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천이 있어야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데, 그 밑천이 없는 사람에게는 밑천을 만드는 방법부터 마련되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없어서는 안 될 주거공간의 마련에 있어 처음에 월세부터 시작한 사람은 매월 월세를 내고 나면 재정적 여유가 별로 없다. 또 월세는 내고 나면 소멸되어 버리므로 새로운 자본을 형성하기가 매우 힘들다.

그러다가 전세자금으로 목돈을 만들면 조금은 재정적 여유도 생기고, 살아가는 희망도 구체적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전세에서 자기소유의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또 다시 한 단계를 넘어야 한다.

돈벌이를 위한 창업도 이렇게 아슬아슬한 위기들을 넘어야 자립이 가능하다. 처음 무일푼에서 소액 자금을 만들고, 다시 몇 단계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밑천을 손에 쥐는 방법을 알아야 손실을 보든, 이익을 내든 그 다음 단계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아무런 담보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밑천을 손에 쥐는가로 정부의 각종 지원제도의 실효성이 중요하다. 250만이 넘는 장애인에게 연간 몇 명에게만 혜택을 주느냐, 아니면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하는가가 핵심인 것이다.

후자를 권리적 접근이라고 말한다면, 전자를 시범사업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시범사업은 본격적인 서비스라 말할 수 없다. 시범사업 수준을 마치 대단한 보편적 서비스인양 홍보하는 것은 대상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며, 그림의 떡일 뿐이다.

1억 원 한도에서 250명에게 대출하여 250억 원이라는 예산으로 지원사업을 한다고 가정하면, 250억 원은 적은 돈이 아니지만 불과 250명에게만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은 250만의 장애인 중 불과 1만 분의 1에 불과하다. 1만 명 당 1명에게만 지원되는 것이므로 대다수 장애인들은 그림의 떡이라 여길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의 이러한 지원사업들의 수혜자는 몇 십 명을 넘지 않는는 것이 현실인데다, 더욱이 장애인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모든 취약계층을 포괄하고 있어 과연 장애인에게 얼마나 기회가 돌아갈 것인가도 의문이다.

이러한 지원사업으로 개인적 효과 사례는 나오겠지만, 전체 취약게층에게 생활안정을 보장하려면 무려 만년이 소요된다. 만년 동안 살아 있을 사람도 없겠지만 수치적으로는 그러하다.

그럼에도 이러한 사업비의 예산이 불용처리되고 남는다는 것은 정부의 성공사례 홍보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심사과정에서 굴욕감을 느낀다거나 제도의 실효성을 의심해 상처받기 싫은 국민들은 제도 자체를 무시하고 산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회를 잘 활용하여 분명 자립에 성공하는 사례들이 나타나므로 구하는 자에게 복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는 빌려주는 것은 대출 또는 융자이고, 무상으로 주는 것을 지원이라고 분명하게 용어가 구분되어 있었으나 어느 때부터인가 융자이건 무상이건 구분 없이 모두 지원사업이라 부르고 있다.

유상으로 빌려주는 것도 혜택이고 지원인 것은 맞지만, 단순히 지원사업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조금은 과장이 들어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사실이다.

지자체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지역 주민의 생업지원을 위하여 저소득 및 영세자영업자 창업과 경영개선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울시에도 ‘서울형 마이크로크레딧’이라고 이런 사업이 있다.

지자체는 이러한 지원사업을 직접 시행하기보다는 전문 수행기관에 용역하여 위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용역절차는 공모를 통하여 지정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서울광역자활센터 등 6개 단체에서 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원 대상은 제도권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및 영세자영업자의 성공창업 및 자립자활 지원을 위한 것이다.

서울시의 담당부서는 경제진흥실 창업소상공인과이다.

현재 영세사업을 하고 있거나 창업을 희망하는 자로서 창업에는 사업자등록을 정식으로 내는 식당 등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소규모 영세사업도 포함된다.

희망자는 서울시에 거주하고 만20세 이상이어야 한다. 그리고 최저생계비의 170%(1인가구: 월소득 94만원, 건강보험료 2만 7천원 기준, 2인가구 : 가구월소득 160만원, 건강보험료 4만 6천원, 3인 가구 : 월소득 200만원, 건강보험료 6만원) 이하의 저소득층이거나, 실직자, 장애인, 여성가장, 새터민, 다문화가정, 다둥이가정,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면 된다.

금리는 연 3%이며, 상환 방법은 1년 거치 4년 분할상환 방식이다.

대출 서비스 종류로는 창업자금지원과 경영개선지원이 있다.

창업자금은 창업한 지 6개월 이전이어야 하며, 물론 신규도 이에 해당한다. 대출 한도는 1500만원을 기본으로 최대 3천만원까지 가능하다.

경영개선자금은 창업한 지 6개월 이상 경과된 자로서 신용등급 6등급 이상은 2천만 원, 7등급 이하는 1천 5백만 원이 대출 가능하다. 신용등급은 은행기관에서 10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상위 등급이 아니면 실제로 은행권에서 대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지원 절차는 서울광역자활센터의 대출 추천서를 받아 서울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에 대한 보증서를 발급받아 금융기관인 우리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된다. 보증증서로 대체하므로 보증인 등은 필요하지 않다.

대출자 중 상환을 하지 못하는 경우 원금 보전을 위하여 어느 정도 이익을 내어야 하므로 은행 입장에서는 일반 생활긴급자금은 다루지 않으며, 반드시 영업을 위한 것이어야만 한다.

보증증권재단에서 증권을 발행할 경우 증권보증율을 0.5%로 하고 있다. 즉 2천만원을 대출받을 경우 1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게 된다.(서울광역자활센터 문의전화: 02-318-4140)

서민의 생활안정을 위한 사업으로 소규모라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개인뿐 아니라 자활공동체도 신청이 가능하므로 자립생활센터와 연관된 공동체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자립생활센터들은 탈시설 운동이나 지역 인권운동, 활동보조 서비스, 상담 등을 주 사업으로 하여 왔으므로 탈시설 또는 탈가족 후 공동체 자립형태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지원 대상자는 금융거래 부적격자인 신불자나 신용회복 기간인 자는 불가능하며, 업종은 부동산업, 도박, 유흥업, 스포츠 업종은 지원이 제외되며, 동일 목적의 타기관 지원과 중복지원이 있으면 제외된다. 지원 확정을 위하여 컨설팅을 받아야 하며, 현장 방문 조사는 심사 과정 뿐 아니라 상환 완료까지는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총액 100억 원 규모로 지원하는 것이므로 그 중 장애인에게 돌아갈 것은 극히 일부일 것이라 짐작되지만, 그래도 최대한 찾아서 활용하지 않으면 그나마 혜택도 무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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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환 칼럼니스트
현재 사단법인 장애인인권센터 회장,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 고용안정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칼럼을 통해서는 아·태 장애인, 장애인운동 현장의 소식을 전하고 특히, 정부 복지정책 등 장애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에 대해 가감 없는 평가와 생각을 내비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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