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슬로우의 인간의 욕구 단계설. ⓒ서인환

매슬로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생리적 욕구라 하였다. 식욕과 배설, 성욕과 수면 욕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 다음으로 안전의 욕구를 꼽았다. 먹는 문제가 해결되면 안전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위험과 고통에서 벗어나고 편안한 생활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단계의 욕구는 애정 욕구로 이는 이성간의 애정이라기보다는 소속감과 사회적 관계를 일컫는 것이다.

성적 욕구인 기본 욕구와 애정을 분리하여 정신적 수준과 육체적 욕구를 달리 본 것은 인간이 상당히 성숙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신적 사랑을 사회관계로 본 것이다.

다음 단계는 존경의 욕구로서 지위와 명예를 추구하는 것이다. 마지막 단계로서 자기의 삶의 보람을 추구하는 단계로 보았다.

그리고 욕구는 결핍욕구와 성장욕구가 있어 결핍욕구는 성취를 하면 그 욕구가 소멸되지만, 성장욕구는 그 욕구가 충족될수록 더 강해진다고 하였다.

최근 방송물을 보면 음식에 대한 프로그램이 매우 많아졌다. 같은 재료라도 요리하는 비법에 따라 다르니 그 비법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어느 특이한 재료를 발견하여 맛을 돋우는 프로그램도 있고, 시골 등 향수를 자극하며 침을 고이게 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그러면서 고구마를 삶는 장면에서도 도저히 참지 못하겠다며, 침을 흘리는 장면을 묘사하며 식욕을 자극한다. 시청자가 원초적인 단계로 하락하는 기분마저 들기도 한다.

방송물들은 인간을 가장 하위 단계의 욕구인 식욕이나 충족시키는 존재로 머물게 하면서 그 정도의 기쁨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방송으로 모든 시민들을 최고의 단계로 이끌 수는 없는 것이고, 최고의 단계는 일부 지식층의 전유물이므로 시청률 확보를 위해 가장 저변적이고 원초적인, 모든 사람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는 하위단계를 자극하고 충족시키는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혹은 성욕은 비도덕적이거나 개인적일 수 있어 원초적 식욕으로 방송물을 만드는 것인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지원 제도에서 대부분의 서비스 유형을 보면 옷을 입고, 양치질 하고, 밥을 먹고, 신변처리를 하는 등 인간의 욕구단계로 보면 1차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서비스 양을 판정하는 인정조사표 역시 인간의 가장 하위 단계의 욕구에서 도움의 필요성을 조사하는 검사도구이고, 서비스 역시 그것을 도와주는 수준이다.

그 외에 활동보조 서비스는 외출하기 정도인데, 이는 소속감을 충족시키는 애정 욕구 단계에 해당한다. 사회참여라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적장애인의 지켜보기 서비스가 일종의 안전 욕구라면, 사실 우리의 활동보조 서비스에는 안전 욕구는 없다. 노인요양 서비스에는 기본 욕구와 안전 욕구가 동시에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는 안전은 활동보조 서비스 과정 중 유의할 점이지, 서비스 항목으로 별도의 시간으로 인정되지는 못한다.

안전이 고려된다면 안전을 위한 별도의 서비스 시간이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동안의 안전이 다루어져야 한다.

음식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예쁘게 먹고, 어떻게 하면 더 건강을 고려하여 먹을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안전의 욕구가 포함될 수도 있는 것이고, 음식을 통화여 서로 친숙함을 느낀다면 애정의 단계인 것이고, 음식에 대하여 자부심을 가지면 존경의 욕구단계인 것이고, 그것을 사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자아실현의 욕구도 될 수 있는 것이다.

웰빙이나 힐링은 삶의 질을 말하는 것으로 단순한 식욕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배설에서도 화장실 문화와 같이 안전과 만족감을 추구한다면 그 단계는 최고의 단계가 될 수도 있다.

매슬로우 단계에서 모든 단계가 삶의 질과 연관되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을 개인적 목표로 세웠을 경우에는 최고의 단계인 자아실현의 욕구가 된다고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부에서도 그러한 점을 감안하여 서비스의 양을 충분히 제공하여 자아실현의 욕구와 같은 경지가 되도록 해야 비로소 최고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자립'은 사회참여를 통하여 애정의 욕구도 충족하며, 자기결정권 행사를 통하여 명예에 대한 욕구를 총족하며, 자립을 자아실현의 목표로 삼아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음을 정부는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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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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