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기 오디션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3 (이하 슈스케) 우승팀인 ‘울랄라 세션’ 리더 임윤택 씨의 이른바 ‘위암 논란’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불편하게 회자된 적이 있었다.

논란의 요지는 이러하다. 임윤택 씨는 슈스케에 참가할 당시 자신이 위암 말기 상태로 투병 중임을 밝혔는데, 그로부터 상당 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는 위암 말기 환자인 것이 무색할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이로 미루어 볼 때 그가 위암 말기 상태인 것이 매우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다소 황당한 논리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억측은 누그러지지 않았고, 당사자 및 담당 의사의 거듭된 해명이 있고 나서야 비로소 조금씩 누그러질 수 있었다.

KBS <김승우의 승승장구> 방송화면 캡쳐. ⓒ정연욱

일방적 해석과 규정에 의한 위암 논란

그가 이러한 의심을 받은 데에는 ‘위암 환자’가 겪게 되는 일반적인 병 진행상태와 차이를 보인다는 데 있을 것이다.

대중이 여태껏 봐온 암 말기 환자는 흔히 말해 ‘피골이 상접’한 몰골을 하고, 시도 때도 없이 엄습하는 극심한 통증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사실 이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위암 환자의 모습이 이러한데, 텔레비전에 출연해 자신이 직접 위암 투병중이라고 밝히는 한 연예인의 모습은 이것과 많이 달랐고, 이러한 차이가 누리꾼들로 하여금 ‘못된 의심병’ 또는 착각을 부추기게 되었다.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 사이에서 지내다 보면 흔히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번 논란에서 상당수 누리꾼들이 ‘위암’이라는 질병에 내렸던 일방적인 규정처럼 많은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이 가진 ‘장애’ 라는 것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규정하곤 한다.

그들의 규정 속에는 장애의 정도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가정도 없으며, 부분적 장애를 전체의 장애로 확대하는 오류 또한 지니고 있다.

KBS <두드림> 방송화면 캡쳐. ⓒ정연욱

‘장애’는 특정 신체부위에 한정, 개인차 있을 수 있어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면 필자가 가진 장애는 ‘하반신 운동 능력’의 장애이다. 그럼에도 필자가 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비장애인들이 인지한 순간, 내가 가진 모든 능력에 장애가 있는 것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부분에서 그들과 대등한 능력을 보이게 되면 나는 어느 새 ‘별난 장애인’, ‘혹은 대단한 장애인’이 되어 있었다.

내가 가진 장애는 하반신의 장애일 뿐이고, 따라서 지적 능력에는 비장애인들과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혹자는 내가 가진 모든 능력에 장애가 있는 것으로 여겨왔던 것이다. 또한 똑같은 장애라 하더라도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므로 어떠한 일반적인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음도 당연한 이치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대중에 의해 일방적으로 규정된 ‘장애에 대한 이미지’를 버리지 않는다면 이러한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정연욱 칼럼리스트
미디어 속 특정한 대상의 이미지는 미디어 생산자의 시각에 따라 자의적ㆍ선택적으로 묘사된 이미지다. 이렇게 미디어를 통해 생산된 이미지는 수용자의 사고와 행동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미디어 생산자의 시각을 살피는 것은 꽤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미디어 속에 표현된 ‘장애인’이라는 집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미디어 속 ‘장애인’이 어떻게 묘사되고, 그러한 묘사가 실제의 ‘장애인’의 모습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