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거주하는 김 모 씨는 지체장애인으로 2011년 봄 첫 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김 씨는 장애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아 10년 가까이 누워있었는데 40세가 되어 뒤늦게 첫 아이를 임신하게 된 것이다.

“임신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뭐랄까……, 제가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하는 김 씨는 자연분만을 원하고 있었지만 장애와 건강악화, 노산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여 제왕절개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를 만날 설렘 속에서도 고민되는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었다.

임신을 한 후 장애로 인한 고비용의 검사비와 치료비가 필요했고 이제 수술비까지 준비해야 했지만, 차상위계층인 김 씨 가족은 남편의 수입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만도 벅찬 실정이었다.

“도와주세요. 아이가 퇴원을 못해요.”

2010년 가을 강원도에 거주하는 이 모 씨가 애절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해왔다. 이 씨는 본인도 중증장애를 가진 기초생활수급권자로 얼마 전 정신장애인인 아내가 아이를 출산했는데 황달이 심해 현재 인큐베이터에 있다는 것이었다.

이 씨는 아이의 퇴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다가 여의치 않자 시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씨가 사는 00시는 당시 여성장애인 출산지원금을 지원해주는 지자체 중 하나였다. 그러나 시청 사회복지과에서는 연간 5명만 지원하도록 예산이 책정되어 있고 예산이 모두 지출되어 더 이상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만 했다.

위의 두 가지 내용은 사랑의 열매로부터 지원을 받아 ‘저소득층 여성장애인 임신․출산․육아 지원사업’을 수행한 기관에 접수된 사례들이다. 두 가정 모두 이 기관을 통해 지원을 받아 무사히 출산하고, 아이를 퇴원시킬 수 있었다.

여성장애인이 엄마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한둘이 아니다. 대부분 경제적 능력이 취약한데다 산부인과에서는 ‘고위험 분만군’으로 분류되어 비보험의 산전검사 등 고가의 출산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의료시설 및 정보 접근에도 어려움이 많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까지 전 과정에 걸림돌이 산재해 있는 여성장애인을 위해 지난 2010년 사랑의 열매가 발 벗고 나섰다.

이 사업의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00단체는 저소득층 여성장애인에 대한 출산금 지원과 함께 여성장애인의 임신, 출산 및 육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였다.

여성장애인의 모성권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에 힘을 쏟는 한편 모성지원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개발에도 두 팔을 걷어 붙였다.

홈페이지 내 모성권 전용 콘텐츠를 마련하고 전용전화를 개설해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원활한 정보 제공에 돌입했고, 방문상담이 필요한 경우 찾아가는 상담서비스도 제공하였다.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하게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공유하는 ‘부모교실 프로그램’도 인기였다.

이러한 사랑의 열매와 수행기관의 노력에 정부도 호응하였다.

지난 해 2월부터 1~3급의 등록 여성장애인이면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1인당 1백만 원씩의 출산비용을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게 되었다. 민간에서 시범적으로 시작한 사업이 정부의 정책으로 제도화되어 감사하고 반가울 따름이다.

그러나 앞으로 갈 길은 멀다. 여성장애인도 당당한 엄마로 설 수 있도록 우리는 차근차근, 그리고 꾸준히 노력해 가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여성장애인의 모성권을 당사자와 가정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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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칼럼리스트
‘사랑의 열매’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중앙회와 지회에서 다년간 근무하는 동안 장애인복지 관련 여러 배분사업에 참여해왔다. 칼럼을 통해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시행하였거나 현재 시행 중인 장애인복지 관련 배분사업을 소개·평가하고, 배분 정책 및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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