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오디션에서 시각장애 역을 하는 장신영(출처: JTBC 캡처) ⓒ서인환

JTBC의 일일극 ‘가시꽃’(극본 이홍구)은 복수를 담은 드라마다. 자신의 인생을 망친 기업과 권력에 맞선 여성의 이야기다.(연출자 김도형 PD)

종편 케이블이 허가된 후, 종편 방송사도 드라마를 준비하려 하였으나, 지상파가 대작들을 독점하고 있고, 지상파에서 밀려난 작품들 중 하나를 골라서 방영을 한다고 한들 경쟁력이 없어 사실 종편들은 드라마는 포기한 상태였다.

시청률 1%도 달성하지 못하던 종편이 드라마에 도전함으로써 방송사 경쟁의 판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4회 시청률이 1.7%라는 드라마 ‘가시꽃’의 시청률은 계속 상승하고 있어 그러한 기대를 가지게 한다.

‘가시꽃’은 ‘복수의 판타지’ 드라마로 2009년 SBS TV 드라마 ‘아내의 유혹’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여주인공 ‘전세미’(장신영)가 복수를 위해 과거를 지우고 ‘제니퍼 다이아’란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는 설정 등이 ‘아내의 유혹’과 유사하다.

재벌회사 직원으로 별장관리를 하는 부모를 가진 세미는 연예인이 꿈이었다. 사랑하는 남자 ‘유제준’(최우석)의 아이를 갖지만, 청혼을 받는 날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다. 재벌의 아들이 성폭행을 하려는 과정에서 배란다 난간에서 추락한 것이다.

어느 영화사에서 거액을 들여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출연자를 캐스팅하는 공개 오디션에서 재벌의 딸 지민과 세미가 마지막 최종 경쟁자가 되지만, 감독은 세미를 선택한다. 이에 재벌의 가족에 의해 세미의 가족은 철저히 파괴된다.

세미는 6개월 만에 깨어났지만 아버지와 아이를 모두 잃은 뒤였다. 사랑했던 제준도 ‘강지민’(사희)에게 빼앗긴다. 세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이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죽음으로 위장하고 ‘제니퍼 다이아’로 다시 태어난다.

세미역을 맡은 장신영과 위선녀 강지민역을 맡은 사희는 모두 미스 춘향 출신이다. 그리고 사희가 주연급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도영(32)은 신혼여행도 반납하고 ‘가시꽃’ 출연을 결정했으며, 극중 세미와 함께 복수를 꿈꾸는 ‘박남준’을 연기한다.

장신영은 2006년 배용준의 소속사 BOF의 위승철(28) 마케팅 이사와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 5개월만인 2007년 4월에 아들을 출산했다. 하지만 3년만인 2009년 10월 결국 파경을 맞았다.

미인의 연기경쟁이 흥미롭고, 주인공이 핍박을 받다가 마지막에 행복을 찾고 보상을 받는 일상적 줄거리와는 달리 철저한 복수를 그린 스토리로,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대리만족시켜 줄 전망으로, 인기를 모을 것으로 확신된다.

이 드라마에서 지민과 세미가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자 캐스팅 경쟁을 하는데, 결승전에서 ‘어두워질 때까지’에 나오는 시각장애인의 연기를 과제를 받는다.

‘어두워질 때까지’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시각장애인 수지의 남편 샘이 비행기 여행 중 리사라는 어느 여자로부터 인형을 보관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여자는 자신의 파트너인 해리 로트 몰래 이 인형 속에 밀수된 마약을 숨겨 놓은 것이었다. 해리 로트는 그녀의 배신을 알고 난 뒤 그녀를 살해하고 시체를 수지의 아파트에 남겨놓는다. 그리고는 마이크와 칼리노 등 2인조를 시켜 최근에 시력을 잃은 수지에게 접근해 인형이 숨겨진 곳을 알아내려 한다. 수지는 위기상황으로 몰린다.

테렌스 영 감독에 의해 제작된 ‘어두워질 때까지’는 오드리햅번의 마지막 출연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한국에서는 미개봉되었으나 TV에서는 여러 차례 방영되었고, 연극으로 자주 무대에 오르고 있다.

1990년대에는 극단 토토, 200년대에는 극단 마카, 2010년대에서는 지방에 있는 울산시어터예술단(CK아트홀)에 의해 지속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수지는 집안에 침입자를 감지하고, 샘에게 전화를 걸려고 하였으나 전화선은 이미 끊어진 상태다. 대적하기 위하여 빛이 없어야 유리하다고 생각하고, 등을 깨고 나름으로 대응을 하는데, 침입자와 몸싸움을 하다가 우연히 냉장고 문이 열리어 빛이 새어나와 위기에 몰린다.

수지가 싸우는 것이 마치 ‘나 홀로 집’ 수준이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시각장애인의 대체감각과 연기력의 표현은 매우 뛰어나다.

다시 ‘가시꽃’으로 화제를 돌려 보자. 지민은 오디션에서 수지역을 하면서 전화로 신고를 하려다가 전화가 되지 않자 침대에서 적들과 몸싸움만 하다가 끝이 난다. 그러나 세미는 지팡이로 등을 깨고 냉장고 코드를 뽑는다. 심사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사회자가 독창적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영화에 투신할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 오드리햅번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어두워질 때까지’ 역을 받고 단순히 장애라는 특성이나 이미 나와 있는 줄거리를 무시하고 연기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가시꽃’ 작가가 독창성을 상상해내지 못하고 영화를 빌려 땜질을 한 느낌이다. 아니면 지민이 너무 무능하다. 영화 상식도 없는 사람이다.

‘가시꽃’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 악과 순수함, 그러나 최악으로 몰린 입장에서 가슴에 품은 복수라는 매우 단순한 드라마인데도 인기가 기대되는 것은 바로 주제가 복수이기 때문이다.

삶에 지치고 정치인들이나 자본가의 노예처럼 흐느적대는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복수는 대리만족을 준다.

미국 어느 방송사 라디오 앵커가 “여러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세상입니다. 창문을 열고 고함을 지릅시다.”라고 말하여 애청자들이 창문을 열고 고함을 질러댔다는 이야기가 공감이 간다.

그런데 복수라는 대결의 양상이 바로 ‘어두워질 때까지’라는 연기에 상징적으로 새겨져 있다. 그리고 한수산의 소설 ‘갈 수 없는 나라’에 나오는 맹인 부부의 노래와 같이 시각장애인의 연기가 모자이크 기법으로 처리되고 있다.

한수산의 소설 역시 주제가 복수이다. 여자 친구 애인이 새벽 기도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재벌2세들의 별장 파티에 납치되어 성폭행을 당한 후 살해되고, 주인공이 가수가 되어 스폰서가 된 재벌2세들에게 차례차례 복수해나간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에서도 시각장애인 부부의 노래가 바로 ‘갈 수 없는 나라’이다. ‘갈 수 없는 나라’는 바로 저 세상이며, 복수와 죽음을 상징한다.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가시꽃’이나 ‘갈 수 없는 나라’나 공통으로 시각장애인을 등장시키면서 암울한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시각장애가 공포, 암흑을 상징하는 것으로 사용된 것이다. 사회적 인식차원에서 이러한 의미로 시각장애가 사용된 것은 분명 부정적 이미지에 속한다.

시각장애가 불행의 상징이 아니라 긍정적 이미지가 되었으면 한다. 시각장애가 치명적인 사회적 가시로 상징되는 문화적 교육 효과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원래 ‘어두워질 때까지’에서의 시각장애의 이미지는 적극적 참여와 빛이 제거된 동등한 세상, 지혜와 활동의 이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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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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