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어느 골목 : 돌보고 가꾸면 어느 순간 풍요로운 생활환경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이훈길

우리는 도시와 건축을 ‘디자인’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도 디자인하고, 장애인을 위한 공간도 디자인한다.

‘디자인’은 어떤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계획하여 대상 혹은 공간을 가꾼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는 사람과 공간, 공간과 건축, 건축과 도시, 도시와 자연, 자연과 마음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가꿈’은 식물이나 그것을 기르는 장소 따위를 손질하고 보살핀다는 의미이다. 좋은 상태로 만들려고 보살피고 꾸려가는 행위이다. ‘돌봄’은 관심을 가지고 보살핌을 뜻한다.

두 단어 모두 정성을 기울여 대상이나 공간을 보호하며,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보살피는 일이다.

단순히 도시와 건축을 관리한다는 측면의 보살핌은 아니다. 어떠한 배려나 공감 없이 최소한의 법적 요건만 갖추어 계획하는 행위는 겉모습을 ‘꾸미기’만 하는 관리의 모습이다. 그 안에는 '돌봄'과 '가꿈'이 줄 수 있는 안전함과 편안함은 없다.

매일같이 걷는 길과 도로, 종종 사용하는 공중화장실, 편리하게 이용하는 대중교통, 공원의 편의시설 등 우리가 모두 함께 사용하는 공간 속에서 조금씩 보살핌의 의미가 퇴색되어 가는 듯하다. 단지 꾸미기에 열중한 나머지 정작 제일 중요한 사람에 대한 배려는 잊혀져간다.

법규에 맞추어서 계획하는 것이 아닌, 사용자를 배려하여 계획하는 것이 ‘가꿈’의 시작이다.

배려하여 계획된 공간에서는 어디를 손봐야 할지, 무엇이 불편한지 알 수 있다. 공간은 하루하루 돌보고 가꾸어야 한다. 마치 아기를 보살피듯 사랑을 담아 공간도 가꾸면 어느 순간 풍요로운 생활환경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 고려를 배재한 형식상 계획은 돌보지도 가꾸지도 않는 버려지고 위험한 공간이 된다. 아무리 좋은 공간도 관심을 가지고 보살피지 않는다면 쓸모없이 된다.

공간의 소홀함은 장애인에게 또 다른 사고를 발생시킨다. 그러므로 장애인을 위한 공간은 조금 더 돌보고, 조금 더 가꾸고, 조금 더 보살피며 안전한 장소로 조성해야 한다.

자신의 주변 공간을 보살피다보면 지역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관심 갖지 않고 지나치던 공간과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건축을 다시 발견하고 재인식해 보는 과정을 통하여 애정을 가지고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중요성 또한 살펴보게 될 것이다.

새로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있는 시설을 돌보고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의 것과 새로운 것을 잘 돌보고 가꾸면서 조화를 이룰 때 더 좋은 도시건축 환경이 만들어지고, 사소한 장소라도 장애인을 배려한 공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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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길 칼럼리스트
시작은 사소함이다. 비어있는 도시건축공간에 행복을 채우는 일, 그 사소함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지어진 도시건축과 지어질 도시건축 속의 숨겨진 의미를 알아보는 일이 그 사소함의 시작이다. 개발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부를 주었지만, 문화시대의 도시건축은 우리에게 행복을 준다. 생활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생활이 되기를 바란다. 사람의 온기로 삶의 언어를 노래하는 시인이자, 사각 프레임을 통해 세상살이의 오감을 바라보는 사진작가, 도시건축 속의 우리네 살아가는 이야기를 소통하고자하는 건축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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