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내 뒤에만 서 있을 당신을 생각하며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2-06-18 16:04:28
대학교 1학년 때 교양수업을 받으러 갈 때였다. 1학년들은 학교에서 일괄적으로 시간표를 짜주기 때문에 모두 같은 수업을 들었다.
그 때 나의 이동을 도와주던 사람은 우리 부과대표였다.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이동수업이 있을 때면 늘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이 도와주곤 했기 때문에 늘 있던 일이었는데 그 날 유독 이상했다.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있는데 문득 거울을 통해 나와 부과대표를 동시에 보게 되었다. 언제나 같은 일상 속의 그 모습이 그 날 따라 참 낯설게 느껴졌다.
휠체어에 나는 앉아있고 키가 멀뚱하게 큰 그 녀석이 내 뒤에 떡 버티고 서 있는 그 광경이, 너무나 낯설고 슬프게 느껴졌었다.
내 뒤에는 항상 누군가가 서있겠구나. 그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 슬픈 광경이겠구나.
보통의 연인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서있게 될 나와 어딘가에 있을 먼 훗날의 내 사람과의 모습이 겹쳐지자 그냥 서글퍼졌다.
내 손을 잡고 나란히 걷지도 못하겠지. 추운 날 내 손을 잡고 비벼대다 자기 호주머니에 쏙 집어넣는 그런 소소한 행복 같은 건 누리지도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그 날 하루 종일 우울해 했었다.
물론 연애에 정석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깨동무를 하고 걷던, 손을 잡고 걷던, 허리에 두르고 가던. 세상에 연인들이 걷는 방식은 다양하다. 우리는 내 사람이 나의 휠체어 손잡이를 잡고 가는 것이 나름대로의 데이트방식이라 생각하면 될지도 모른다.
이미 나는 휠체어에 익숙해져서 손잡이에서 전해오는 느낌만으로도 이 사람이 휠체어에 익숙한 사람인지 아니면 초보자인지 감이 오는 경지에 이르렀으니 나의 연인이 잡은 그 손길이 어떤 느낌일지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걸을 때만큼은 내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이 그와 나란히 걸을 수 없다는 것이 슬플 것이다. 그림자와 같을 그의 위치가 슬플 것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상상하는 미래의 모습이니 막상 현실로 다가온다면 그리 슬퍼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 때에는 나름대로 적응해서 즐거워 할 지도 모르겠다. 이게 우리만의 연애라면서.
그렇더라도 먼 훗날. 나를 사랑해줄 그 사람이 생긴다면 휠체어를 놓고 잠시 쉬어갈 때 그의 손을 꼭 잡아줄 것이다. 한없이 어루만져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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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한경아
(wah03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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