있는데 "융성통닭 과 진미 통닭”이다. 두 곳 다 휠체어 접근이 가능하다.

융성통닭은 식당 입구에 턱 대신 경사로가 만들어져 있어 식당진입이 수월하며 식당 내부도 입식 식탁이다. 진미통닭도 턱없는 식당이고 식당 내부도 입식 테이블이어서 휠체어 이용객이 편리하게 식당을 이용할 수 있다.

(남문통닭골목의 닭들은 가마솥에 튀겨서 집에서 시켜먹는 치킨과 다르게 튀김옷이 얇고 육질은 부드럽다. 낮밤을 가리지 않고 식당은 언제나 손님들로 가득하다. “진미통닭과 융성통닭”은 마주보고 있고 선의에 경쟁을 한다. 누가 (甲)갑인지는 화성 여행 시 직접 맛보고 주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행궁화장실 : 통닭골목엔 장애인화장실이 없으니 휠체어로 걸어서 10분 정도의 거리인 화성홍보관이나 행궁화장실을 이용하면 된다.

먹을거리

•마음은 콩밭

․ 콩나물 국밥 5천원

․ 두부전골 2만5천원부터

․ 전화: 231-248-5159

․ 위치: 화홍문 옆

․ 시설: 휠체어 접근 가능, 입식테이블, 장애인 화장실

•대안공간 “눈”

․ 커피 3천원부터, 전통차 4천원부터

․ 전화: 031-244-4519

․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북수동 232-3 3/2

․ 위치: 행궁동 벽화골목 내

․ 시설: 휠체어 접근 가능, 입식테이블

•남문 통닭골목

.진미통닭. 전화 031-255-3401

.융성통닭. 전화 031-242-8226

•수원호스텔 내 한식당.

전화: 031-282-7997 편의시설 완비 입식테이블

메뉴: 한식

가격: 6천원부터

시설: 휠체어 접근 가능, 입식테이블(130석) 행궁옆, 홍보관내 장애인 화장실 이용 50미터 전방

•화성별관(한식)

메뉴: 한정식, 불고기, 냉면,

가격: 7천원부터

전화: 031-243-3900

위치: 행궁광장 건너편

시설: 휠체어 접근 가능, 입식테이블, 장애인화장실 편의시설 완비

이 밖에도 화성홍보관 뒤 공방골목과 남문 쪽으로 먹자골목이 형성돼 있고 휠체어가 접근할만한 식당이 많아 입맛대로 골라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숙박

.화성호스텔(화성홍보관 뒤)

가격: 3만원부터

시설: 더블침대, 싱글침대 두 개

전화: 031-254-5555, 031-251-4438 / fax : 031-247-6555

시설: 양실 2층과 4층에 휠체어 접근 가능 객실 입구에 3센티 가량 턱이 있고 객실내 화장실도 3센티 가량 턱이 있다 또한 객실내 화장실은 좁고 변기가 문 앞에 있어 휠체어 접근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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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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