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지구촌 곳곳의 자연재난이 TV 메인 뉴스를 도배한다. 지진, 해일, 국지성폭우, 태풍, 돌풍, 폭염, 폭설, 가뭄 등 이상기후 변화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지구촌은 자연변화에 초긴장하고 있다.

인간은 자연 앞에선 한낱 파리목숨과도 같다. 게다가 사람이 만들어 놓은 인제까지 겹치면서 인명은 제천이란 말을 무상하게 한다. 자연재해든 인재든 어디나 비상구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재난에 대비해 얼마만큼 철저한 훈련과 대비책을 세워 안정장치를 만들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재난에 대비해 누가 시설물을 철저하고 안전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사람의 유명이 달라진다.

작년 봄, 일본 후쿠시마 현에서는 진도 '7.0' 에 가까운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했다. 쓰나미는 해저에서의 급격한 지각변동으로 발생하는 파장의 긴 해일이다. 태풍 또는 저기압에 의해서 생기는 해일을 폭풍해일 또는 저기압 해일이라고 하는 것과 비교된다.

대게 30km이내의 얕은 진원을 가진 진도 7 이상의 지진과 함께 일어난다. 그밖에 해저화산 등에 의해 토사가 함몰된다거나 핵폭발에 의해서도 발생한다.

후쿠시마 현 쓰나미로 도시는 쓰나미가 휩쓸고 갔고 수많은 생명이 쓰나미인 자연재해와 원자력발전소 붕괴로 인한 인재까지 겹쳐 썰물과 함께 사라져 갔다

우리나라도 작년여름 국지성 폭우로 인해 대한민국의 심장인 서울의 광화문이 물에 잠겼고, 강남 테헤란로가 물바다가 되었다. 또한 서초지역 푸른 녹지를 자랑하던 우면산에서 세 갈래의 산사태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재산이 손실되는 큰 재해가 발생했다.

우면산 아래 마을은 필자도 매일 그 곳을 지나다니고, 그 지역을 자주 왕래한다. 우면산 산사태로 토사가 쏟아지는 장면을 TV영상으로 보면서 얼마나 아찔했는지.

비장애인도 그 곳을 지나다 변을 당할까 재빨리 피신을 하는데, 장애가 있는 사람이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해보면 아득해 진다. 아마도 미처 피하지도 못할뿐더러 오롯이 재난의 재물이 되어버린다는 생각을 하니 허탈하기 그지없다. 불과 일년 전 일이지만 해마다 재해는 또 발생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강남일대와 사당동 일대가 물에 잠겼다. 만일 국지성 폭우가 쏟아지는 그 현장에 있었더라면 아마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다.

작년 여름에는 전북지역 한 언론사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정읍지역에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생활하던 지체 장애인이 폭우로 정전이 되면서 산소호흡기가 멈춰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처럼 장애인들은 전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져 목숨을 연명하는 사람이 많다. 올해처럼 무더위가 심해 전기 공급에 지장이 생긴다면 얼마나 아찔한 순간을 맞이해야 하는 것일까. 전동휠체어도 전기로 충전해야 하고, 휴대폰도 전기로 충전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재난에 가장 취약한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필자의 생각의 끝이 머문 곳은 신체적 손상을 가진 장애인은 각종 재해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져 있는 것을 직시할 수 있다.

재난 체험관. ⓒ전윤선

필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서울시시민안전체험관' 을 찾았다. 이곳은 각종 재난에 대비해 모의 훈련하는 장소이다.

사전예약을 하고 체험관을 찾아 먼저 지진체험관으로 이동했다. 안전요원의 설명을 들으며 순서를 기다렸다. 먼저 온 아이들, 엄마들과 함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요령을 듣고 모의실험에 들어간다.

모의 체험관에는 실제의 집안처럼 작게 만들어진 세트장이 마련돼 있다. 첫 순서의 아기와 엄마가 체험장으로 들어간다. 이들이 들어가자마자 집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엄마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한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지진으로 흔들리는 집안에서 현관문을 재빠르게 열고 책상과 식탁 밑에 엎드려 있어야 하며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안전요원의 설명은 다들 잊어버린 것 같다.

처음 접하는 지진체험이어서 그런지 아이들과 엄마들은 당황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여러 팀이 체험에 투입되고 지진 시 행동 요령을 앞서 체험한 사람들을 여러 번 보고나서야 마지막 팀은 안전요원의 말처럼 제법 능숙하게 순서대로 현관문을 열고 식탁 밑으로 재빠르게 엎드려 30초 동안 지진을 무사히 대처해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이 체험에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체험관에 오르른 계단이 있을뿐만 아니라 휠체어 앉아 있는 나로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는 한 식탁 밑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참 씁쓸했다.

다음 코스는 태풍체험관이다. 이 곳은 계단도 없고 해서 체험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나 장애인은 참여할 수 없다고 안전요이 설명한다.

이유인 즉 혹시나 있을 안전사고 때문이라고 한다. 바람이 시속 45키로 이상으로 불면 무엇인가 고정된 것을 잡고 고개를 숙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치만 장애를 가진 사람은 무엇이든 잡을 수 있는 신체적 조건도 안되고 바람이 심하게 불 때 고개를 숙이지도 못해 체험에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전과 관련된 것이라고 하니 체험에 동참하겠다고 박박 우길 수도 없고, 안전요원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태풍이 와도 장애를 가진 난 태풍과 함께 날아가 버릴 수밖에 없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 무력감에 참 허탈했다.

이번 체험은 화재발생시 소화기 사용 요령과 집안에 불이 났을때 소화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어떻게 화재에 휩싸인 장소에서 빠져나와야 하는지를 체험한다.

불이 났을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불이야!" 하고 소리치는 것이다. 또한 전화기가 옆에 있으면 119에 신고를 하고, 자신의 옷으로 입과 코를 막고 쪼그리고 앉아 토끼걸음으로 현관문 쪽으로 벽을 짚으며 나가야 한다.

현관문이 불길에 휩싸였고 창문 쪽에도 불길이 번졌을 땐 구조대원이 올 때까지 당황하지 말고 입과 코를 입고 있던 옷으로 막고 기다려야 한다.

만일 옷으로 입과 코를 막지 않아 뜨거운 열기로 인해 식도와 폐까지 열기를 들이 마시게 되면 식도가 부어서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공공장소에 화재가 났을 땐 벽을 따라 비상등이 켜진 곳으로 낮은 자세로 재빠르게 이동해야 한다. 모든 건물은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벽을 집고 가면 비상구와 연결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한다.

이 때 안전요원이 한 가지 팁을 준다. 화재가 났을 때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엘리베이터 통로가 화마의 통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화에서도 보면 엘리베이터 통로에 불길이 솟구쳐오르며 문 가까이에서 '펑'하고 불길이 터져 나오기 때문이란다.

또한 공공장소엔 방화 문이 설치 돼 있다. 어떠한 건물에도 화재가 나면 방화문 위쪽은 비상구라는 등이 켜지고 화재가 나면 방화문은 자동으로 내려진다. 내려진 방화문 비상구 램프 밑에 비상문이 있다 이 문을 힘껏 밀고 나가면 된다고 한다.

방화 문으로 나가면 된다는 희망으로 방화문을 열어봤는데 손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손의 힘만으로는 열지 못했다. 전동휠체어 발판으로 밀어 방화문을 열더라도 문 폭이 너무 좁고 15센티미터나 하는 턱이 있어 비상구로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

그럼 장애인은 어떻게 화재현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화재에 무방비상태여서 역시 장애인은 안전에 가장 취약한 사람이었다. 참 허무했다.

이처럼 장애인은 재난엔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현행 소방법은 방화문에 턱을 만들지 못하게 하는 등의 법령이 없고, 방화문을 제작하는 기업에 임의로 맡겨져 있다.

그러니 안전과 관련 법령을 정비해서라도 재난시 장애인도 재난현장에서 탈출할 수 있게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공공장소 방화문은 폭을 넓히고 턱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법령만이라도 정비해야 한다.

지진체험을 하면서 안전요원이 하는 말이 생각난다. 일본은 곧 관동대지진만큼 큰 위력을 가진 지진이 또 온다고 한다. 워낙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여서 웬만한 재난엔 인명피해가 적고 장애인, 노인, 임산부, 영유아 같은 사회적 약자도 재난시 대피할 수 있는 안전망을 고려해 사회시스템을 만들어 간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20년 후쯤이면 7.0 이상 강한 지진이 발생한다고 지질학자들은 예언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각종 건물에 비상구는 있지만 모두 계단이고, 그나마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리프트는 엘리베이터 고장 시 비상용으로 사용하면 좋으련만 많은 역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면서 부터 운행을 하지 않고 있고 점검도 하지 않고 있다.

지진이나 폭우, 대구 지하철 사건처럼 화재가 났을 때 장애인은 무방비로 안전사고에 노출돼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장애인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다는 생각에 이 땅에서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이 참 무섭기까지 하다.

재난이 없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재난에 강한 나라는 있다. 재난에 얼마만큼 대비하느냐에 따라 재난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나라는 재난에 강한 나라이다.

재난 체험 하는 아이들. ⓒ전윤선

• 서울시민안전체험관

-주 소: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 18 서울시민안전체험관,

-전 화: 종합안내전화 02)2049-4000

-홈주소: http://safe119.seoul.go.kr/

• 여행문의

-휠체어 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장애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대안언론 에이블뉴스(ablenews.co.kr)-

-에이블뉴스 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발송 ablenews@ablenews.co.kr-

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