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상징 '연안이' ⓒ전윤선

여수 해양 엑스포가 지난 오월 십이일 개장했다 개장 후 이런 저린 일들도 있었지만 이젠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를 개최하고 다시 20여 년이 지난 지금 신해양시대를 여는 여수엑스포를 개최하게 됨은 참으로 감회 깊은 일이다. 대전엑스포 개최 이 후 “큰 국제행사가 인구 30만 지방도시 여수에서 열리는 것도 큰 의미”라고 많은 사람들은 평가한다.

여수엑스포는 나라 밖에서도 '올해 꼭 가봐야 할 세계 7대 여행지'로 꼽히고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이 스포츠 행사라면, 엑스포는 그 시대 최고 과학기술이 한 자리에 모이는 지구촌 최대 경제·문화·과학 축제이다.

특히 여수엑스포는 역사상 처음으로 바다와 환경을 주제로 한 '그린(Green) 엑스포'라 전문가들은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큰 국제적인 행사에 장애를 가진 사람도 빠질 수가 없다.

오월 개장 초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엑스포 여행을 잠시 미루고 있었다. 혹시나 행사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한가한 틈을 타 다녀올 생각으로 미루고 있던 차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여수로 발길을 옮겼다.

여수엑스포는 가는 열차표 구하는 것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동료들과 단체 기차표를 예매하려 했는데 열차표는 몽땅 다 매진된 상태였다. 남는 열차표는 전동휠체어석 달랑 두 장이 다였다. 여러 명과 함께 가려던 여수 엑스포 여행이 불가피하게 수정됐다. 할 수 없이 이번 여행은 각자 알아서 가는 걸로 계획이 바뀌었다.

남은 전동휠체어 두 좌석 예매하고 태풍 '카눈'이 수도권을 통과중인 지난 목요일 새벽. 빗길을 뚫고 용산역으로 향했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졌지만 여수여행에 대한 갈망을 막을 수 없었다.

오전 8시 5분 용산역에서 KTX 탑승. 기차는 매끄럽게 정시에 출발한다. 차창 밖 유리창으로 빗줄기는 별똥별 떨어지듯 꼬리를 길게 그리며 빗방울은 사선으로 흘러내린다. 엑스포는 평생 한번 볼까 말까 하는 지구촌 큰 행사여서 그런지 단체로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다. KTX 산천 1호 칸은 유난히 장애인이 많이 탔다. 아마도 기관에서 단체로 엑스포 행사에 가는 것 같다.

수도권을 통과하는 내내 비는 유리창에 세차게 퍼붓고 있다. 기차는 순천역에서 잠시 걸음을 멈춘다. 그 틈을 타 한 무리의 학생들이 열차에 오른다. 학생들도 단체로 여수엑스포 가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정거장이 마지막 역인 엑스포역이기 때문이다.

열한시 삼십오 분. 정확하게 엑스포역에 도착했다. 잘 생긴 엑스포역은 사람들로 북적대 정신이 하나도 없다. 역 광장으로 나오니 바로 앞이 엑스포장 입구였다 역과 엑스포장이 하나의 행사장처럼 가깝다.

입장권를 사려고 줄을 서는데, 안내원이 장애인이라고 맨 앞줄에 세워준다. 친절하게도 안내원이 우리의 입장권도 끊어주겠다고 한다. 어찌나 고맙던지. 냉큼 입장료를 내밀었다. 안내원에 도움이 없었더라면 긴 줄을 서야 했지만 국제적인 행사여서 그런지 장애인을 배려한다.

동백꽃 전설 오동도. ⓒ전윤선

반나절 입장료를 구매하고 오동도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여수에 왔으니 오동도는 꼭 둘러봐야 한다.

사년 전 무궁화호를 타고 여수에 왔을 때 당시도 엑스포 준비가 한창이었다. 봄 마중 온 여수는 따스했다. 오동도 동백꽃은 붉은 꽃망울을 터트리며 소녀의 붉은 입술 같았다.

한여름 다시 찾은 오동도. 엑스포 역 앞에 오동도 가는 셔틀 저상버스라고해서 탔다 이 버스는 굴절버스다. 버스가 길이가 일반버스에 두 배 정도 된다. 그 모양이 매끄럽고 세련됐다. 탈 때는 승강장과 버스 높이가 같아 별 어려움이 승차했다. 그런데 내릴 때가 문제였다. 오 분도 안 돼 오동도에 도착해 내리려는데 안전발판이 없다고 한다. 저상버스는 분명 맞긴 맞는데 왜, 발판이 없는지 참 이상했다.

할 수 없이 버스 안에 안내원들이 휠체어 들어서 내렸다. 그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고, 안전사고가 날까 조심하면서 여러 명이 휠체어를 들어서 내려주는 것이 엄청 힘들어 보였다.

버스에서 내리니 낯익은 풍경이 펼쳐진다. 사년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방파제뿐이었던 제방에 안전망이 설치돼 있고, 연안어업 체험장과 바다숲이 새로 생겼다.

시원한 바다를 끼고 전동휠체어로 달리기 시작했다. 태풍이 흔적을 남기고간 하늘은 구름이 가득했다. 제방을 따라 달리는 동안 엄청 시원했다. 넓은 바다를 곁에 두고 달리니 가슴도 확 트이고 도심을 벗어난 일상이 상쾌하기 그지없다.

오동도까지 전동휠체어로 달리는데 걸어가는 사람들이 우릴 보고 부러워한다. 특히나 노인들이나 어린이, 중,고등학생들은 무척이나 부러운 시선으로 우리 등 뒤에서 한마디씩 한다.

“야, 저 휠체어 타고 가면 다리도 안 아프고 정말 좋겠다. 나도 저런 거 타고 다니고 싶어. 걸어다니기엔 오동도까지 너무 멀어.” “저런 거 얼마면 살 수 있을까?” 학생들은 전동휠체어를 부러워하며 저들끼리 투덜대며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다.

방파제를 지나고 음악분수를 지나 오동도에 도착했다. 아침을 거르고 나온터라 민생고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갈치조림과 동동주 한 병을 시켜놓고 바다와 마주앉아 마음의 점을 찍는다. 근데 갈치조림의 맛이 그저 그렇다. 워낙에 유명한 곳이어서 그런지 관광지만의 성의없는 그런 맛 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후딱 먹고 나서 오동도로 올라갔다

빗물을 머금은 오동도는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있었다. 동백꽃은 오간데 없고 바다안개가 오동도를 이불처럼 덮고 있다. 촉촉한 안개사잇길로 바다가 숨바꼭질을 하고 섬 둘레를 따라 나무길이 잘 만들어져 있다. 둘레를 걷는 동안 여수 바다는 숨은 비경을 조금씩만 내어준다. 등대를 지나 대나무 숲길로 걸었다. 대나무 숲길은 서로 어깨를 기대어 터널을 만들어 주고 그 밑을 지나가는 여행객에게 그늘을 만들어 준다.

엑스포 관람. ⓒ전윤선

두 시간 후. 오동도와 가장 가까운 1번 게이트를 통해 엑스포 장으로 들어갔다. 엑스포장은 사람들이 인산인해다. 천천히 둘러보며 발길이 닿은 곳은 국제관으로 갔다.

국제주제관은 각 나라별로 테마를 정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어느 나라 주제관으로 갈까 고민하던 차에 발길이 머문곳은 일본관 앞이다. 마침 상영시간도 다 되어간다고 한다. 그런데 주제관 앞에도 긴 줄이 늘어져 있다. 하지만 우린 맨 앞에 줄을 세워준다. 그리고 입장도 처음으로 입장한다.

일본관은 바다에 감사하며 바다와 함께 살아간다. 작년 삼월. 쓰나미가 후쿠시마 현을 휩쓸었다. 일본관 이야기는 쓰나미로 사는 곳과 가족을 잃은 한 소년의 이야기를 3D입체 영상으로 상영한다.

성난 바다는 쓰나미로 방파제를 넘어 마을을 삼켰다. 사람들은 근처 뒷산으로 몸을 피하고 집과 가족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학교 체육관에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그 중에 소년도 함께 있다.

소년이 누워있는 체육관에 창 너머로 별이 보인다. 별이 다정하게 소년에게 말을 건네며 친구가 되어준다. 소년은 밤하늘에 별을 보며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별은 나비가 되어 소년의 슬픔을 함께 한다.

다음날 소년은 마을로 향하는 길에 한 할머니를 만난다. 할머니는 수선화 꽃밭을 가꾸고 있었다. 소년은 쓰나미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생명력으로 꽃을 피우는 수선화에게 놀란다. 꽃밭에 물을 주고 다 부서진 집터로 향했다. 그곳엔 소년의 자전거가 주인을 기다리며 누워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동안 갑자기 자전거에 날개가 생긴다. 하늘을 날아오르는 자전거는 소년이 사는 마을 위를 날아오른다. 마을은 복구의 손길로 분주하고 사람들은 서로 힘을 모아 마을을 재건하는데 구슬땀을 흘린다.

자전거는 천천히 마을로 내려간다. 마치 자전거는 소년에게 무언가를 알려주려는 듯하다. 소년이 내려간 마을엔 어부들이 산에 나무를 심고 있다. 쓰나미로 휩쓸려간 민둥산에 나무를 심어 산을 푸르게 하고 나무는 빗물을 저장하는 저수지 역할을 한다.

그리고 바닷가엔 어부들이 바다 밭을 가꾸기에 여념이 없다. 마을을 삼켰던 그 바다가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소년은 바다 속이 궁금해졌다. 바다 속은 수많은 물고기가 유유히 헤엄쳐 다니는 세상이다. 숲의 물이 강을 따라 홀로 바다에 도달하고 그 숲의 물이 바다를 이루며 수많은 생명들을 키워내고 있었다. 그렇게 숲을 가꾸면 바다의 생명까지도 길러낸다는 테마로 영상은 끝을 맺는다.

다시 국제전시관으로 갔다. 국제 아시아관은 각 나라별 전통 의상 소품들로 가득했다. 내 눈에 뜨인 것은 인도와 터키, 그리고 파키스탄 관이었다.

먼저 인도 관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인도는 내게는 특별한 여행지이었기 때문에 관심이 더 갔다. 인도는 남부아시아에 있는 나라로 불교의 발상지이다. 불교의 발상지이긴 하지만 국민의 대다수가 힌두교를 믿고 있다. 인도의 역사는 인더스 문명과 함께 시작하였는데, 인더스 문명은 이집트 문명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보다 조금 늦게 발달하였으나 그 범위가 매우 광범위하였다. 인구의 70%가 농업에 종사할만큼 세계에서 가장 일찍 농업이 발달한 나라다.

또한 연안을 따라 약 칠백만 명의 사람들이 어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그러나 어류 자원이 줄어들어 점점 더 먼 바다에까지 나가 각종 장비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그에 따른 시간과 비용 그리고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

바다는 항상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쳐왔으며, 인류 역사의 틀을 제공했다. 인류가 끊임없이 해양 기술을 개발하는 목적은 지속가능한 개발과 생계를 개선하기 위해서이다. 불시에 닥 칠지도 모르는 연안 지역의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 국민과 바다를 책임지는 모범적인 국가로 거듭 나기 위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파키스탄, 터키 전시관을 둘러보고 여객선 터미널에 가보기로 했다

여객터미널을 가기 위해 관람회장 밖으로 나갔다 관람회장 밖으로는 하루에 한번 재입장 할 수 있다고 한다. 게이트 밖으로 나갈 때 팔뚝에 도장을 찍어준다.

게이트 앞에 여객선 터미널로 가는 저상버스가 항시 대기하고 있다. 저상버스를 타고 여객선 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엔 제주를 오가는 대형 페리호가 정박해있다. 제주행 페리호는 엄청나게 큰 규모로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한다. 바다 날씨가 좋지 않아 페리호는 제주로 출항하지 못하고 인근 남해와 오동도를 오가는 선박만 출항한다고 한다.

다시 엑스포장안으로 재입장했다. 엑스포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양생물관 아쿠아리움(수족관)은 너무나 긴 줄로 도저히 관람할 수가 없을 것 같아 포기하고 여수세계박람회 주제 공연인 '꽃 피는 바다' 해상 쇼를 관람했다.

꽃피는 바다는 옛날 바다만한 큰 소년 '연안이'가 육지로 왔다는 이야기다.

어른들은 연안이가 육지에 있으면 육지가 풍요로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연안이를 바다로 보내지 않고 괴롭혔다. 연안이는 본래의 모습을 찾기 위해 바다친구들과 함께 바닷길을 열어주는 바다꽃소녀를 만나서 어른들의 방해를 극복하고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 바다와 연안의 조화롭고 풍요를 상징하는 바다 꽃을 활짝 피우고 대 축제를 연다는 스토리다.

해상 쇼를 보기위해 사람들은 긴 줄을 마다않고 기다린다. 그리고 해양경찰의 수상보드의 온갖 묘기에 박수를 보낸다. 엑스포엔 또 하나의 지도가 그려진다.

관람객이 각 나라 전시장을 돌면서 관람을 마치고 나면 엑스포 여권에 스탬프를 찍어주는 것이다. 학생들과 외국인들은 각 나라를 돌며 엑스포 여권에 스탬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 많은 전시관을 반나절 만에 둘러보기란 불가능하지만 하루 코스로 다녀온 엑스포는 짧지만 강렬한 경험이었다.

여수 해양 엑스포는 8월 12일이면 대단원에 막을 내린다. 폐막하기 전에 국제적인 큰 행사에 참여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해상쇼. ⓒ전윤선

• 관람 팁

박람회장 입장 평일 08:30, 주말 08:00

박람회장 입장 마감 평일/주말 21:30

오후권 13:00, 요금 7,000원 장애할인적용

야간권 17:00, 요금 2,500원 장애할인적용

하루권 08:30, 요금 18,000원 장애할인적용

• 가는 길

KTX 열차 이용, 엑스포역 하차

용산출발-오전 08시 05분/여수도착-오전 11시 35분

여수출발-오후 19시 05분/용산도착-오후 22시 35분

요금 : 장애할인적용 42,500원

• 먹거리

엑스포 장 내 세계음식 기행

• 화장실

엑스포 장 내 장애인 화장실 잘 마련돼 있다

• 주변볼거리

오동도

향일암

• 문 의

다음카페 휠체어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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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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