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항상 건축이라는 공간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 공간 안에서 일상의 행위 자체는 변할 수 없지만 행위를 어떻게 하느냐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늘 변해왔다. 따라서 건물과 일상은 땔 수 없는 관계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면, 우리의 일상은 각박하고 답답하다. 건축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의 문제가 그 중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건물들은 아주 자주 우리를 일상적으로 괴롭히기 위해 지어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좋은 사회를 위한 모든 노력은 결국 사람들의 즐거운 일상을 통해 검증된다. 일상에서 즐겁게 만날 수 있는 건물이 많은 곳을 좋은 사회의 목표로 추구해 볼 수도 있다.

우리의 일상은 주택을 비롯해서 여러 건물들을 오가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런 만큼 건축이 얼마나 일상을 잘 고려해서 이루어지는가는 행복한 일상을 위해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좋은 건축은 그 자체로 우리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 줄 수 있다. 따라서 건축의 일상을 보살피는 것은 그 자체로 우리의 일상을 보살피는 것이기도 하다.

건강한 건축은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중요한 활동이다.

주변의 일상적인 건물들을 살펴보면, 어떤 건물의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문을 지나야 한다. 담이 없는 건물은 많아도 문이 없는 건축물은 없다.

주변 건물들은 문에서부터 우리의 일상에 관한 고려가 사실 많이 부족하다. 그것은 대체로 문턱이라는 '장애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더욱이 큰 건물일수록 길과 바로 연결되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건물을 만들었다고 보아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은 물론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인생은 일상이 하나하나 모여서 이루어진다. 일상이 행복하지 않으면 결국 인생이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의 목적은 더 나은 생활이고 구조는 그것을 위한 조건일 뿐이다. 우리가 구조를 바꾸고자 하는 까닭은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서이다. 결국 일상의 만족을 위한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많은 건물을 통해서 표출된다. 그러므로 건축은 일상을 빚어내는 공간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일상적으로 건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그 출발은 건축을 위한 삶이 아니라 삶을 위한 건축이어야 한다. 건축가는 멋있는 건물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건물을 짓는 사람이어야 하고, 나아가 좋은 삶을 위한 공간적 조건을 개선하는 전문가여야 한다.

건축과 일상에 관한 관심은 건축가의 사회적 의무와 과제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행복한 일상을 보려고만 해 왔다. '본다'는 눈으로 대상의 존재나 형태적 특징을 살피는 행위이다. 시각적으로 보는 행위는 그 속에 담겨진 의미를 살피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행복한 일상을 '보기'보다는 '읽어야' 한다.

'읽다'는 글을 보고 거기에 담긴 뜻을 헤아려 이해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하는 행동들을 하나 하나 읽고 장애인 시설을 설치한다면 지금 보다 조금은 더 따뜻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년 동안 칼럼을 연재하면서 일상의 많은 부분들을 읽지 못하고 보려고만 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게 된다. 단순한 보기를 넘어 찬찬히 읽으며, 사유가 깊어지도록 되새김해 볼 필요가 있다.

행복한 일상은 끊임없는 읽기의 상상력을 통하여 도시건축의 일상 속에 녹아내릴 것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이훈길 칼럼리스트
시작은 사소함이다. 비어있는 도시건축공간에 행복을 채우는 일, 그 사소함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어진 도시건축과 지어질 도시건축 속의 숨겨진 의미를 알아보는 일이 그 사소함의 시작이다. 개발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부를 주었지만, 문화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생활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의 온기로 삶의 언어를 노래하는 시인이자, 사각 프레임을 통해 세상살이의 오감을 바라보는 사진작가, 도시건축 속의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통하고자하는 건축가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