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를 받기 위한 기준은 인정조사표에 의한 등급. 과거의 인정조사표에 의해 부여된 등급이 있고, 2010년 10월부터 새로이 적용된 인정조사표에 의해 부여된 등급이 있다.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과 관련한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복지부에서 일어나더니, 결국 전달체계는 시범사업만으로 긁적이고 활동보조서비스가 장애인판정업무와 함께 국민연금으로 넘어갔다.

서비스와 장애인 심판이라는 방망이를 쥔 국민연금은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국가차원의 장애인관련 업무대행을 맡으면서 장애인의 판결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우리 장애인계 내부에 전국적으로 장애를 판정하고 서비스를 전달할 기관이 전혀 없었고, 장애인단체나 복지관외 국가차원에서 종합적 판정을 할 만한 전국적 조직이 없다는 것으로 인하여 국민연금이 사업을 맡을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었고, 장애인들의 주권은 국민연금에게 맡겨졌다.

장애판정에 의사들도 믿지 못하겠고, 활동보조 판정에 간호사들도 믿지 못하겠으니 복지부가 컨트롤 가능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의 전국 조직체는 건강보험과 국민연금밖에 없었던 것이다.

복지부는 귀가 세 개 있다. 그 중 하나는 장애인계의 요구 중 자신들의 정책방향에 써 먹을 수 있는 것만을 듣는다. 다른 한 귀는 교수들의 목소리로, 복지부의 말을 대신해 주는 자가증폭된 소리를 듣는다. 자신이 한 말을 보다 이론적으로 다듬어서 권위 있게 말을 해주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귀는 기재부를 향한 귀로 장애인들의 삶의 현실이나 장애인의 요구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하는 논리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귀를 세우고 있다.

활동보조서비스와 관련한 장애인들의 문제제기와 요구사항을 보면, 만들어진 법이나 제도 중 문제가 아닌 것이 하나도 없었고, 서비스 대상, 자부담 문제, 급여량, 수가, 판정 등 모든 부분에서 시정요구를 받아왔다.

그리고 활동보조서비스 판정과 관련하여 인정조사표에 대한 연구용역이 몇 차례 있었고, 새로이 만들어진 판정도구로서는 장애인 등급 판정에서의 하락현상과 같은 서비스 하락현상을 막을 길이 없었다.

2010년 이전의 판정 도구에 의한 등급이 그 이후에 만든 판정도구에서는 3명 중 1명이 등급 하락되는 현상이 있었으나, 그 이유를 노인 장기요양 판정도구를 모방하여 일어난 현상이 아닌, 지자체의 비객관성과 보건소의 비전문성에다가 핑계를 대며 과거가 잘못된 것으로 치부하였다.

문제는 2013년 5월까지 과거 판정도구에 의해 활동보조서비스 판정을 받은 사람은 일제히 새로이 판정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활동보조서비스를 받고 있는 4만 명 중 3만 명 이상이 새로 판정을 받아야 하며, 국민연금 판정요원 250명이 2명씩 짝을 지어 판정을 하므로 약 60일간 1일 5건 정도를 판정해야만 한다.

판정도구의 변화로 인한 등급 변화는 많은 장애인들에게 불안과 낙담을 안길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현재의 판정 도구가 올바르며, 과거 지자체에서 너무 후하게 준 것이라고 변명할 것이다.

장애인들은 판정도구 질문 항목에서 장애인 개인의 환경을 고려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예를 들면, 지하에 사는 사람과 엘리베이터가 갖추어진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활동보조 서비스량에서 차이가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의 고려는 다른 사람의 서비스를 축소하라는 뜻이 아니라 추가로 더 필요한 경우를 고려해 달라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지하에 살고 있어 활동보조가 더 필요한 사람은 국민들이나 기재부에 설득이 가능하니, 그러한 장애인에게는 서비스를 주고 다른 장애인에게는 서비스를 축소하여 낭비없이 예산 관리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

환경에 대한 추가 항목을 판정검사항목에 추가한다면 장애인이 사회활동을 많이 하는가, 화재 등의 위기에 대하여 대처능력이 얼마나 있는가, 문자는 해독 가능한가, 재활보조기기를 사용하고 있는가 등 추가로 항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장애가 심하여 움직이지 못하니 서비스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니냐, 사회활동 참여가 많으면 그 만큼 어느 정도 움직이는 것 아니냐 라고 말할 수도 있고, 사회활동이 많으니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복지부와 소통하는 장애인은 사회참여를 하는 장애인이니 다른 한쪽의 말은 듣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별도의 환경을 추가항목으로 하면 검사의 총점이 평균적으로 올라갈 것이다. 그 올라가는 정도가 과거 판정도구와의 편차를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반대로 오히려 더 올라가 활동보조 등급이 확대된다면 이는 장애인에게 너무 호화로운 서비스를 하는 것이고, 예산을 낭비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예산 사용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고 복지부는 지레 겁을 먹고 미리 생각한다. 권리에 기반하지 않은 국민의 눈높이인 시혜와 동정 모드로 자동 돌입하는 것이다.

KAMS라고 하는 대한의학회에서 장애인 등급 판정 도구를 새로이 만들었는데, 그것 역시 어차피 의학적 판정이고, 다시 현재의 장애등급으로 환산하니 과정이나 기준은 달라졌으나, 결국 결과는 동일하니 연구자 배만 불리고 일관성 없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판정 개선의 한계로 결과물은 서랍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새로운 판정도구가 현재의 판정결과가 동일하게 나온다면 굳이 변경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장애인에게 불리하게 나온다면 보너스라도 일부 주어야 하고, 너무 등급이 후하게 나온다면 삭감 요인을 또 찾아야 한다. 그러니 새로운 판정은 의미가 없다.

사실 장애인복지법 등 법상으로 ‘중증’이란 용어의 정의가 없고, ‘최중증’이란 말도 없다. 국민들에게는 장애인의 권리와 복지는 설득력이 약하고, 시혜와 동정의 모드라야 설득력이 강하다. 그래서 그 눈높이에 맞춘 것이 와상장애인이다.

그런데 휠체어에 의해 움직이는 장애인을 와상에 포함하였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다니는 와상이 말이 되느냐고 판정 기준이 돌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장애인 뒤통수치기다. 시설에서는 장애인에게 잊을만하면 한 번 씩은 뒤통수를 쳐야 말을 잘 듣는다나?

와상장애인은 침대에 누워 생활하는 장애인으로 활동보조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설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와상장애인이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 활발하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니, 와상장애인은 가정 방문은 하되 재판정은 약식으로만 하겠다는 것이다. 와상만 확인하고 판정은 생략하는 방식이다.

올해 장애인 활동보조서비스 예산이 늘어났다. 지난 해 많은 장애인의 죽음으로 인하여 만들어진 예산이니만큼 복지부는 서비스의 추가 조건으로 중증 외 또 하나의 기준을 개발해 낼 것이다.

‘최중증 독거’라는 말에서 최중증은 인정조사표 400점 이상이 기준인데, 400점 이상인 장애인 중에서 휠체어를 타고 잘 돌아다니는 장애인이 많으니 서비스를 많이 주는 것에 대하여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레 위축되어 ‘최중증 독거’가 아닌 새로운 기준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최중증 독거’들은 물거품으로 변한 인어공주가 될 것이다.

‘독거’와 ‘준독거’, ‘취약가구’를 동일하게 서비스하겠다고 하였으나 이제 ‘최중증’이란 용어가 아닌 다른 조건을 찾고 있다.

새로운 판정도구의 적용과, 일제히 행해지는 대단위 장애인 판정, 새로운 환경요인 반영, 국민연금의 복지부 통제하의 일사분란함 및 과잉 투명성과 결백증이 장애인들에게 다시 등급하락의 낙담을 안겨줄 것이다.

이제 3월부터 장애인들은 표본실의 청개구리로 침대에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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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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