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여행은 발견이다.

그 곳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 곳에 낮선 여행자의 발길이 닿으면 싱싱한 경험들이 펄떡이기 때문이다.

낯선 길을 떠나날 때마다 난 천국을 만난다. 여행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데 묶어놓은 실타래 같아 낯섬을 익숙함으로 품으려 오늘도 길 위의 천국으로 발길을 돌린다.

가을이 익어갈 무렵, 전철을 타고 무작정 떠나본다. 발길이 옮겨진 곳은 1호선 수원역. 수원은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이 있는 곳이다. 화성은 정조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명물, 수원성이 있는 곳이다. 수원성은 대대손손 길이 남을 소중한 그 것이다.

수원역에서 내려 건너편 버스승강장으로 간다. 이 곳에서 화성의 북문인 장안문 행 버스를 탄다. 북문까지 가는 버스는 많기 때문에 특별히 어렵지 않게 버스에 오른다. 몇 정거장 지나니 장안문이란 안내방송이 나온다.

수원엔 저상버스가 많고, 기사님들도 매우 친절하다. 기사님께서 장안문 앞에서 버스를 새우고 리프트를 내려 주신다.

“다 왔습니다 손님. 장안문입니다. 여기서 내리시는 거 맞죠?”

친절한 미소를 띠며 기사님이 말을 건넨다.

수원화성 성곽. ⓒ전윤선

장안공원으로 더 잘 알려진 화성의 북문 '장안문'은 성곽의 북쪽에 자리하고 있다 성곽 밖은 공원으로, 돌담과 함께 잘 조성돼 있어 여행객의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다.

웅장한 북문 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걸어가는 내내 북문의 웅장함과 위용에 주눅이 든다. 북문을 통과하니 성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화성은 예부터 지금까지 성곽 안에 주민들이 실제 거주한다. 옛 모습 그대로의 민가는 아니지만 화성내에 주민이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

북문을 통과해 행궁 쪽으로 향한다. 행궁(行宮)은 왕이 지방에 행차할 때 임시로 머물던 곳이다. 또한 휴가나 지방 등에 별도의 궁궐을 만들어 임시 거처하던 곳이다.

행궁 앞에 드라마 대장금의 주인공이 모습 그대로 관광객을 맞는다. 신풍루를 지나 궁 안으로 들어간다.

행궁 안을 보면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는 마음이 얼마 큰 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 화성을 만들고, 그 안에 행궁을 만들어 아버지를 이해하고 그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려 애섰던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다.

동북공심돈. ⓒ전윤선

행궁을 나와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한 낯 기온은 후덥지근하고 수직으로 내리는 햇살은 눈부시다. 발걸음 또한 가볍다. 다시 발길을 재촉한다.

서장대로 가는 길 곳곳에서 화성을 아끼고,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동장대(연무대)로 가는 길은 대천을 건너야 한다. 대천을 건너 화홍문 쪽으로 올라가니 이 길은 조금 가파르다. 화성박물관으로 가는 길도 있지만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보고 가야하기 때문에 이 길을 선택했다.

우선 방화수류정부터 들러본다. 대천을 지나 성 밖에 있는 방화수류정은 국내 사진작가들이 찾는 필수 코스로 그 명성이 드높다. 해질녘과 해뜨기 삼십분 전부터 자리를 잡고 일몰과 일출 시간을 기다려 작품을 건져낸다고들 한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황홀할만큼 아름다운 방화수정은 화홍문 뒤쪽에 자리하고, 화홍문과의 조화가 살아있는 미술작품을 연상케 한다. 지금도 화홍문 아래 대천엔 광교산에서 흐르는 물길이 이 곳을 통과한다.

연무대. ⓒ전윤선

연무대로 발길을 돌린다. 연무대는 활을 쏘는 장소이다. 지금도 국궁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연무대에서는 화랑들의 솜씨를 볼 수 있다. 연무대의 또 다른 국보 동복공심돈있다. 성곽 위에 동복공심돈을 보기위해 성곽 따라 올라간다. 수원화성에 유일하게 휠체어로 성곽을 따라 올라갈 수 있는 몇 군데 중 한곳이다.

성곽을 따라 올라가니 동복공심돈의 자태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답게 만들었는지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동북공심돈은 노대의 서쪽 60보쯤 되는 거리에 있다. 성학(城托)의 위 성가퀴 안에, 요동(遼東)에 있는 계평돈(平墩)을 본떠서 벽돌로 쌓아서 둥그렇게 돈(墩)을 만들었는데, 겹으로 둘렀다.

동북공심돈을 지나 동문인 창룡문을 또 지나 동포루에 이른다. 동포루는 화성의 5개 포루 중 동쪽 동일치와 동이치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적이 성벽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화포를 쏠 수 있도록 만든 시설물로 치성의 발전된 형태이다.

화성의 포루는 모두 벽돌을 사용하여 만들었으며, 공심돈과 같이 안을 비워 적을 위와 아래에서 동시에 공격할 수 있게 하였다.

휠체어로 성곽을 갈 수 있는 곳은 이 곳까지다. 다시 내려와 봉돈(봉화) 쪽으로 간다. 봉돈 쪽으로 가다보면 성곽은 왼쪽이고, 오른쪽엔 민가들이 있다. 길 끝은 계단으로 돼 있어 더 이상 접근이 어려워 서장대 쪽으로 간다.

서장대. ⓒ전윤선

서장대 가는 길, 행궁 광장을 지나야 한다. 행궁 쪽으로 가다보면 화성박물관이 나온다. 이 길은 경사가 완만해 휠체어 보행이 자유롭다. 서장대 가는 길에 화성홍보관에 잠시 들린다. 홍보관엔 화성과 관련된 각종 전시와 교육 등을 하고, 이곳에서 장애인 관광객을 위해 전동휠체어와 수동휠체어를 무료로 대여해준다.

또한 수원화성의 정조 대왕 능행차 체험은 수원시의 대표적인 퍼레이드 축제이며, 정조의 효심이 깃든 능행차다.

능행차에는 관광객도 전통복장을 입고 연무대를 시작으로 동문지구대 남향동사무소앞, 매향교 행궁광장 신풍로까지 코스에 함께 참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행궁광장엔 무예24기 공연이 매주 화요일에서 일요일까지 오전 11시 행궁 신풍루 앞에서 펼쳐진다. 토요상설 공연과 장용영 수위식 광장기획공연, 궁중문화축제 등 화성은 볼거리 느낄거리 체험거리 등 오감을 만족하는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광장을 지나 서장대로 올라간다. 서장대는 팔달산 정상에 위치해 있다. 이 곳으로 올라가는 길은 굽이굽이 산길처럼 휘돌아 올라가야 한다. 이 곳은 경사가 급하고 높아서 보조인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장대에 오르니 수원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오른쪽으로 경기도청이 있고, 왼쪽으로 경기대와 성 내부의 모습이 살아 움직인다. 한참을 서장대에 머물며 발아래 세상을 관망해본다. 티끌처럼 작은 세상이 속절없고, 덧없게 보인다. 무엇 때문에 발버둥치며 아등바등 살아가는지 서장대에 서니 아득하게 느껴진다.

봉수대. ⓒ전윤선

방화수류정. ⓒ전윤선

•가는 길

지하철 1호선 천안행승차 수원역 하차. 수원역 광장 건너편에 장안문이나 행궁으로 가는 저상버스 승차, 행궁이나 장안문 가는 대부분의 버스가 저상버스다.

수원역 북측 : 11.13.13-3. 36. 39. 화성행궁하자 3.0km

수원역건너편 : 60. 66. 660. 66-4. 7. 700-2. 77-1. 82-1 화성행궁/장안문 하차

•화성여행 휠체어 동선

장안문(장안공원)→방화수류정→화홍문→연무대→공북공돈심→창룡문→봉돈→화성박물관→행궁→홍보관→서장대→화서문→주막→팔달문

참고: 화성열차를 이용해도 위의 코스대로 여행할 수 있다. 요금 천원(할인적용) 전동 휠체어 두 대 탑승 가능

•장애인 화장실

행궁 앞 공중화장실, 연무대 앞 공중화장실, 화성박물관내, 장안공원, 서장대 오르는 길 중간

•먹을거리

화서문 앞 이름없는 주막, 화성사랑채 내, 사랑채 뒤편 먹자골목, 행궁광장 내

참고:휠체어가 접근할만한 곳이 많다. 골라먹는 재미를 즐겨보자.

•잠잘 곳

수원화성 홍보관 뒤 화성사랑채 유스호스텔 www.sarangchae.org 편의시설 완비

•문 의

다음카페,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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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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