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지역 10개 장애인단체장이 모여 경남장애인연수원 건립을 추진하기로 결의한 바가 있다. 그리고 김두관 도지사도 공약으로 이를 추진하기로 했었다.

김두관 도지사는 창원대학교에 이 사업의 타당성을 연구용역해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대선출마로 인하여 도지사를 사직하면서 이 사업은 중단되었고, 도의회에서는 2013년도 예산에 경남장애인연수원에 대한 사업을 반영하지 못했다.

일본의 ‘동경해뜨는집(도야마 썬 라이즈)’은 장애인 호텔급 연수원이다. 편의시설은 물론 장애인에 대한 각종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 숙소에 대한 제공과 각종 회의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일본 장애인 정책과 서비스의 중심에 놓여 있다.

그리고 오사카에 있는 ‘빅아이’는 장애인을 위한 유니버셜 디자인을 통한 최첨단 무장애 공간이자, 장애인의 문화시설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에 장애인플라자를 건립하자는 토론회가 시의회에서 열리기도 하였지만, 행복서비스센터 건립 등 그 용도가 애매하게 흐르고 있다.

행복서비스센터가 직업훈련인지, 생산품 전시장인지, 종합문화센터인지, 연수원인지 성격이 모호하여 종합적이기는 하지만 어떤 기능까지를 포함하게 될는지는 정확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리고 언제 건립될 지도 사실 알 수가 없다.

시각장애인들은 서울 나들이를 와서 편의시설 미비로 잠을 잘 곳이 마땅하지 않으면 고덕동에 있는 한국시각장애인복지회 기숙사를 숙소로 사용할 수 있다. 이용 가격은 아주 저렴하지만, 사전 예약을 해야 하고 외진 곳이라 접근성이 좋지 않다. 연수원이 아닌 숙박시설도 이것 하나밖에 없다.

장애인들은 전국적 워크숍이나 세미나, 컨퍼런스 등을 개최할 때마다 불편함을 호소해 왔으며, 호텔은 경비가 너무 들기도 하지만, 장애인들 대인원이 사용하기에는 편의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하다. 침대 사이를 휠체어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기에도 불가능한 곳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서울여성플라자는 수용 인원이 적고, 다른 콘도나 연수원 등도 장애인이 이용하기에는 많은 불편함이 따른다. 그래서 주최측은 항상 참가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장애인의 권리를 담고 있는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는 26가지의 장애인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자립생활권에는 접근권과 이동권, 자기결정권, 지역사회생활권, 문화참여권, 정치참여권을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아무리 차별을 금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차별만 금할 뿐 원천적으로 격차를 해소하지는 못한다.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격차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장애인들의 소득수준이나 장애인들의 대학진학률 등에서 비장애인과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결과적 차별이겠으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은 강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적 차별의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문화 참여권의 박탈이다. 그러므로 장애인 연수원을 통한 문화참여권의 확대는 사회계층의 격차를 해소하는 결정적 요소이다.

그리고 현재 장애인의 욕구(요구, 필요) 중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욕구와 문화적 욕구를 해결할 대책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인의 계층문화도 발전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장애복지가 아니라 장애학적 차원에서, 문화인류학적 차원에서 장애인의 독특한 계층으로서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데, 그러한 문화를 계승 발전할 여건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장애인은 의도적 교육과 경험으로 격차를 해소해나가야 한다. 시각장애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만져서 조기에 경험하게 하여야 공간적 개념을 가질 수 있고, 발달장애인이나 지체장애인들도 마찬가지로 의도적 학습이나 경험기회를 통하여 기회균등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한 교육을 통하여 장애인의 역량강화가 이루어진다. 그러한 장이 바로 연수원이다. 연수원은 장애인의 평생교육원 역할을 할 것이고, 장애인의 소통과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책을 한 목소리로 정리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장애인복지법이나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서 장애인인권교육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대부분 장애인 당사자가 단 한 두 시간 방문해 강의를 듣거나 경험나누기 정도로 그치고 있다.

만약 연수원에서 이러한 교육을 한다면 깊이 있고 체계적인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박을 통하여 장애체험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의 문화바우처를 연수원 이용권으로 하여 수익모델을 만들 수도 있다.

경남에 장애인연수원이 건립된다면 경제적 수익도 보장된다. 전국의 공무원이나 직장인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할 수 있고, 장애인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을 이용하여 비장애인에게도 개방할 수 있다.

또한 이제 등록장애인은 268만명 시대로, 그 인구는 경남도 전체 인구와 맞먹는다. 현재 장애인 연수원이 없으므로 이들 장애인들은 아마 경남장애인연수원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경남의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운영상 상당한 흑자를 보게 될 것이다.

장애인복지법상 지역사회시설에 문화시설이 있다. 그러나 법상으로만 존재하지 실제적으로 장애인의 문화시설은 없다. 체육시설은 그래도 어느 정도는 존재하지만 말이다.

경남은 장차법의 불씨를 처음 붙인 곳이다. 열린네트가 전 장애계가 장차법제정운동에 동참하도록 처음 운동이 시작된 곳이다. 그리고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서 규정한 특별운송수단의 법정대수를 충족하고 있는 국내 유일한 곳이다.

그럼에도 경남지역 장애인들은 차를 잡기가 무척 어렵다고 한다. 그런 만큼 경남 지역 장애인들은 문화적 욕구가 강하고 사회적 활동이 활발하다는 증거이다.

사실 장애인연금에서 부가급여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추가로 더 들어가는 생활비용을 보전한다고 하지만, 얼마가 더 들어가야 하는지는 얼마나 활동을 활발하게 하느냐와 관계가 있지, 금액이 얼마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만 있다면 추가적 교통비는 들지 않을 것이다.

경남은 수도권이나 서울을 모방하면서 발달한 지자체가 아니다. 교통수단인 택시의 캡디자인도 경남이 미국문화에서 바로 수입하였고, 경남의 슬로건도 국제도시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제 서울에서 시행해야 여타 지자체가 따라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자체가 서울의 변방은 더 이상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국제도시의 면모를 갖추는 척도가 취약계층을 위한 문화적 환경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경남 장애인단체들은 홍준표 도지사를 설득하고, 도의원들의 협조와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들을 해 나갈 것이다.

연수원이 단순 수련원이 아니므로, 어느 정도의 장애인 자립서비스와 인권서비스 등을 겸한 복합적 성격을 가지지 않을까 싶다.

마침 도심 중심에 있는 도청사가 외곽으로 이전하면 땅값의 차이로 인하여 이전하고도 오히려 건립비가 남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전된 도청 주변의 여러 관공서 중 적당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장애인 연수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아니면 도부지에 장애인연수원을 건립하기 위하여 중앙정부에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복지관과 문화관을 건립하여 지자체에 기부하여 온 LG문화재단과 도지사가 협의하여 건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남에 장애인연수원이 건립되어 이제는 재활 패러다임이 아니라 문화복지가 컨셉임을 세상만방에 보여주는 기념비가 되기를 기대한다.

문화의 평등, 장애인 교류의 장, 장애인 역량강화의 전당으로 경남에 장애인연수원이 건립되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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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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