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천의 모 시설을 직권 조사하여 직원이 시설이용자 인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차별금지법상 차별로 판시하고, 조치로서 시설원장을 교체할 것과 직원을 해고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리고 감독기관인 복지부에 철저히 감독할 것을 권고하였고, 해당 구청에도 직원 해고와 원장 교체를 요구하였다.

이에 모 시설에서는 조사 결과 차별로 판단한 것이 사실과 다르다며 소송을 하려 하였으나, 차별에 대한 판단은 차별에 해당하는지 아닌지의 판단일 뿐 조치를 하는 행위가 아니므로 소송제기의 대상이 아니라고 법조인으로부터 조언을 들었다.

그러면 원장과 직원의 해고는 조치이므로 그것에 대하여 이의가 있으므로 소송을 하면 어떨까 자문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법원처럼 항소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판결 결과에 대하여 다시 재고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어 이의신청은 아무런 의미도 절차도 없고, 법원에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소송을 하려고 하니 명령을 한 것이 아니라 권고를 한 것인지라, 권한 것은 조언 정도의 의미이므로 다툼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법조인의 설명이었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거, 차별로 판단되면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과 원상복구를 조치할 수 있는데, 이것은 명령이 아니라 권고로 처리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구체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할 수 있다는 구체적 조항이 없으므로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과 직원 인사조치를 권고하는 수준으로 하고 있으며, 권고는 강제성이 없으므로 상부 기관에도 권고안을 내어 하부기관을 압박하도록 하고 있다.

모 시설에서는 억울하다며 권고안을 처리하지 않자 구청에서는 원장의 업무를 정지하는 명령을 하였으며, 직원에 대하여는 해고를 요구하는 공문을 6차례 보냈다. 직원해고의 경우 처음에는 해고명령으로 하였으나, 나중에는 해고권고로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처리가 왜 빨리 되지 않느냐고 전화로 지속적으로 압박하였다. 심지어 구청장은 담당공무원의 감독소홀로 인사발령까지 하였다.

모 시설에서는 원장의 업무정지는 명령이므로 이의가 있어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하였으며, 6개월이 지나 업무정지 무효라는 결과를 얻었다. 업무정지 명령은 행정소송을 할 경우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무죄원칙으로 업무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업무는 일단 정지되고 소송에서 승소하면 나중에 복직되는 것이다.

구청에서는 원장이 정지된 상태이므로 국고보조금에서 원장 급여를 제외하고 지급하였다. 원장은 그 동안의 업무가 정지되어 급여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하여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구청의 판단 잘못으로 받지 못한 급여에 대하여 억울할 것이다. 구청에서는 정지가 되었으니 그 동안 일을 하지 않은 것이고, 노동을 하지 않았으니 급여를 받지 않는 것이 맞다고 한다. 그리고 인권위가 시킨 일이니 인권위에 가서 해결하란다.

근로자가 일을 하지 않아도 부당해고가 되면 그 동안의 급여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과오가 아니라고 판단이 나왔으나, 급여를 이미 구청에서는 제외하고 시설에 지급하였으므로 시설운영법인에서는 급여를 줄 돈이 없다. 더구나 해가 바뀌어 회계상 지난 해의 미지원된 금액을 구청에다가 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한편, 해고된 직원도 경찰조사를 통하여 무혐의처리가 되었고, 이를 근거로 부당해고 소송을 노동위에 제기하여 승소하였다. 그러자 직원은 이제 장애인복지에 대하여 모든 의욕을 상실했다며, 복직은 하지 않겠으나 그 동안의 급여는 지급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구청에서는 근로계약자가 시설이므로 구청은 해 줄 것이 없다고 하였고, 시설에서 구청에 찾아가니 권고를 하였지 명령한 것이 아니니 책임이 없다고 하였다.

시설에서는 직원의 휴직기간 동안의 급여를 줄 수 있는 돈이 없으나, 복직은 가능하니 복직을 하라고 하였다. 그러나 복지부에서 정한 직원정원이 정해져 있으므로 빈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그러나 노동위 명령은 즉시 복직하라고 하였고, 그렇지 않으면 2천만원 벌금을 내야 한다고 하였다. 복지시설은 회계상 엄격히 용도에 대하여 규제를 받으니 벌금은 원장이 개인적으로 내야 한다. 자기도 업무정지를 받은 피해자가 되었는데 말이다.

시설에서는 복직을 원하지 않는 해고직원에 대하여 급여를 주고 싶으나, 다른 직원이 임명되었으므로 정부 보조금에서는 줄 돈이 없다. 그렇다고 후원금에서 주고 싶으나, 후원금은 그러한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후원금을 이용자의 복리 외의 용도로 사용하면 부정으로 다시 처벌을 받게 된다.

급여를 주지 않으면 노동법으로 처벌을 받고 돈을 주면 횡령으로 처벌을 받게 된다. 노동위에서는 노동위 판결을 근거로 지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나, 일반 회사를 상대로 하는 노동위가 복지계를 모르고 하는 말이다.

시설을 운영하는 법인에서는 법인의 유동 자산으로 급여를 주고 구청을 상대로 손해배상이나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할 경우, 권고만 한 것이므로 직접 영향을 준 것이 아니고, 구청이 압박을 한 것이므로 구청이 보상을 하고 구청은 인권위에 요구해야 순서상 맞다.

그런데 구청에서 보조금을 받는 시설이 미치지 않고서야 구청을 영원히 보지 않을 것도 아니고, 어떻게 감히 구청을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있다.

인권위의 권고는 여러 차례 권고를 하는 데도 지키지 않으면 악의적 차별로 간주하여 처벌을 받게 되니 말이 권고이지 사실은 권고가 아닌 것이다.

인권위가 정확한 판단과, 그 권고를 이행하였을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고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억울하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사람이 나오고, 그로 인하여 줄 돈은 없으나 법적으로 주어도 위법이고, 주지 않아도 위법인 복잡한 사태에 이르게 되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권위가 처리한 사건 중 상당수가 이러한 혼란에 빠지게 하고 아무런 후속 책임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인권을 수호하는 것이 아니라 인권을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 인권위인가, 약자의 편을 들어 주는 것은 당연하고 필요한 조치인데, 그 약자가 지금은 너무나 영악하고, 인권위가 쉽게 흥분하여 행동하고 쉽게 강력한 조치의 칼을 뽑음으로써 시설의 가해자로 몰린 억울한 사람들의 권리가 침해되고, 시설 이용자들 전체에게 악영향을 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해야 책임 있는 국가 기관이 아닐까 한다.

인권위가 스스로 그 권위를 실추시키고, 신뢰를 잃으며, 책임없는 기관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약자의 보호가 오히려 다른 인권문제를 야기하지는 않는지 세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약자와 강자로 구분하지 않고 평등하게 보는 인권이 필요하다.

저울에 실린 물건이 서로 달라 저울이 기우는 것이 아니라 저울 자체가 불량이라서 기운다면 참으로 큰 일이다.

그리고 제보에 의존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인권단체들은 문제제기만 할 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으므로 이벤트 대행업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다.

외침의 단체가 아니라 책임의 단체로 자리 잡아야 하며, 협박과 실적의 단체가 아니라 지원과 조력의 단체라야 한다.

인권보호 대책은 상처에 대한 치유여야 한다. 치유가 될 수 없는 또 다른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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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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