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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태 장애인재단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너무 늦은 걸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황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3-03-27 11:34:16
2013년 3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에스캅 회의에서 한국이 제안한 ‘새로운 아·태장애인 10년’의 실효성 있는 이행을 위한 펀드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에스캅에서는 다자간 협력펀드를 조성하자고 하였다. 정부와 기업, 민간이 서로 협력하여 기금을 조성하자는 것이고, 다국적으로 모금하자는 것이었다.

이 회의 이전에 한국에서는 국제협력기금(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이니, 한국국제협력단(KOICA) 기금 등을 알아보고 기금을 마련할 방안을 개발원을 중심으로 연구팀을 구성하여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하였다.

한국장애인재단 이석구 총장은 개인자격으로 에스캅 회의에 참석하여 한국과 같은 장애인재단을 각국에 설립한다면 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지원할 바탕이 마련될 수 있으므로, 그런 환경을 한국이 지원하면 어떠하겠는가를 제안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설명의 배경에 대해 한국 정부가 먼저 설명하였어야 했는데, 에스캅의 회의 진행상 정부에게 먼저 발언기회를 주지 않는 바람에 이석구 총장의 발표가 마치 한국 정부의 확정안처럼 오해를 받았고, 또한 다음날 기금회의에서 한국 정부에서는 한국은 기금을 조성할 것이며, 에스캅에 위탁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이 직접 한국장애인재단을 통하여 외국을 지원하는 사업을 전개하겠다고 발언하였다.

에스캅이나 외국 참가자들은 어안이 벙벙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발언을 하기까지 에스캅은 새로운 10년을 제안한 한국 정부 대표단에 대하여 제대로 인사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고, 앞으로의 과제들에 대하여 일본과 속삭이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한국은 돈이나 대고 잔치는 에스캅이 한다는 식이었다.

또, 긴밀한 협력과 한국 정부에 대한 공동협의에는 너무나 인색하였고, 일본은 제2차 아·태 장애인 10년을 비와코+5라고 하여 자신들의 주도적 사업의 연장선으로 보는 듯한 인상이 강하였던 것이 한국 발언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결국 에스캅은 한국 정부가 좋은 사업을 하는 데는 감사하지만, 에스캅 사업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므로 한국 단독의 기금조성을 회의 의제로 삼거나 회의록이나 결의문에 넣을 이유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지난 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에스캅 정부 고위급 회의가 열렸을 때, 한국의 기금 조성에 대하여 참가자들의 참가비나 회의 진행비를 지원할 것 같지도 않고, 에스캅에 위탁 운영하는 기금지원이 아니면 그 기금의 규모나 용도를 알 수 없어 에스캅에서 한국과 별개의 에스캅 국제협력기금을 직접 조성해 달라고 요구하게 되었다.

이제 4월 23일이면 태국 방콕에서 에스캅 주최 시민사회단체 회의가 열리고, 25일부터 정부 고위급 회의와 장관급 회의, 에스캅 총회가 열리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새로운 아·태 장애인 10년을 제안만 하고 사업에는 아무런 조치가 없어 한국이 비난받거나 최소한 외국 참가자들로부터 기대에 어긋나는 사람으로 왕따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적어도 뒷담화 대상이 될 판이다.

정부에서는 기금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와 기금을 누가 관리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먼저 정부가 수십억 또는 수백억 원을 일시불 기금으로 일반 회계에서 예산을 만들 수 없다는 한계를 느끼고 있다.

장애인단체 지원사업과 같이 사업으로 일정액의 예산은 조금 확보할 수 있으나, 기금 성격으로 별도의 예산을 만들지는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국장애인재단에 축적된 기금에서 일정액을 뚝 떼어 종자돈을 준비해 주기를 희망했지만, 한국장애인재단은 앞으로 장애인 LPG 연료비 감면혜택 폐지로 LPG 차량 연료비 사용 등 장애인들의 신한카드 사용이 줄어 수입이 줄게 된 마당에 오히려 큰 사업을 맡기에 부담스럽다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정식으로 이사회에서 논의조차 하지 못하였다.

정부에서는 장애인개발원이 사무국이 되어 기금을 조성하고 관리해 줄 수 있지 않을까도 검토하였으나, 국제협력 연구 사업을 하기는 하지만, 자체 기금이 아닌 별도의 기금을 관리하거나 기업모금을 하는 단체는 아니므로 무리한 일이었다.

결국 별도의 재단을 설립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데, 이러한 결론을 내기에 너무 오랜 시간을 허비했다.

장애인단체가 스스로 재단을 설립하기에는 재단 설립 기본자산이 있어야 하고, 또한 단체들만으로는 대규모 기금을 만들 역량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장애인단체들이 모여 의무감으로 나름으로 준비를 한다고 하더라도, 단체의 독자적 운영보다는 정부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므로, 이사장이나 이사 구성부터 정부가 기획하고 정부가 조정할 수밖에 없다. 단체들이 모여 하나의 의견을 모으기에는 총대를 멜 단체도 사실 없다.

정부가 아직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으나, 막상 단체들이 한다면 마음에 차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이사진 구성과 명사 이사장 모셔오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준비팀을 장애인단체와 합동으로 구성하여 준비과정을 거친 후 정부도 참여하는 민간 재단을 설립하여야 한다. 단체 스스로는 역량이 되지 않으므로 재단의 산파 역할을 정부가 해야 하는 것이다.

기금의 조성도 그렇다. 복지부의 장·차관급이 나서서 2013년 업무보고에서 밝힌 것처럼 기부문화를 정부가 조성하는 일을 해야 한다.

사실상 장애인 관련부처에서 정부의 예산이 아닌 거액의 기금을 조성하거나 중재역할을 한 경험은 없다. 한국장애인재단은 LPG와 신한카드라는 특별한 사연이 있어 가능했지만, 아·태 장애인재단이 가능할 지, 단체들로서는 정부를 신뢰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의 몫이다. 에스캅 회원국으로서 정부의 책임이다. 그리고 정부의 약속이므로 이행도 정부가 해야 한다.

한국에서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외국의 기부도 받는다지만, 사실상 국내에서도 여의치 않은 마당에 계획만 거창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다면 결국 국내에서 기업의 지원을 이끌어 내고, 재단의 운영비나 인건비 정도는 사업비로 지원하고, 저개발국가 등과 양자간 협력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

처음 한국에서 기금을 조성한다고 했을 때는 정부가 확실하게 책임을 질 것으로 단체의 기대가 컸었다.

새로운 장·차관급의 힘 있는 분이 와서 적극적으로 활동해 줄 수도 있으나, 만약 새 부임자가 전 정부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우리가 기부 모금에 활용되는 것이 맞느냐고 선을 긋는다면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국제무대에서도 정부의 무책임함에 대해 따가운 시선과 질책을 받게 될 것이다.

만약 정부의 사정이 그런 지경이라면, 단체끼리라도 뭔가 행동을 해보라고 정부가 고백하고, 사업비로 예산의 일부를 지원하면서 독자적으로 운영하도록 지원만 하고, 단체의 역량부족을 탓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아주 다급하게 되었다. 에스캅 총회에 참석하여 재단 설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돌아와서는 급한 것이 없다며 또 1년을 허비하고 내년 총회에 가서는 담당자가 바뀌었다고 말할 것인가?

정부는 치밀하고 실현 가능한 방안을 찾고 이 사업을 적극 추진할 에너지를 보여 주어야 하며, 기금 조성의 전략을 세우고, 배분과 지원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인단체 모두가 정부의 얼굴만 쳐다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정부는 너무 무표정하다. 소상공인에게 대기업 사업을 논하는 것인지, 아니면 대기업이 개인보다 못한 스케일로 응하고 있는 것인지, 정부와 단체 간의 기대치 격차가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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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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