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카페의 모습. ⓒ전윤선

외롭고, 덥고, 배고프다. 이럴 때면 시원하고 아늑하며, 편안한곳이 그리워진다. 관념보다는 차가운 현실이 나를 주눅들게 할 때 아늑한 카페에 앉아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세을 관조하고 싶다. 그래서 삼청동으로 길을 재촉한다.

바람도 쉬는 듯하다. 땡볕에 도시는 굵은 땀을 쏱아내고 건물과 아스팔트에서 내뿜은 열기로 사람들은 사우나 중이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더위와 맞서려 하니 자연을 거스르는 듯하다. 발길을 재촉하여 삼청동 카페골목으로 진입한다.

▲잡 상인"세상이 온갓 잡스러운 아름다운 물건". ⓒ전윤선

광화문 광장을 지나 경복궁 미술관길을 따라 걸으니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삼청동은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해 있다. 이 길은 아기자기한 작은 카페나 상점들이 들어선 곳이어서 언제부터인가 사진작가들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명소로 손꼽히는 곳이 됐다.

삼청동엔 엄청나게 많은 식당과 카페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그 많은 카페나 상점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고 할 정도이다. 큰길에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청동에 가면 이렇게 숨어있는 것들 중에서 더 좋은 곳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 찬찬히 살펴보며 숨은그림찾기처럼 예쁜 카페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카페의 작은 세상. ⓒ전윤선

소격동과 사간동, 팔관동과 삼청동을 아우르는 곳이 바로 삼청동 일대이다. 도심의 분주함을 피해 한옥들 사이로 난 폭 좁은 보도를 따라 걸으며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삼청동 길은 전통 한옥의 빛깔과 이국적인 현대미술의 강렬한 색감이 공존하는 새로운 문화의 거리이다.

인사동과 또 다른 분위기의 화랑가를 이루고 있으며, 한옥을 개조해 만든 아기자기한 레스토랑과 카페, 커다란 통유리가 달린 모던한 감각의 레스토랑과 와인바 들은 고풍스런 북촌의 풍경과 잘 어리는 곳 중의 하나다.

문화향기로 가득한 삼청동 문화거리 종로구 삼청동 일대에는 향기가 가득하다. 경복궁, 창덕궁 등 고궁에 둘러싸여 있기도 하지만, 그 곳에는 호젓한 산책로와 화랑, 박물관, 골동품 가게가 골목 사이에 숨어 독특한 아취를 뿜어낸다.

▲옛 건물을 훼손하지 안은 카페. ⓒ전윤선

화랑, 박물관, 북카페 삼청동 순례의 출발점은 청와대 후문에서 동십자각(유형문화재 13호)사이. 국제갤러리, 금산갤러리, 학고재, 금호미술관, 갤러리, 현대 등이 경복궁 맞은편에 몰려있다. 화랑가 동십자각 근처에는 외국인들을 위한 책, DVD카페인 서울셀력션, 청와대 후문 근처에는 북카페인 진선북카페가 거리의 멋을 북돋운다.

서울셀렉션은 '친구' 등 한국 영화를 영어 자막과 함께 1주일에 3차례 틀어주며, 진선 북카페는 야외 테라스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다.

골목길 숨은 명소 삼청동 길에서 우측으로 국군지구병원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들어가면 특색있는 박물관 2곳이 나타난다.

정독도서관 옆 서울교육사료관 은 삼국시대부터 교육과 관련된 도서, 옷 등 수천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용하던 책상인 서안부터 개화기 이후 교과서까지 전시되어 있어 자녀들과 함께 둘러보면 좋다.

▲ 카페골목 골목, 이야기가 있다. ⓒ전윤선

정독도서관 맞은 편 골목길로 들어서면 티베트박물관과 세계장신구 박물관이 나온다. 티벳박물관은 라마 승려의 의상과 복장, 사람 가죽과 두개골로 만든 북, 불교용품 등 티벳 민속자료가 전시되어 있으며, 세계장신구박물관엔 세계 곳곳의 장신구가 게시되어 있다. 박물관 인근에는 모자 골동품가게 등 특이한 상점들이 발길을 잡는다.

아기자기한 카페 골목길 탐방으로 지쳐 더위도 식힐 겸 삼청공원으로 간다.

도심의 쉼을 제공하는 삼청공원 인근 주민들과 삼청동 카페 골목을 찾은 관광객에겐 편안함과 휴식처를 제공해주고 있다.

또한 공원은 장애인 화장실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전동 휠로 공원을 이용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고, 땡볕을 피할 공간을 제공한다.

▲벽속의 어린왕자. ⓒ전윤선

더위도 식혔으니 민생고를 해결하러 다시 삼청동 카페골목으로 내려갔다.

삼청동은 옛건물에다 높은 고지대에 위치해 있어 이 곳 주민들은 산을 깎아 터를 잡았다. 그러다 보니 집들이 산위에 모여 있다.

산위에 많은 집들이 지어지다 보니 좁을 골목으론 계단길이 이어져 있어 휠체어가 접근할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 많은 예쁜 카페들 중에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접근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 곳 주민들에게는 마당 넓은 집보다는 하늘과 가까워지기가 자연스러운 것이어서 하늘을 집안 가득 들여다 놓은 집들이 대부분이다.

▲풍선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자. ⓒ전윤선

다행히 보도 옆 일층 카페들과 식당 중에 '옛날 소머리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휠체어가 접근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턱도 없고 식탁도 입식이다.

자리를 잡고 앉아 식당 안을 들어보니 앗싸!~ 이 곳은 맛을 증명해주는 유명인사와 식도락가들의 싸인이 벽에 걸려있다. 메뉴는 아주 단촐하다. '국밥과 수육'이 메인메뉴이고 싸이드 메뉴로는 '가자미회덮밥, 영덕막회'가 전부이다. 가격은 다른 국밥집과 비교해서 천 원 정도 비싸다. 비싸면 비싼만큼 제값을 하겠지 생각하며 국밥과 회덮밥을 주문했다.

국밥을 주문하고 반찬이 방금 담근 겉절이와 큼지막하고 세콤상큼하게 잘 익은 깍두기, 양파와 풋고추, 된장이 함께 세팅된다. 그러더니 어릴 적 맛봤던 국화빵이 바구니에 서너 개 담겨져 따라 나온다.

종업은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먹으라고 했지만 그 모양이나 냄새에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한 입 크게 깨물어 맛보았다. 아 옛날이여!~ 어릴 적 엄마와 함께 장에 나가 졸라서 먹던 그 맛이다.

국화빵을 다 먹고 나니 국밥과 회덮밥이 식탁에 앉아 있다. 대파를 동글게 썰어 놓은 것을 국밥에 한 움큼 빠뜨리고 소금으로 간을 하여 수저로 휘휘 저어 맛을 보니 가히 천하 일미이다.

얇게 저민 소고기와 국물에 말아 놓은 하얀 쌀밥을 한 수저 뜨고, 그 위에 싱싱한 겉절이김치를 얹어 먹으니 음~!! 이 세상 어떤 언어로도 표현해 낼 수 없는 맛이 혀끝을 자극하며 입안에서 맴돌아 목구멍을 타고 식도로 내려간다.

국밥이 뱃속으로 쉴 새 없이 들어가는 것이 아까울 정도여서 천천히 음미해가며 먹었다. 역시 이 집 국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천원 비싼 값을 톡톡히 해내는 훌륭한 맛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국밥도 국밥이고 후식으로 나온 국화빵이 메인메뉴보다 더 인기가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고 자랑하듯 전한다.

▲국밥과 국화빵. ⓒ전윤선

다시 발길을 돌려 아래로 내려오니 '서울에서 두 번째로 잘하는 집'이라는 간판 글이 눈에 들어온다. 메뉴는 간단했다. 한방차와 단팥죽이 메뉴의 전부이다.

안을 들여다보니 휠체어가 접근할 수 있는 집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세 평 정도의 작은 가게 안은 손님들이 몇 테이블 앉아서 저들끼리 눈을 맞추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둥근 테이블로 앉을 테니 의자를 옆으로 빼고 휠체어가 식탁 앞에 들어갈 수 있도록 요청하니 친절한 주인장은 뜻밖의 휠체어 이용 손님에게 연신 미소 띤 얼굴로 세팅을 하고 있다.

방금 전에 식사를 마치고 나왔으나 서울에서 두 번째로 잘한다는 이집의 주 메뉴 단팥죽과 수정과를 주문하니 곧바로 식탁 위에 차려진다.

단팥죽 안에서 왕구슬만한 새알이 춤을 추고 있다. 새알을 하나 건져서 먹고 보니 배가 부른 상태인데도 쫄깃함이 입안에 착착 감기며 부드럽게 넘어간다.

수정과 또한 시원하고 계피향이 머릿속까지 자극한다. 수정과 속엔 왕곶감 두 개가 수정과 물이 스며들어 맛의 조화가 장난 아니게 혀끝을 간섭하며 점령한다.

더위도 식혀준 수정과 조우하고 곧바로 삼청동 카페 골목골목 숨은 그림 찾기에 나섰다. 예쁜 카페들이 줄지어 늘어선 삼청동. 차가운 현실이 주눅 들게 할 때 아늑함을 찾아 이곳 삼청동으로 달려와 보자.

▲서울에서 두번째 맛있는 단팥죽. ⓒ전윤선

1. 관광지

관광지명: 삼청동 카페골목(휠체어이동 및 접근 가능)

화 장 실: 장애인화장실 완비

주 소: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일대 청와대 오른쪽 길

홈폐이지: http://tour.jongno.go.kr/TourSubMain.do

2.가는 길

지하철: 지하철 5호선 광화문 역 하차 외부 엘리베이터 8번출구 나와 세종문화회관 앞 광화문 광장, 광화문 정면에서 광화문쪽으로 횡단보도 건너 오른쪽으로 경복궁 끼고 돌면 된다.

5호선 광화문역 : 02-6311-5331(안전발판 서비스 시행)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하차 경복궁으로 나와 경복궁을 둘러보고 민속박물관 쪽으로 나오면 왼쪽부터 삼청동 카페 골목이다

-안전발판서비스 있음(지하철 승하차 편리함)

-삼청공원 가는 길 감사원 앞 장애인화장실 접근성 (우수)

버 스: 파랑버스 [480번/대성운수/전화02-400-9411] [704번/제일여객/031-820-1800] [180번/402번/150번704번/401번](참고 : 저상버스)

초록버스 [0212번/선진운수/전화02-355-5855], [1711번/도원교통/전화02-914-9023], [7016번/7081번/7022번700번](참고: 저상버스)

정류장위치: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정차/저상버스 휠체어탑승 가능

승용차: 주차시설이 부족하여 주차가 어려움 대중교통 이용

장애인콜택시: 전화1588-4388/인터넷접수/http://calltaxi.sisul.or.kr/index.asp서울시설관리공단

3.음식점

상 호: 섬마을 밀밭집

메 뉴: 칼국수, 토종보쌈, 왕만두

가 격: 6천~1만원선

접근성: 휠체어 접근가능(편의시설완비)

위 치: 세종문화회관 옆/ 문화회관 뒤쪽 골목길은 휠체어 접근할 만한 식당이 많다

상 호: 서울에서 두 번째로 잘하는 집

메 뉴: 팥죽, 수정과, 식혜

가 격: 5천원 부터

접근성: 휠체어 접근가능(편의시설완비)

위 치: 삼청동 카페골목 삼청공원 방향 위치

4. 주변볼거리

-북촌한옥마을/계동

-경복궁. 민속박물관

-인사동

5. 문의

휠체어배낭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골목길 카페. ⓒ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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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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