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한강을 시작으로 전국 어디든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고 한다. 그 자전거 길에 휠체어도 함께 달릴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오월, 무르익는 봄을 찾아 한강으로 나선다. 7호선 뚝섬유원지 역 3번 출구로 나가면 '자벌레'를 통과해야 뚝섬한강공원으로 갈수 있다.

그런데 벌레를 통과해야 한다니 사뭇 기대된다. 뚝섬의 상징 자벌레 모양의 뚝섬전망문화콤플렉스 자벌레. 그 모양이 특이하고 그 안은 복합 문화공간이 형성돼 있다.

자벌레 몸통으로 들어가니 문화공간이 펼쳐진다. 전망대를 비롯해 휴식공간, 레스토랑, 카페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고, 건물 아래는 나무와 꽃이 조화를 이뤄 '숲에 사는 자벌레'의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또한 자벌레안에는 아마추어 예술인들의 작품 전시 공간이 마련돼 있어 문화공간으로서의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자벌레안에선 뚝섬 한강공원으로 바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연결돼 있다. 이길을 따라 내려가니 뚝섬한강공원의 화려한 음악분수대가 공원에 더욱 활기를 불어넣는다.

다양한 음악에 따라 각양각색의 형태로 화려한 분수쇼가 펼쳐지고, 그 옆엔 오월의 신부처럼 화사한 장미정원이 있다. 장미 향기에 취하고 예쁜 꽃잎에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바로 옆에는 자연학습장도 있어 삶의 여유로움까지 만끽 할 수 있다.

한강의 낙조. ⓒ전윤선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광진대교쪽으로 내려간다. 자전거 길과 보행로 두 갈레 길이 있다. 자전거길은 한강 위쪽에 있고 보행로는 한강 바로 아래, 가깝게 한강을 곁에 두고 걸어갈 수 있게 잠실철교까지 이어진다.

한강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고 하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다. 한강에서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은 세월을 낚고. 강물 위엔 윈드서핑을 즐기는 사람들로 그 풍경이 평화롭기 그지없다. 잠실철교엔 전철이 지나가고 올림픽대교 위엔 올림픽을 상장하는 햇불 모양 조각이 한강과 조화를 이룬다.

천천히 걷다보니 잠실철교를 지났다. 철교를 지나니 다시 자전거길과 보행로가 나란히 마주하고 남한강까지 이어진다. 강 주변은 수양버들이 늘어져 있고 그 사이로 흙길이 조성돼 있다. 이 길을 걸으니 내가 놀던 정든 시골길/소달구지 덜컹대던 길/ 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진다. 소달구지 대신 휠체어가 덜컹대는 길.

잠시 쉬어간다. 한강을 배경으로 이 순간을 사진 속에 밀어 넣는다. 덜컹대는 시골길을 걸어 천호대교를 지나 광진 대교로 빠져 나간다.

한강에서 남한강 으로 이어지는 자전거 길. ⓒ전윤선

광진교는 보기에도 아름답다. 대교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해 나무그늘을 만들었고, 그 나무 아래 쉬어갈 수 있는 뮤직벤치도 만들어 놨다. 그 옆을 지나가는데 음악이 흐른다. 앉으면 음악이 흘러나오는 피아노 벤치다. 벤치마다 음악이 나와 광진교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아 놓는다.

공원으로 조성된 광진대교 중간에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이곳에선 한강의 아름다움을 또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다. 한강 북쪽으론 올림픽대교를 비롯해 양 옆으로 잠실벌과 뚝섬지구, 그리고 저 멀리 여의도 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광진교를 지나다 다리 중간에서 화장실을 만났다. 이곳엔 장애인 화장실도 있다. 마침 뱃속엔 근심이 가득 찼는데 이곳에서 근심을 비우기로 했다. 근심을 비우려 변기에 앉으니 한강이 눈앞에 들어온다. 광진교 장애인화장실에서 뱃속 근심을 버리고 한강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마음을 채웠다. 버리고 채울 수 있는 곳, 바로 광진교여서 이 길을 지나는 동안 저절로 웃음을 짓게 된다.

음악이 흐르는 광진교. ⓒ전윤선

광진교를 지나 광나루 한강공원 지구로 들어왔다. 이곳은 뚝섬지구와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우선 배가 고파 식사를 하기로 했다. 한강지구 곳곳에 편의점이 잘 마련돼 있지만 이곳 광나루 지구 편의점도 경사로가 만들어져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메뉴는 다양했다.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라면을 비롯해서 배달음식의 대표선수인 치킨, 어묵, 끓여먹는 라면까지 있다. 라면과 어묵, 찐 계란을 사서 간이 테이블 위에 놓고 먹기 시작했다. 배도 고팠지만 한강을 바라보며 먹는 라면 맛은 일품이다. 안 먹어본 사람은 절대 그 황홀한 맛을 모를 것이다.

한강변 편의점. ⓒ전윤선

식사를 마치고 천천히 광나루 한강공원을 산책한다. 광나루 한강공원엔 인라인스케이트장과 수영장, 그리고 암사수변생태공원이 마련돼 있다.

한강과 가장 가까운 길로 가기로 했다. 주황색으로 변해가는 해는 한강 옆으로 난 빌딩숲 사이로 서서히 떨어지고 있다. 떨어지는 해는 한강에 붉은 물감을 풀어놓고 빌딩숲엔 길게 그림자가 드리운다.

노을 지는 한강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어간다. 한강을 오른쪽으로 끼고 잠실철교까지 가는 길에 강물과 함께 서정이 흐른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 싱그러운 오월의 햇살, 한가롭게 떨어지는 붉은 노을, 모두가 평화를 품고 흐른다.

노을진 한강. ⓒ전윤선

가는 길

-7호선 뚝섬유원지 2번 출구 뚝섬나들목, 3번 출구 자벌레 문화복합공간

-2호선 잠실나루역에서 잠실철교 쪽으로

트레킹 코스

-뚝섬한강공원-->남한강자전길 방향-->잠실대교방향-->잠실철교-->올림픽대교-->천호대교-->광진교-->광나루한강공원-->잠실철교-->2호선 잠실나루역 까지 7키로 남짓

먹거리

-뚝섬한강공원 자벌레 스넥코너, 편의점

-광나루 한강공원 편의점

화장실

-7호선 뚝섬유원지 역/ 한강공원 곳곳에 장애인 화장실이 잘 마련돼 있다.

-광진교 중간 장애인 화장실 강추

문의

-카페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이메일 sun67mm@hanmail.net

광진교 화장실 안에서본 한강. ⓒ전윤선

광진교 전망대. ⓒ전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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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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