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코 앞이다. 대선 후보 모두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고 말한다.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현재는 표를 위해 허리를 굽히고 우리에게 귀를 기울이지만, 표를 받은 후에는 우리를 지배할 것이다.

대통령은 단일제이기 때문에 공약 이행에 대한 심판에는 한계가 있다. 매니패스토로 공약 이행을 평가하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였다면 다시 선거로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한 번만 하고 물러나야 하는 대통령에게 그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다. 노력했지만, 여러 가지 환경의 어려움으로 이루지 못했다면 그 것을 따져서 내 표의 대가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도 없고, 후회를 한들 소용이 없다.

후보에 대한 판단도 쉽지 않다. 공약 외에는 딱히 그 사람을 잘 알 수가 없어 다른 방법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공약이 실현 가능한가도 일반 시민으로서는 판단할 수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공약에 예산을 얼마나 투입할지 정확하게 정하지도 않지만, 정했다 하더라도 실천 여부는 알 수가 없다.

공약은 비교적 구체적이지 못하고 확대를 한다거나 내실화를 한다거나 하는 막연한 표현이 대부분이어서 의지만으로 실천 가능성을 100% 믿기도 힘들다. 대선 후보 한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의 실무자나 소속 당의 성향을 참고로 할 수는 있다.

복지 예산이 내년에는 100조를 넘을 것이라고 하지만,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이 포함된 금액이고, 사회복지 중에서도 노인과 보육에 치중한다고 하면, 그런 마인드를 가졌으니 장애인도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런 사업을 위해 예산을 투입하기 때문에 오히려 장애인 예산은 늘릴 수가 없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을 했음에도 건설업체가 오히려 어려워졌고, 747 공약으로 경제성장률 7% 이상, 국민소득 4만불 이상, 7대 강국이 되겠다고 무지개빛 공약을 했지만 현재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것을 감안하면 화려한 공약도 소용이 없음을 우리는 경험한 셈이다.

대선 후보들의 공약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특히 장애인에 대한 공약은 논의조차도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배신의 기억을 벌써 다 잊고 귀가 얇아 또 기대하고, 바라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대선 후보들의 정책 성향들을 비교해 보면, 대기업의 출자총액제에 대하여 박근혜 후보는 대기업의 과도한 지배는 막되 자유로운 경제활동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출총제는 부활해야 하며, 대기업은 규제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안철수 후보는 출총제나 순환출자는 막아야 하지만,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다소 애매한 표현으로 말하고 있다.

북한 지원에 대해서서도 박 후보는 안보를 위해 지원해아 한다고 주장하며, 안 후보는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문 후보는 바로 회담을 추진하고 지원을 통한 개방으로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평화가 경제라는 논리이다.

복지 분야 정책은 박 후보는 보육지원, 노인 등 연령별 맞춤으로 확대하고, 등록금 지원은 소득별로 지원해야 한다는데 반하여, 안 후보는 성장을 통한 복지를 말하고 있다.

복지예산 확보 방안에서 특히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데, 박 후보는 정부의 지출절약을 통해 복지를 한다는 것이고, 문 후보는 부자세를 부활하여 확보한다는데 반하여 안 후보는 국민 전체의 세금을 추가로 올려 확보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보면 박 후보는 확실한 보수적 입장이고, 문 후보는 보편적 복지를 통하여 개혁성을 보이겠다는 것인데, 안 후보는 중도보수 내지는 중도진보적 성향을 보인다.

대통령 혼자서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선거 캠프의 상당수가 당선 후 실무에 포진하게 된다는 점에서 정권을 잡으면 이러한 성향을 보일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아무리 진보라 하더라도 장애인 정책은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많은데, 헌법 34조에서 장애인은 국가가 보호한다가 아니라, 생활능력이 없으므로 보호한다고 한 것처럼 굳이 형편이 되는 사람은 할 필요가 없다고 하여 보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정리할 것이다.

문민 정부 시절 LPG 지원책은 차를 가진 부유한 사람에게만 혜택이 있다고 하여 폐지한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장애인 복지 국가예산은 선진국에 비하여 몇 배나 적어서 박 후보처럼 정부지출을 줄인다는 방안은 줄일 수 있는 부분이 크지 않고, 안 후보처럼 성장을 먼저 생각한다면 복지, 특히 장애인 복지는 후순위가 될 것이다. 문 후보의 경우라도 등록금 반값이나, 의료, 노인과 보육의 상당한 증액에서 장애인까지 추가하기에는 재정적 어려움으로 힘들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실제 유력 후보자들은 예산이 크게 들지 않으면서 장애인에게 도움이 되는 공약을 찾을 것인데, 그 첫 번째가 일자리 창출이다.

장애인 의무고용율을 상향시키거나, 혹은 법은 수정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솔선수범하여 일자리를 더 만들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

어찌됐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자리는 조금 더 생기는 것일 뿐 모든 장애인이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어서 근로가 어려운 경우는 문제가 된다.

사실 모든 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복지다.

예산이 늘어나야 하는 부분으로, 연금 인상을 월 20만원을 약속하느냐, 30만원을 약속하느냐의 문제이다. 제대로 지킬 것인지도 모르는 잠재적 부도수표에 싸인을 해야 하는 장애인으로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외 많은 공약들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장애인 개인이 아닌 단체의 공약 요구에 입장을 표명하는 수준으로 센터를 만들겠다거나, 서비스를 늘리겠다는 등의 공약이 될 것 같다.

장애계에서는 아직도 복지 패러다임을 요구할 것인가, 실제적 혜택을 받는 예산 증액이냐, 개별 서비스 예산 증액이냐, 서비스 기관의 확충이냐 등을 놓고 공약에 대한 요구의 방향성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등급제 폐지나 부양의무제 폐지 문제가 다소 해소되는 현실화나 개편을 약속한다고 한들, 실제 우리 장애인에게 어떤 정책으로 드러나 줄 것인가는 현재 판단이 어렵다.

대선 후보 누구는 장애인에 대한 감수성은 부족하고, 다른 누구도 엘리트 지도자로서 우리의 아픔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 장애인을 옆에 두고 장애인 스스로 정책을 만들도록 지원한다거나, 참모 장애인으로부터 그 감수성을 빌려서 일하도록 일정 자리를 장애인에게 약속하기도 쉽지 않다.

옆에서 아무리 권리를 가르쳐도 머리로만 받아들이고 가슴은 모두 시혜적 입장이어서 장애인 정책은 모두 보수라는 것이 문제다.

그러기에 친장애 후보의 진정성을 알아보기 위한 검증이 필요하다.

안 후보가 상당히 보수적 성향을 보임에도 민주와 통합을 고민하는 모양이 국민의 요구에 의한 것인지, 승리를 위한 정책인지는 모르겠으나, 일정 부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뭔가 세상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바꾸겠다는 것인지 검증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현재의 불만을 새로운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 병원의 서비스가 나쁘다고 다른 병원으로 옮긴다고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보장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오히려 나쁘거나, 적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그 동안의 치료와 일관성이 없어 더 고생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실제로 향상되고 보장될 수 있는지, 우리는 이제부터 검증을 하고 선택을 하여야 한다. ‘복지가 경제’라고 말할 후보를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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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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