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장애인을 비하하거나 무시하거나 억압하는 정도가 매우 컸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다.

장애인이 자나간다고 소금을 뿌리는 사람도 없고, 장애인이 택시를 타면 기분 나쁘다고 승차 거부하는 사람도 많이 줄었다.

그런데 장애인을 등치는 사람은 과거보다 더 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도가니 사건도 넓게 보면 장애인의 약함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구만을 채우는 등치는 행위였다.

매년 장애인등록이 30만 정도로 꾸준히 늘어나다가 장애인 LPG 연료비 세액공제 제도가 없어지자 지난 해에는 전혀 늘지 않았다.

물론, 장애인 등록 숫자가 늘지 않는 이유가 그 것만은 아니지만 그 중요 요인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장애인 가족들이 평소에는 장애인을 천대하거나 잘 돌보지 않다가 정부가 주는 혜택이나 서비스가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면 최대한 그것을 활용한다. 정부의 지원으로 가족까지 혜택을 보았다고 해서 장애인에 대한 대우나 위치가 개선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물론 장애인을 부양하는 가족의 부담도 줄여주어야 하고, 가족 단위의 지원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 안에 장애인을 등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문제다.

필자가 대학교 시절, 평소 장애인이라고 그렇게 구박하던 한 친구가 어느날 돈을 1천 만 원을 들고 와서 자신이 받아야 하는 군 입대를 위한 신체검사를 대신 좀 받아달라고 부탁하였다. 검사관과는 모두 입을 맞추어 놓았으니, 걱정 말고 대신 받기만 하면 장애로 인하여 자신이 군면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원한다면 돈을 더 줄 수 있다고도 했다.

필자가 그 때 그 부탁을 들어 주었다면 십 년쯤 지나서라도 뉴스에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다시 자동차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자동차는 장애인 명의로 구입하더라도 가족이 이용할 수 있기에 실제 장애인이 이용하지도 않고, 장애인 개인이 차주가 아니라도 그 가족이 장애인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이용해 자동차를 구입하고자 한다.

심지어 필자에게는 친구, 이웃 사람까지 장애인 명의를 빌려 달라고 부탁을 해 온 적이 있다. 지금 차가 없는 것이 이용당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그 많은 유혹을 뿌리쳤으니 필자는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우리는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위험한 상황, 걸림돌이 생기면 '빨간불이 켜졌다'고 말한다. 그런데 빨간 신호등은 사실 걸림돌이 아니다. 신호체계상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고, 다른 교통 흐름을 도와주는 녹색불과 조화로운 존재이다.

그런데 우리는 파란불은 좋은 이미지로, 빨간불은 나쁜 이미지로 사용한다. 빨간불이 생명체가 아니길래 망정이지 만약 생명체라면 좋은 일을 하면서도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빨간불로서는 억울할 것이다.

이런 빨간불처럼 억울한 경우가 많아 함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사실 장애인 가족도 장애인을 등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에게 자동차 혜택이 축소된 것 역시, 발생 가능한 문제를 아예 제거하자는 식이어서 피해를 막자고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한 결과가 된다.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조정하지 않고 아예 그 제도를 폐기해버리는 이유로 사용하니, 장애인은 이래저래 빨간불이다.

악용이 있다고 폐기한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워낙 살기가 어렵고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정부가 지급하는 장애인연금 등은 가족이 받아 사용하면서 장애인은 시설로 보내거나 이웃농장으로 보내어 노동착취를 당하게 하고, 전혀 돌보지 않으면서 일하게 하고 방치하는 경우들도 많다.

물론, 한편으로는 장애인이 그렇게라도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말하겠지만, 다른 면에서는 가족이 장애인을 등치고 있는 것이다.

가족으로서 이용을 하느냐, 사랑을 하느냐가 등을 치는지 아닌지의 기준이 될 것이다. 사람을 사랑하느냐, 돈을 사랑하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장애인 판정에서 1급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중에는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자립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고, 실제 1급인데 제대로 판정을 받지 못하여 억울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간혹 장애인단체에 도움을 요청하고 1급 판정을 받도록 관련 서류에 대한 자문까지 구해 막상 장애인 1급 판정이 나온 후, 그렇게 1급 판정을 받으려고 했던 이유가 사보험을 들어 놓고 5년이 지나 1급이 되면 큰 보험금을 탈 수 있어서였다는 것을 일게 되면, 결국 등치는 일에 가담하거나 도와 준 것이 되었기에 실망감이 든다.

장애자녀가 성폭행을 당했다며 도움을 요청한 가족이 알고 보니 아이를 방치해서 거리를 떠돌다 그런 사건이 생긴 것이고, 지금도 흥분하는 것은 아이의 상처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이 생길 수도 있어 쇼를 하고 있다면, 그 것 역시 장애인을 등치는 가족일 것이다.

시설에서 이용자들에게 스틸녹스 수면제를 매일 먹여 저녁에 모두 잠들게 하여 직원들도 쉬고자 한다면 이는 보육사나 아이돌보미가 아이를 편하게 돌보고자 젖에 수면제를 먹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 약을 장기 복용을 하면 두통과 구토, 식욕부진, 몸의 균형을 잃고 휘청거리게 된다.

뇌병변 장애인 성인이고, 굳이 보바스 물리치료가 필요한 상태도 아닌데도 재활을 위해 시설 이용자는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물리치료를 하도록 과잉진료를 한다면, 그리고 그 의사가 시설장의 친인척이라면, 그리고 촉탁의로 급여를 받으면서 내원시켜 이중으로 돈을 청구하고 있다면, 이 역시 장애인을 등치는 것이다.

물론 보바스 물리치료는 수가가 고가이고, 특히 유아기에 효과가 있으며 성인기에도 효과가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거의 모든 이용자에게 강제되는 치료는 분명 과잉진료이다.

심지어 어떤 시설은 이용자 100명에 대해 월 평균 1인당 50만원씩 물리치료비를 청구하여 연간 6억의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이 비용은 건강보험료가 아니라 수급자로서의 의료급여라 심평원의 감시도 받지 않고 있다.

그 의사는 시설장의 친척이라는 이유로, 시설 하나만으로도 잘 살고 있다고 한다.

피곤한 생활지도사가 자신이 쉬기 위해 이용자들을 재활훈련을 핑계로 병원에 입원시킨다면, 그야말로 너무 강하게 등치는 것이다.

정신장애인도 아닌데 할로메리톨(항 정신성 치료제로서 도파민 억제용)을 매일 10알씩 먹여 자폐나 발달장애인들이 온순해지도록 한다면, 엄청난 부작용으로 시달리게 될 것이고, 급기야 사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이용자가 아니라 원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자립을 위해 탈시설을 하여 삶의 기반을 마련하는 자에게 부동산 이중계약을 하여 사기를 친다면, 그 장애인은 영원히 자립의 기회를 잃은채 자포자기하고 말 것이다.

이 사회는 장애인을 그렇게 구박하고 차별하면서, 또한 그렇게 많은 등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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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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