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름에 갇힌 계절을 빠져나온 봄은 빠르게 북으로 세력을 확장한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부드러운 바람은 푸른 희망을 품게 하고 유난히 고던 했던 겨울을 보내니 얼었던 마음도 풀린다.

낮과 밤이 같다는 춘분이 지나니 사부작사부작 걸어오는 봄을 부둥켜안고서 왈츠라도 추고 싶다 남쪽 저만치 와있는 봄 마중 하러 제주를 찾았다 제주하면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눈부신 하늘, 청정자연의 세계 7대 자연유산이다.

바람의 섬, 여인의 섬, 화산이 쏟아낸 검은 현무암의 돌 섬, 제주의 시간은 늘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낸다.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올레 길, 제주를 일컫는 수식어는 너무 많아 제주만큼 다양한 아름다움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여행지는 많지 않다.

그런 제주와 만날 때 마다 가슴 한구석이 아련히 시려오고 풍경은 늘 변화물상하다 바람이 몹시 불어 발걸음을 더디게 하고 까만 밤하늘에 수정 같은 별들의 잔치가 소란스럽다.

눈부신 햇살은 옥색 제주바다에 은빛 물결을 풀어헤치고 아스라이 보이는 섬속에 작은 섬은 발길을 붙잡아놓는다.

걸음 닿는 길마다 노란 유체가 지천으로 널려있고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은 구름에 가려 보일랑 말랑 숨바꼭질 중이다

제주는 어딜가도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다. 그중에 으뜸은 “우도”다. 우도는 소가 누워있는 모습을 한 섬이다. 제주 부속도서 중 제일 큰 섬으로 동쪽 끝에 위치해 있으며 섬 전체가 하나의 용암지대로 완만한 경사와 비옥한 토지 풍부한 어장을 보유하고 있다.

섬 둘레는 17키로로 전동휠체어로 걸어서 섬 한 바퀴를 느긋하게 올레 할 수 있다. 우도로 가는 배편은 성산 항에서 30분마다 출발한다. 바다가 성질을 부린 날은 출항할 수 없지만 그 외는 뱃길이 열려있어 이동하는 잠깐의 시간에도 넋이 나갈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우도에 바라본 일출봉. ⓒ전윤선

우도에 닻을 내리자마자 관광객은 익히 알려진 산호해변을 비롯해 우도봉에 올라 한 바퀴 휭하니 돌고 빠르게 우도를 빠져 나간다. 하지만 진짜 우도의 비경을 보려면 섬 한 바퀴를 돌아봐야한다 우도는 올레 1-1코스다.

우도봉 정상을 올라가는 것 빼고는 섬 한 바퀴를 전동휠체어로 걷기에 큰 무리가 없다. 천국의 길이라고 할 만큼 아름다운 올레 길을 보고 싶다면 반듯이 느린 걸음으로 우도를 둘러봐야 한다.

우도 올레길은 한적고 평화롭기 그지없다. 혹여 천국으로 가는 길이 있다면 바로 이길 일 것이라고 확신 할 만큼 닮아 있다. 올레 1-1코스인 우도를 한 바퀴 돌면 혼이 빠져나갈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피안의 길로 인도한다.

먼저 비사와폭포쪽으로 향한다. 이 길엔 소원 돌탑이 있다. 검은 현무암에 소망을 담아 탑을 쌓아 올렸고 돌탑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우도를 찾은 여행객의 소망이 둘에 담겨져 비바람과 폭풍에도 견뎌 낼 수 있는 것 같다.

멀리 성산포를 바라보며 걷다보니 길 한가운데를 가로막는 지석묘가 나타난다. 지석묘는 청동기 시대부터 사람의 무덤으로 만들어졌다 이는 돌멘, 고인돌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제주지방엔 돌배라는 전설도 깃들여져 있다.

외부 모양은 시신을 안치하도록 판자모양의 돌을 사용하여 석실을 만들고 그 위에 큰 돌을 올려 완성했다 제주엔 백여 여기의 지석묘가 분포하고 있다한다.

지석묘는 한 분토와 달리 축조시기가 늦고 형태도 특이하며 재료도 모두 현무암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지석묘는 한 분토에서 제주를 거쳐 일본 큐스 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선사시대의 문화교류나 이동을 통해 전해졌다고 하여 귀중한 자료가 되고 있다.

소원기원 돌탑 길. ⓒ전윤선

지석묘를 지나면 바다를 향해 잘 생긴 정자가 여행객의 발길을 머물게 한다. 정자는 휠체어로도 접근 할 수 있어 행복하고 착한 정자다.

대게 정자는 지면에서 일 미터 높이에 있어 휠체어에서 내려 정자 평상에 접근해야 하지만 우도 정자는 해변 가 돌 위에 만들어져 휠체어가 접근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또한 정자 옆엔 한반도 지도모양의“여”가 나타는 곳을 볼 수 있다.

이백만 년 전 화산이 분출하면서 바닷속 현무암 물질로 형성한 암반이다 한반도 “여” 는 정자 앞 바다 20미터 지점 수면에 한반도와 비슷한 모양의 “여” 를 볼 수 있다.

그 모습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고 한다. 한반도 “여”는 물때를 잘 맞춰야 볼 수 있기 때문에 우도 주민들도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현무암석 이라고 한다.

정자 앞는 벤치도 있다. 그 앞을 지나 비와사폭포 쪽으로 가려는데 벤치에서 식사를 하던 주민이 부른다.

“우도에 여행 왔군요. 정말 예쁘죠.” 아주머니의 살가운 말에 대답하는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흑돼지 삼겹살 한 쌈 하고 가라며 인심 좋은 아주머니가 큼지막하게 한쌈 싸서 입에 넣어주신다.

“날씨도 좋고 해서 우리끼리 소풍 나왔어요. 우도 어딜 가나 경치가 끝내주는데 특히 여기가 여행객도 적고,찾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주민들도 여긴 잘 안 오거든요. 그러니 소풍장소로는 최고죠.”

아주머니들은 우도 땅콩막걸리에 찐 고구마까지 건네주신다. 고구마를 받아들고 껍질을 까니 속이 허옇다. 그런데 그 맛은 여느 고구마보다 달고 부드럽다 삼겹살에 찐 고구마 땅콩막걸리 한잔, 게다가 후식으로 커피와 귤까지 주시니 완전 로또 맞았다.

마침 배고픈 차였는데 후한 인심과 친절 까지 덤으로 받았으니 여행시작부터 융성한 대접을 받은 느낌이다. 그렇게 소풍 나온 주민들과 배불리 먹고 그들은 짐을 챙겨 쌩하니 사라졌다.

한반도 "여" 앞 착한정자. ⓒ전윤선

배도 부르고 경치도 좋고 부러울 것이 없다. 다시 비와사폭포쪽으로 갔다. 폭포는 흔적도 없고 폭포의 유래가 적힌 표지판만 이곳에 폭포가 있다는 것을 아려준다 비사와 폭포는 비가 오면 우도봉 절벽에 빗물이 흘러 폭포가 만들어 진다고 한다. 하지만 비오는 날이 아니면 폭포는 볼 수 없다.

맑은 날 우도를 보는 행운과 비오는 날의 폭포를 볼 수 있는 행운 중 선택해야 한다면 난 망설임 없이 맑은 날의 우도를 선택할 것이다. 그러니 비오는 날의 비사와 폭포는 상상속에서만 만날 수밖에.

비사와 폭포를 볼 수 있는 행운을 갖고 싶다면 유월 우기에 우도를 다시 찾으면 폭포를 실컷 볼 수 있을 것이다 폭포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낭떠러지 길이고 계단이여서 다시 우도등대로 발길을 옮긴다.

폭포 주변 정자 앞 주차장에 올레 길이 연결돼 있지만 이십 센터 넘는 턱이 올레길을 막고 있다 할 수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서 우도봉으로 가야한다

휠체어로 걸어서 여행하다보면 왔던 길을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상황은 늘 발생한다. 작은 턱 때문에 돌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때론 빈정 상할 때도 종종 있다.

두발로 걷는 사람들한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휠체어로 걸어가야 하는 사람에겐 왔던 길을 되돌아 가야하는 소모적인 시간이 상당이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동휠체어는 배터리로 동력을 얻기 때문에 왔던 길을 되돌아가면 그만큼 배터리(에너지)가 소모된다.

한번 충전하면 용량의 따라 이동 할 수 있는 거리가 유한하다. 그렇다고 매번 빈정상해 여행의 기분을 망칠 수 없어 마음을 추스른다. 다른 여행자보다 멋진 경치를 한 번 더 볼 수 있고 자세히 볼 수 있는 시간이라고 위안 삼으며 우도봉으로 발길을 돌린다.

올레 1-1코스 누렁이. ⓒ전윤선

우도봉 가는 길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야간 등대 길도 생겼고 등대가는 길 입구에 편의점 두 곳이 생겨 해물짬뽕, 해물 짜장 우도 땅콩 등 우도에서 나는 농산물을 이용한 음식을 판매한다. 편의점을 지나니 우도봉 입구엔 주차장도 새로 생겼다 그만큼 우도를 찾는 관광객이 많아졌다는 반증이다.

주차장과 함께 식당, 편의점, 화장실도 새로 생겨났다 편의점은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접근이 가능하지만 우도봉 화장실은 장애인 화장실이 아예 없어 씁쓸했다.

그리고 우도봉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우도봉 아래부터 봉우리 꼭대기 까지 나무로 길이 만들어진 것이다. 전에 없던 나뭇길에 발걸음이 더욱 빨라지고 가벼워졌다.

휠체어로 걸어서 우도봉에 올라서니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언어로도 설명이 부족할 정도다.

이런 풍경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말로도 글로도 도저히 이 광경을 표현할 길 없다 깜빡이는 찰 라의 순간마저 아쉬워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마음속에 새겼다.

세상 끝……. 어느 곳에 가도 우도만큼 아름다운 천국의 풍경은 없을 것이다

은빛 물결 풀어헤친 성산포 앞 바다. ⓒ전윤선

牛島(우도)

한라산에서 뻗친 다리 한 가닥 남동쪽으로 치달리다

잘리어 푸른 바다로 들어가 홀연히 봉우리 하나가 솟았네.

무덤 모양의 초가지붕은 반은 뜨고 반은 잠겨

높은 하늘의 구름과 해, 저 멀리서 숨박꼭질 하네.

평평한 모래톱에 안개 자욱하니 천 마리 말 물 마심인가

갈라진 바위 틈새로 생긴 용궁, 만 척의 배수용하리라.

만은 일 벌여놓는 하늘의 조화, 부지런히 뜻을 펴서

기이한 볼거리 나열함이 물보라 꽃 일렁거림이라.

우도봉 올라기는 나뭇 길. ⓒ전윤선

가는 길 (전동휠체어 이용)

• 김포에서 제주까지

• 주중 장애할인 적용/ 왕복 12만원 미만/ 주말 137,400원/ 3월말 유류세 인상 전

• 제주 공항에서 제주 장애인 콜택시 이용 성산항 까지 이동

• 이용 하루 전날 오전 9시부터 예약 가능

• 일반택시 요금의 40% 1시간 소요

• 제주 장애인콜택시 064-756-8277∼

• 성산항에서 우도까지 여객선 이용 20분소요

• 여객선 요금 장애할인 적용 왕복 4천원

• 여객선 이용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까지 30분 간격

• 성산항에서 일출봉 까지 전동 휠체어로 걸어서 1키로 미만

• 리프트 장착 렌터카 064-748-8222~3

먹거리 (전동휠체어 접근 가능)

• 천진항 앞 소라반점/해물짜장,짬뽕/ 가격 1만원부터

• 우도봉 주차장 앞 /오가네 국수. 산채비빔밥, 고기국수/ 8천원부터

화장실(전동휠체어 접근 가능)

• 천진항 대합실

• 하우목동 항 대합실

• 산호해변 앞

• 성산항 대합실

잠잘 곳 (전동휠체어 접근 객실)

• 상 호 : 일출봉 호텔

• 주 소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26 일출 봉 앞

• 전 화 : 064-782-8801

• 요 금 : 평일 5만원부터

• 객 실 : 1층. 1111호/ 장애인 객실

• 홈페이지 : http://www.ilchulbonghotel.co.kr/

주변볼거리(전동휠체어 이동 접근 가능)

• 성산일출봉

• 섭지코지

문의

•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휠체어배낭여행

우도 풍경. ⓒ전윤선

우도 풍경. ⓒ전윤선

올레 1-1 코스 우도. ⓒ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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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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