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립 의원 발의(2012. 7. 6)에 의해 장애인복지법이 개정(2012. 10. 22)되어 장애인 학대에 대한 내용과 장애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자의 신고의무 강화 및 피해자 사후 조치에 관한 내용이 장애인복지법에 추가되었다.

법안 발의 시기를 보면 ‘원주 사랑의 집’ 장 목사의 사건 발생 직후이다. 또한 보건복지부에서 ‘2011년 아동학대에 대한 실태 보고서’가 발표된 시기이기도 하다. 거슬러 올라가면 신고의무 조항의 계기는 도가니사건인 셈이다.

연일 장애인이 시설에서나 지역사회에서 학대를 받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특히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아동복지법과 노인복지법, 가정폭력방지법 등이 신고의무제를 신설하면서 장애인복지법에도 형평을 맞춘 것이다.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한 규정이 없는 가운데 장애인을 상대로 한 학대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장애인 학대에 대한 정의가 필요했다. 그래서 복지법 제2조에서 장애인의 정의, 장애의 정의에 이어 ‘장애인 학대’에 대한 정의가 나타난다.

장애인 학대란 장애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

신체적 폭력이란 때리는 등 육체에 가하는 것이고, 정신적 폭력이란 위압감 형성 등 정신에 가하는 폭력이다. 언어적 폭력은 욕설 등 폭력의 수단인 것이고, 정서적 폭력이란 정신적 폭력과 구분이 애매한 것이기는 하나, 말로 하지 않지만 체스추어나 표정 등 수단으로 하는 폭력, 즉 시선폭력, 조소폭력, 삿대질, 침 뱉기, 흉내내기 등의 수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해 부위가 아닌 가해 수단으로 해석된다.

학자에 따라서는 겁을 주는 것은 정신적 폭력으로, 공포가 아닌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을 정서적 폭력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 무시, 차별, 고립 등은 정서적 폭력이고, 위협은 정신적 폭력인 셈이다.

언어폭력은 모욕하는 것, 별명이나 비하용어 사용, 험담하기, 빈정거리거나 조롱하기, 나쁜 소문내기 등이고, 정신적 폭력은 음락한 눈빛과 몸짓, 사진 등을 이용한 수치심 유발, 인터넷 등을 이용한 사이버 폭력 등이 포함되며, 신체ㆍ물리적 폭력은 건드리거나 치기, 시비걸기, 장난을 빙자한 밀기, 하기 싫은 일 강요, 물건을 사용하는 상해 등이 포함된다.

돈이나 물건을 뺏거나 감추기, 집단 따돌림, 고의적 따돌림, 도우려는 행위를 막는 일 등은 정서적 폭력에 포함된다.

장애인복지법 제59조의 4에서 신고의무 조항을 신설하였는데, 폭력 사실을 아는 누구든지 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처음 발의안에는 신고를 의무로 하였으나,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과 실효성 문제로 수정되었다.

그러나 2항에서 시설 종사자나 운영자는 직무상 폭력 사실을 알게 되면 의무적으로 즉시 신고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3항에서는 신고자의 신분보호를 규정하였다.

그리고 59조의 5에서는 신고를 받은 사법당국은 즉시 출동하도록 의무화하였고, 2항에서는 출동자가 가해자와 분리나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의료기관에 인도하도록 하였다.

노인이나 아동의 경우처럼 다른 법률에서 사후조치 전문기관이 있으나, 장애인시설에서는 그러한 시설의 법적 근거가 없어 의료기관으로 인도하도록 하였는데, 신체적인 것이나 심각한 정신적 폭력이 아닌 경우 사실 의료기관에서는 할 수 없는 보다 폭넓은 서비스가 필요할 것이다. 반복적 욕설이나 시선폭력을 받은 장애인을 의료기관에 인도하면 아무런 서비스도 받지 못할 것이다. 물론 출동자의 판단에 의존하는 것이므로 이 정도로 의료기관에 인도하지도 않을 것이다.

피해자를 방임하지 않고 조치할 방법이 사실상 결여되어 있다. 성폭력이 아니면 휴식처나 쉼터도 없다. 그리고 출동자의 판단은 자의적일 수 있어 객관성이나 적절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3항에서는 출동자의 방해나 조사거부금지를 규정하고 있다.

제59조 6에서는 일종의 후견 서비스를 담고 있는데, ‘보조인의 선임’이라고 명명하였다. 그 선임의 법위는 법정대리인, 직계친족, 형제자매, 또는 변호사로 한정하고 있다. 피해자의 신뢰관계자는 포함되어 있지 않으며, 전문기관의 전문가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2항에서는 재판 증인으로 법정에 나가는 경우, 본인이나 검사의 요청으로 신뢰관계자의 동석을 법원은 허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청은 본인이나 검사로 한정하여 전문가의 신청은 배제되어 있다. 그리고 허가는 법원의 재량이다.

3항은 수사과정에서도 이를 준용하도록 하였는데, 수사과정에서 법원이 허가권을 가진다고 해석될 수도 있어 이치에 맞지 않기도 하고, 현재 다른 법률에서 정한 증인지원관제도나 진술조력인제도와 다소 상충되기도 한다.

증인지원관은 성범죄에 한하는 것이고, 진술조력인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에 해당하는 것인데, 장애인복지법상 학대는 사법적 정당한 편의제공을 받도록 하는 것은 장애인의 권리를 신장한 것이기는 하나, 사법기관이 장애인복지법을 준용하여 형사절차에 반영할지는 재량권으로 되어 있어 미지수다.

59조의 7에서는 학대 등 금지행위의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신체적 폭력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보호와 감독을 받는 장애인을 유기하거나 의식주 등 기본적 보호나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구걸하게 하거나 구걸에 이용하는 행위, 장애인에게 주어진 급여나 증여품을 유용하는 행위 등이다.

구걸은 시키지 않아도 옆에 세워두거나 데리고 하는 경우를 포함하고 있음은 세밀한 조치이다. 증여품의 유용도 그러하다.

종전 법률에서 시설에서의 성범죄와 관련하여 당국으로부터 해임요구가 있음에도 이를 1개월 내 시행하지 않으면, 1천민원 이하의 과태료, 장애인시설에서 종사자 취업 시 성범죄 사실조회를 확인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시설에서 성범죄 예방과 신고의무 교육을 실시하지 않거나 신고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었는데, 이에 더하여 운영자나 종사자의 신고의무에 성범죄 외에 학대에 대하여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개정하였다.

발의안은 신고의무를 강력히 하기 위하여 1년 이하의 징역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로 하였으나, 이는 성범죄 관련 사항에만 적용되었다.

하지만 인권과 학대에서 완전한 보호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미인가 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선의의 행위를 단속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신고는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여 미신고시설은 같은 처벌조항을 준용하도록 했어야 미인가 시설 실태라도 파악이 가능해졌을 것이다.

아동복지법상 시설에서 신고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는 100만원 이하였던 과태료가 장애인복지법 개정과 시점을 같이 하여 300만원으로 형평을 맞추었고, 가정폭력이나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서도 300만원으로 통일되었다.

하지만 장애인 성폭력은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로 도가니의 위력으로 강력해졌고, 학대에 대하여는 300만원 이하로 추가됐다.

아동의 경우 청소년폭력예방재단, 117학교여성폭력피해자긴급지원센터 등 학대에 대한 전문기관이 있고, 전문기관에 대한 근거는 노인복지법과 아동복지법에도 있으며, 신고도 사법기관이나 전문기관으로 하고 있으나 장애인복지법상에서는 학대예방이나 구제와 사후 처치나 치료를 위한 전문기관은 설정하지 않았다.

성폭력에 대하여는 성폭력상담소나 쉼터 등이 있고, 예방에 대하여는 인권침해예방센터가 있다고 하지만 학대에 대한 전문기관이 없어 사각지대가 되며, 아동의 경우처럼 아동폭력 상담사와 같은 자격제도나 예방이나 사법적 지원 활동을 보장하는 장애인단체나 전문가의 개입의 법적 근거도 없다.

정부는 심각한 장애인 학대를 예방하고, 상담전문가 양성과 자격제도를 마련하고 전문기관을 설치하여 지원하여야 장애인 학대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의 건강이나 보호를 해치는 것도 학대에 포함하고 있으며, 예방과 홍보, 사후처리, 전문기관 등 보다 세심한 규정을 가지고 있고, 안전과 건강지원, 통합서비스 등 장애인복지법보다 휠씬 진보적인 법적 근거를 갖추고 있음을 보아야 할 것이다.

학대의 개념에서는 언어와 정서적 폭력을 포함하였지만 형법상 강력한 조치도 어렵고, 이러한 비교적 가벼운 경우에도 출동을 위해 신고하기도 어려워 금지행위와 신고의무제는 상당히 범위를 축소하고 있으며,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 폭력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지도 않고 있다.

폭력 정도가 약하여 사법적 조치가 어려워 신고하는 것이 실효성이 없다고는 하나 학대방지와 사후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는 강화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문제를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차별금지나 인권침해 해결 방법으로 학대 같은 촘촘한 서비스를 해결할 수 없다.

59조 7항의 금지행위는 규정하였으나, 시설이나 종사자에 대한 처벌은 별도의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고, 신고를 의무화한들 실효성이 없기도 하다.

예를 들어 기증된 사과를 직원들이 가져다 먹었다고 신고를 할 것이며, 처벌을 할 것인가 생각해 보라.

그리고 시설에서의 성폭력 관련 직원 해임을 거부하거나 1개월 내에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 처벌토록 하고 있으나, 시설에서 행정소송으로 거부할 할 경우 미결사건으로 처리하는 것인지, 일단 벌칙은 우선 적용하는지도 모호하다.

노동법의 경우는 항소하더라도 조치를 우선하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행정소송 등 소송이 제기되더라도 우선조치 해야지 최종심판 후 조치하는 것은 피해자의 고통만 가중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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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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