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가 되면 각 정당은 서로 신경전을 한다. 말은 정책대결을 한다지만 상대의 문제를 국민 앞에 공개하는 것이다. 그 중 어떤 것은 국민이 미처 몰랐던 것을 알게 해주는 역할도 하고, 어떤 경우는 다 아는 사실을 강조하며 집요하게 공격하여 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또 어떤 경우는 별 것도 아닌 것을 의혹 수준에서 공격하여 국민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후보의 말과 행동과 다르다며 안랩의 장애인 고용율이 저조했다고 공격했다. 장애인 법정 고용률을 지키지 않은 것은 형사적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민사는 더욱 아니다. 행정상 처리이므로 분담금을 내면 면죄부가 주어진다.

그런데 장애인 고용을 늘리기 위한 법의 정신보다는 기업들이 그 면죄부를 너무 많이 활용하여 장애인에게 기회를 주는 것보다 돈으로 떼우고 마는 경향이 강했다. 이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약하다는 것으로, 곧 도덕성의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더구나 장차법이 통과된 후 이제 차별이 없어졌으니 의무고용을 삭제하자고 경제계에서 주장하자, 장애인계에서는 차이를 차이나지 않도록 보호하지 앓는 것도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의 지적에 대하여 안랩 측은 IT 기술특성상 장애인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근로자 2.3%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는 것에 제외 업종을 없애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노력한 장애인들은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회계직도 있고, 상담직도 있고, 전문 IT 기술직도 장애인이 하기 힘들다고 보는 것 자체가 기가 막혔다.

물론 이러한 답변은 안랩에서 누군가가 대신 답한 것이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가 직접 잘못 답한 것은 아니다. 어쩌면 안철수 자신이 직접 답했다면 ‘죄송합니다. 미처 노력하지 못했습니다. 제가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 시정하도록 하고, 제가 국정을 맡으면 이점 유념해서 모든 기업이 법정 고용율을 지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답했을지도 모르겠다.

안랩의 답변은 인색했다. 답변에 따르면 안랩에서는 장애인을 고용할 의지가 없었고, 노력도 해 보지 않았다. 안랩의 장애인 고용률은 0.65%였고, 7년 간 장애인 미고용으로 분담한 금액이 3억원이 넘었다.

잘한 것은 분명 아니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 후보 자격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리고 장애인 고용을 적극적으로 지도, 감독하여 장애인의 자립을 돕겠다는 공약에 진실성이 없다고까지 보기는 힘들다.

그런데 안 후보는 자신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에서 장애인이 일자리를 갖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부터 고용의무를 준수해야 하고, 특히 돈으로 때우려 하지 말고 실제 고용을 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지난번 ‘안철수 생각’은 "탈세는 나쁜 것이고 그런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해 놓고 본인은 몰랐고 아내가 알아서 한 것이었고, 집을 구입하면서 금액을 낮추어 세금을 피한 것에 사과한다"고 한 적이 있다.

정치인들이 청문회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 자신은 일일이 신경 쓰지 않고 가족이 알아서 한 잘못된 일이었다고 하는 내용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늘 보던 일이었다.

이런 점에서 조금은 실망했는데, 장애인 고용문제에서 또 다시 스스로 ‘돈으로 떼우려 하지 말고 실제로 고용해야 한다’고 해 놓고 자신은 그렇지 못했음은 느끼지 않았다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다.

안 후보가 설립한 '안철수 재단'도 지난달 인터넷에 직원채용 공고를 내면서 '장애인 채용 희망란'에 '비희망'으로 표시해 장애인 고용 의지가 전혀 없음을 보여 주었다.

민주독재라는 말이 있다. 쓴 약은 먹기도 좋고 몸에도 좋은 약이지만 달콤한 말은 사탕발림 뿐일 수 있다. 말만 믿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실천없이 미래의 약속을 하는 것은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를 지적한 새누리당에서는 우리는 약속한 것은 기필코 지킨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당은 약속이 표를 얻기 위한 지키지 못할 약속을 일단 포퓰리즘으로 인기부터 얻고 보자는 식일지 몰라도 우리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약속을 해야 지킬 수 있지 않은가. '약속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까지는 좋다. 그러나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아직까지 장애인 공약이 나오지 않고 있다. 조속히 정책을 밝히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요구안을 수용하는 면모를 보이면서 상대를 공격해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래된 고목이 아니라 신선한 희망을 가진 당이라면, 두터운 인사에 복잡한 절차가 아니라 직접 소신있게 챙기고 장애인을 자세를 낮추어 직접 만나주고, 장애인을 측근에 두고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자세를 새누리당도 보여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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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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