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울랄라세션 리더 임운택이 세상을 떠났다. 위암 말기 4기로 슈퍼스타 K3 우승자로 데뷔를 하자 많은 사람들이 그를 질투하였다. “암환자가 어떻게 저렇게 춤을 활달하게 출 수 있느냐? 암환자라는 말은 세간의 관심을 받기 위해 꾸며낸 거짓이다.”라는 것이었다. 그가 죽은 후에도 누리꾼들의 악풀은 “이제 죽은 것까지 연기를 한다.”고까지 하였다.

곧 세상을 떠날 사람이 그토록 씩씩하고 열렬하게 삶을 불태우고 있는데, 그에게 응원이 아니라 욕설과 비방과 악풀을 통한 폭력을 일삼았다.

김연아를 ‘돈연아’라고 하며 그만 둔 소속사에서 악플로 괴롭혔다. 돈방석에 안고자 스포츠인이 아니라 연예인이 되었다고 하였다.

드라마 ‘학교 2013’ 문제아 연기를 맡은 곽정욱은 아이라인을 문제삼아 성형시비를 걸었고, 티아라 보람에게도 성형을 문제삼아 ‘쟤만 없으면 좋겠다.’, ‘거슬린다.’, ‘재수없다.’는 등의 악플을 달았다. 보람은 부모인 전영록과 이미영의 도움으로 심리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최진실에게는 ‘안재환에게 사체를 빌려주고 돈을 갚으라고 협박을 하여 안재환이 자살했다’고 살인자로 몰았고, 조성민에게는 자녀양육권을 주장하는 것에 대하여 ‘최진실의 재산을 노리고 한 짓’이라고 입방아를 찧었다. 조성민이 자살하자, ‘잘 죽었다.’고까지 하였고, 유서를 발견하고 재산을 물려받은 그의 누나에 대하여는 재혼한 것을 문제 삼아 ‘전남편 심 씨와 호적 정리도 하지 않았다’며 소설을 썼다.

김태희에게는 ‘모 재벌 2세와 결혼해 신혼여행을 갔다’, ‘임신한 뒤 낙태했다’, ‘정 모 씨랑 호텔에서……,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겠네’ 등 추문을 만들었고, 송혜교에게는 정치인 스폰서설을 유포하였고, 빅죠에게는 비만을 물고 뜯었다. 이희경에게는 성형수술을, 정다빈에게는 성형과 비만 다이어트, 그리고 사망의 의혹까지 만들었고, 유니에게는 스스로 고백한 미혼모의 딸이라는 사실을 문제삼았고, 성형수술을 비난하며, ‘재수없다’, ‘나오지 마라’, ‘쓰레기같다’고 욕설을 퍼부었다.

주홍글씨 주인공 이은주에게는 누드연기를 부끄럽게 여기도록 추문을 만들었고, 일 없음에 우울증을 더하여 자살에 이르도록 힘을 보태었다. 장자연에게는 추문 리스트설을 만들었고, 조선일보 사장 성접대 루머를 생산했다.

장자연, 정다빈, 최진실, 조성모, 이은주 등이 자살에 이르도록 한 것에 악플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직접적인 동기였는지는 알 수 없다. 이미 그들은 영원히 잠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도 생전에 잠 못 이루며 악플에 의해 괴로워했음은 분명하다.

장애인과 연예인들은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첫째, 눈에 띈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쪽은 너무 잘나서 밉고, 한쪽은 너무 못나서 밉다. 다르다는 것이 공통이라 공공의 적으로 분류된다.

둘째, 우울을 경험하기 쉽다는 것이다. 자신이 대단한 위치로 영광을 누리다가 인기가 떨어져 관심밖으로 밀려나거나, 소속사와 갈등을 겪으면서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알고 보니 가족의 경제적 뒷바라지를 한다거나 가정 폭행을 당하고 있다거나, 인기를 밑천으로 다른 사업을 시도하다가 빚에 시달리게 되었다거나, 주변인들이 진정한 인간관계가 아닌 모두 돈을 노린 사람들만 있다거나, 소속사의 심한 스케줄과 펜들이 기다리는 다음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거나, 모든 사람의 감시망 속에 루머에 시달리거나 사적 만남이 추문으로 변한다거나, 댓글을 통한 공격의 대상이 되는 등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은 너무나 많다.

장애인들은 장애를 이유로 가족에게 버림을 당한다거나, 동정의 대상이 되어 자존감을 잃게 되었다거나, 능력 밖의 일을 가족으로부터 주문을 받는다거나, 오해와 편견으로 비난을 받는다거나, 장애로 인하여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다거나,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을 받거나, 시설 운영자의 돈벌이 대상이 되는 등 우울증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학대를 받거나, 차별을 받았거나, 비난을 받았을 경우 이에 대한 반응은 가해자에게 미워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지만, 사회 전체가 적으로 보이며, 사회 전체에 대하여 거부감과 복수심을 가지기 쉽다. 동조나 방관에 대하여 분노를 느끼는 것이다.

연예인들에게 악플은 주로 비도덕성의 비난, 성적 추문, 성형수술, 신체생김새에 대한 비난, 말을 믿어주지 않고 비방하기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연예인을 상대로 돌을 던진 것에 대한 주목을 즐긴다. 그 다음으로는 자신의 악풀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당화하려고 한다. 이에 대한 연예인의 저항이 있으면 무너뜨림에 대한 쾌감을 느낀다. 반면에 자신에 대한 공격은 인내하지 못하고 더 강력한 무기로 괴롭힘의 강도를 높이게 된다.

장애인에 대한 괴롭힘의 경우 처음에는 가벼운 욕설이나 언어폭력으로 시작된다. 시작할 당시에는 ‘참 안되었다’, ‘나 같으면 살기 싫을 것 같다’라는 비난인지 동정인지 애매한 말에서 시작하다가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사회의 부담이다’로 발전하다가, ‘너 때문에 모든 사람이 힘들다’, ‘너는 기생충이다’, ‘저주를 받은 몸이다’ 등으로 점점 강도가 높아진다.

연예인은 악플도 있지만, 선플도 있고, 대중 인기의 짜릿함도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그러함이 없다.

이렇듯 서로 소음은 있지만 그 소음도 차이가 있어 이를 계층소음이라고 한다.(원래는 아파트 층간의 소음방지가 되지 않음을 일컫는 말임) 연예인들에게는 숨어서 공격하고, 장애인들에게는 면전에서 공격한다는 차이도 있다.

이런 공격성을 편집증 성격장애 또는 사도마조히즘(사학-피학증)으로 부르기도 하고, 공격자들은 관심병의 환자들로서 굶주린 애정에 대한 대리만족을 위해 그러한 행동을 한다고도 한다. 억압을 받은 자가 억압을 한다는, 못된 시어머니 밑에서 자란 며느리가 다시 못된 시어머니다가 된다는 논리다.

문제는 장애인은 몰이해, 연예인은 성격장애가 아니라 만연한 집단적 성격을 가진 것으로 가해자에게는 쾌감을, 피해자에게는 정신적 공황과 피폐함을 준다는 것이다.

연예인자살예방협회 회장이자 가수 겸 생명운동가 이광필은 맥도날드 할머니 폭행사건과 관련하여 고소하는 카드를 사용하였고, 김태희는 악플러를 고소하였다가 취하하였다.

전자는 고의적 폭력으로 본다는 것이고, 후자는 누명만 벗으면 되었다는 것이다. 연예인이기에 화를 내지 말고 그래도 웃어야 한다는 것이 후자의 입장이다.

이에 대한 대처법으로는 아예 무관심해버리는 굳은살 대처법이 있다. 상처에 면역이 생기고 감각이 무뎌지도록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강력 대응하여 더 발전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않고 집단화되지 않도록 단절시키는 방법이다. 건드리면 큰 일 날 수 있다는 경고성으로 과장하여 반응하기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일명 전갈법으로 독이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악플이든 장애인 폭력이든 간에 피해자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데, 그것이 강하거나 지속적이면 삶의 이유를 잃게 된다. 그래서 악플이나 폭력의 피해에 사로잡히면 계속 그 상처는 덧나고 2차적 합병증이 생기기 때문에 사회봉사로 달래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은 이러한 정신적 전환이나 피난처가 없다.

장애인의 괴롭힘을 당한 경험은 100이나 상처의 깊이는 각기 다를 수 있다. 괴롭힘을 제거하는 방법은 장애인 스스로가 굳은살법으로 인내력을 키우고 유머로 긍정적 사고를 개발하는 것과, 주위 지지자들에 의한 전갈법이 효과적이다. 그 때 지지자가 절대적 힘을 가진 자이면 그 효과는 더욱 크다.

장애인의 잔존능력을 인정해 주고 그의 노력을 귀하게 존중하는 지지는 통합교육에서 아이들도 함부로 하지 못하게 되는 문화를 만들고, 장애인에게도 자존감을 길러 준다.

통합학교에서 장애인 괴롭힘이나 폭력이 발생하면 교사는 성가시게 여기거나 자신도 괴롭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긍정적 환경을 만들고, 교사가 그 문화의 리더로서 시범을 제대로 보이지 못한 책임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장애인을 24시간 지켜야 하느냐는 말은 “내가 동생을 지키는 사람입니까?”라는 카인의 변명과 같다.

연예계 기자의 추측성 기사는 악플러의 도덕성을 무장해제시키고, 자신이 강자임을 확인하며 만족감을 얻는 자들의 장애인 괴롭힘에 대한 문화적 보호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침해가 오는 것이다.

여기서 복지부는 한 가지 사실을 더 알아야 한다. 장애인 등급 하락이나 재판정은 바로 악플을 볼 때와 같은 분노와 우울을 가지게 한다는 것을.

단순히 행정적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그리고 서비스를 필요한 사람에게 몰아주기 위해 재판정을 한다지만, 재판정을 받는 사람은 도덕적 재판을 받는 기분이 들며, 바로 악플을 대하는 기분이 되어 비참함을 맛본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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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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