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도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도시의 안전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인 노약자, 장애인, 어린이 등은 도시 안에서 물리적, 심리적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도시가 안전하지 않다면, 아무도 거기에 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걷고 싶지도 않을 것이며, 공공공간에서 쉬고 싶지도,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안전한 도시환경은 사람들을 도시내부로 끌어들이는데 있어 필수적이다. 물리적으로 안전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공공공간 안에 갇히거나, 미아가 된 느낌을 받고, 신속하게 나갈 길을 찾아낼 수 없다면, 그들은 그곳을 기피할 것이다.

사람이 없거나, 텅 빈 벽 혹은 판자로 막아놓은 창문에 면해 있는 공공공간은 위험해 보인다. 이런 곳은 관리나 보살핌의 손길 밖에 있어 통제 불가능한 곳이다. 출입문과 담장을 설치한 커뮤니티나 여러 사람들을 배려하지 못한 공간은 내부를 고립시켜 그 주위의 공간을 더욱 위험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면, 안전한 장소는 정연하고, 보도블록 하나까지 세심한 배려를 하여 깨끗하다. 주변에 사람들이 있음을 알거나 느낄 수 있는 공공공간에서 우리는 안전하다고 느끼게 된다. 안전한 공공공간은 창문이 달린, 관리가 잘된 건물과 함께, 출구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도시에서 길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열린 조망을 지니고 있다.

이전에는 안전에 대하여 사소한 요소로 간주되었던 설계가 지금은 도시안전의 핵심요소로 여겨지게 되었다. 공공공간이 안전하기 위해서는 공간 자체가 사랑받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좋은 설계가 안전한 도시환경을 뒷받침해 준다.

하지만 설계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공공간의 안전은 설계자, 거주자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상호협조를 필요로 한다. 공간에 대한 애정은 그 공간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창조하느냐 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모이도록 하고, 그들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창조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도시지역에서 가로·경관·보도 등이 사유재산과 만나게 되는 공공공간은 공유 및 사유 재산의 소유주들이 협동하여 유지해야 한다. 이 협동은 합의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이는 사람들에게 일체감을 주고, 강력한 소유의식을 발현시키며, 자부심을 갖게 해 줄 공간의 설계를 통해 배양된다.

최근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 Design)의 적용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CPTED는 건축도시측면에서 효과적인 설계를 통해 범죄를 유발시킬 수 있는 상황적 기회를 근본적으로 제고하고 그 지역주민의 상황통제 행위를 강화시켜줌으로써 범죄예방, 범죄에 대한 두려움 완화, 생활의 질 향상 등을 동시에 꾀하는 환경 설계기법의 한 방법 또는 전략이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거리의 형태, 토지용도의 조절, 도로 교통패턴 등을 디자인 단계에서 반영하여 잠재적인 범죄자 유입을 통제하는 것이다.

우선 공공공간에서는 사람의 존재가 중요하다. 공공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그 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나 건물 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느껴야 한다.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느낌은 우리로 하여금 적절한 행동을 취하고, 또 안전한 느낌을 가지는데 도움을 준다.

또한 공간의 크기와 척도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우리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을 볼 수 있게 해주며, 그 공간 내의 다른 사람들은 물론 차를 몰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우리를 보게 해 주는 열린 조망은 자연스럽게 감시가 이루어지도록 해준다.

공간은 가로와 공공 오픈 스페이스가 만드는 상호연결된 네트워크의 일부분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그 공간을 안전하게 만들어 주는 다른 이들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이다.

하나 하나의 공간이 도시의 나머지 부분과 명쾌하게 연결되어 있으면, 우리가 도시의 형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고, 안전하게 길을 찾아가도록 해 줄 것이다.

또 우리는 도시공간 및 그 안에 있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만드는 통제 속에 있음을 확신하게 한다.

도시의 가로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안전하다면, 그에 따라 도시도 안전할 것이다.

사람들이 도시나 그 일부가 위험하다고 말할 때, 기본적으로 그것은 가로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할 때이다. 도시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것은 도시가로와 공공공간의 기본적인 의무이다. 따라서 도시의 의무는 인간을 행복하고 안전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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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길 칼럼리스트
시작은 사소함이다. 비어있는 도시건축공간에 행복을 채우는 일, 그 사소함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어진 도시건축과 지어질 도시건축 속의 숨겨진 의미를 알아보는 일이 그 사소함의 시작이다. 개발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부를 주었지만, 문화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생활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의 온기로 삶의 언어를 노래하는 시인이자, 사각 프레임을 통해 세상살이의 오감을 바라보는 사진작가, 도시건축 속의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통하고자하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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