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안에서 바라본 동해 바닷가. ⓒ전윤선

동해, 말만 들어도 가슴 설레게 하는 이름이다. 필자는 장애인 여러분을 모시고 동해 일대를 여행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먼저, 청량리역에서 정동진 행 무궁화 열차표를 끊는다. 무궁화호 3호 칸엔 전동휠체어가 4대까지 탑승이 가능하나 코레일 전산 상엔 2대밖에 입력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걱정 마시라. 전동휠체어석 2개, 수동휠체어석 2개, 보호자석 1개 이렇게 끊으면 된다.

보호자석은 보호자가 있으면 끊고 없으면 끊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역무원들이 기차표를 알아서 줄 것이다.(간혹 장애인이라고 띄엄띄엄 보는 역무원이 있다. 그럴 땐 정당한 편의 제공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까칠하게 대해야 한다.) 

표를 끊었으니 출발해 볼까나? 강릉행 무궁화호 3호 칸에서부터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기차여행 시작이다.

기차여행의 별미는 역시 '찐 계란과 사이다'다. 이것이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요, 물 없는 사막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2008년부터 무궁화호 내 이동판매대가 없어졌다. 그러니 찐 계란을 꼭 먹어야 갰다는 여행객은 집에서 계란을 쪄서 가져오시든지 청량리역 대합실에서 사이다와 찐 계란을 사가지고 기차에 탑승하면 된다.

08년 4월 이후로 이동판매대를 대신에 4호칸 열차에 '기차카페'가 생겼다. 이 카페를 이용하면 6시간 동안의 기차여행을 더욱 즐겁게 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4호칸 기차카페로 가는 통로가 그리 넓지 않으니 전동 휠을 이용하는 장애인 분들은 승무원에게 도움을 청하면 카페까지 편안히 모셔다 준다.

청량리역 출발, 양평과 용문을 거쳐 간현과 원주, 제천, 영월을 지나 민둥산과 사북, 태백을 지나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역인 '추전역' 과 만나게 된다.

추전역은 강원도 태백시 초입 함백산 중턱에 자리 잡은 간이역이다. 싸리나무가 많다보니 싸리골이라는 뜻의 '추전'(追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배홍배 시인의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철길은 이곳으로 올라오고 다시 이곳으로부터 전국으로 내려가니……."

소박한 간이역인 '추전역'은 겨울철 눈꽃 환성선 열차로만 접근할 수 있다.

강릉으로 가는 기차를 탔으니 이역을 지나갈 것이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간이역만의 고요하고 순박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추전역을 지나면 동해를 향한 다운포스(힘)의 시작점 통리역이다. 열차는 동해를 앞두고 험준한 고갯길을 지나는데 그 끝에 통리재가 있다.

청량리를 출발한 열차는 서쪽 마루로 올라온 뒤 추전역의 정점을 거쳐 태백고원의 동쪽 마루에 있는 태백역에 선다.

통리재는 통리에서 도계역까지를 일컫는다. 이 구간은 도로뿐 아니라 철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험난하기로 유명하다.

통리재에는 여객열차를 위한 정거장은 없고 신호장만 세 곳 있는데, 고개 중간쯤에 심포리역과 '스위치백'으로 유명한 총전역과 나한정역이 있다.

산 위 통리에 기차가 서면 도계읍 시가지가 아래로 굽어보인다. 직선거리는 얼마 안 되지만 435미터의 고도차를 극복하기 위해 30퍼밀(permill)의 내리막길이 무려 17키로미터 길이로 이어져 있다.

기차는 이 길을 살얼음판 걷듯 조심스럽게 천천히 내려간다. 이 길은 기찻길이 계단처럼 층층이 놓여 구불구불 돌며 내려간다. 우리나라 유일의 '스위치백'을 거쳐 후진하면서 내려가기 때문이다.

이 구간을 지나면 도계역이 보인다. 그리고 조금 더 가면 동해역이 곧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자,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동해 여행을 시작한다.

동해역 기차에서 내려 역 앞 버스정류장에서 3-1번 시내버스를 타고 북평장으로 간다. 3-1번 시내버스는 저상버스여서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이 승차 가능하다. 요금은 1천원이다.

혹은 북평장까지는 굳이 버스를 타지 않고 전동휠로 걸어서 가기에도 충분한 거리다. 겨울에 너무 추울 때나 걸어서 가면 땀띠가 날 염려가 있는 한 여름에는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좋다.

동해의 유명한 전통 재래시장 북평장이 열리는 3일과 8일에 맞춰 여행을 하면 님도 보고 뽕도 따고 일석이조의 값진 여행이 될 것이다.

북평장에는 인근 해안에서 잡아온 싱싱한 어물전과 주변 내륙에서 재배한 농산물로 시장은 북새통을 이룬다. 그리고 북평장에서 맛있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오일장에서만 맛보는 강원도 향토음식인 메밀전병과 메밀칼국수, 막걸리 등 고향의 정을 듬뿍 느끼며 맛볼수 있고 가격또한 무지막지하게 착한 가격 2천 5백원에서 3천원선이다.

북평장에서 허기도 채우고 장을 둘러보는데 어물전 좌판을 벌여놓은 아낙이 부른다.

“예쁜 언니~! 여기서 맛있는 노가리 사가세요. 많이 드릴께요.”

“노가리가 얼마인데요?”

“한 무더기에 만원, 예쁜 언니들이 장구경 나오셨군요. 근데 어디서 오셨나요?”

“서울서 왔어요. 북평장과 추암 동해 여행 온 거예요.”

“뭐 타고 왔어요?”

“기차타고 왔지요.”

“요즘은 동해에도 저상버스도 생겨서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장날이면 많이들 나오셔요.”

“자~많이 드릴게요. 덤으로 도루목 말린 것도 한바구니 드릴게요.”

“우와~ 이렇게나 많이 주시면 남는 게 뭐 있어요. 너무 많이 주시는 것 아닌가요?”

“괜찮아요. 멀리서 왔는데, 북평장엔 인심이 후하답니다.”

비닐봉지 가득 노가리와 말린 도루묵 등 시골 장에서 주는 후한 인심도 가득 담아간다.

북평장엔 도시에선 볼 수 없는 볼거리도 가득하다. 시골장터에서만 보는 쟁기, 낫, 호미 등 농사를 짓는 도구들도 가득하고, 어미젖을 갓 뗀 강아지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풍경이 정겹기 그지없다.

북평장을 구경했으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첫 소절에 나오는 추암해수욕장으로 걸어가 본다. 북평장에서 추암까진 걸어서 2키로 남짓, 가는 길이 호젓하고 자연과 교감할 수 있어 발걸음이 가볍다. 30분 남짓 전동 휠로 걸어가니 기찻길 밑 터널 속으로 추암해수욕장, 그리고 촛대바위가 있는 곳 이라는 글자와 사진이 선명하다.

추암은 동해시와 삼척시 경계 해안을 중심으로 하여 동해안의 삼해금강이라고도 불리우는 곳으로 현재 근린공원을 조성 추진 중이며, '97한국관광공사의 겨울철 가볼만한곳 10선'에 선정되기도 한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이다.

추암해수욕장은 전동 휠로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조각공원엔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해변은 작고 아담하다.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름 없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추암해변 동쪽 작은 산 밑엔 드라마 겨울연가 주인공이 머물고 간 빨간색지붕의 민박집이 보인다. 지금은 민박집과 카페를 함께 겸하고 있어 카페에서 진한 커피한잔을 시켜놓고 바다와 조우하며 관조하는 것도 꽤 괜찮은 시간이 될 것이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고가도 괜찮지만 다시 북평으로 나와 버스를 타고 묵호역으로 간다. 버스가 묵호역을 지나가니 편안한 숙소를 찾아 묵호까지 가는 것이다.

묵호엔 장애인이 운영하는 숙박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 있다. '바다마을'이란 숙박시설인데 척수장애인이 운영하는 곳이어서 가격도 저렴하다. 평일 3만 원 선.

묵호에 왔으니 묵호어판장에서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동해산 횟감을 맛보지 않을 수 없다. 3만원이면 그 날 잡아 올린 활어를 실컷 먹을 수 있다.

바다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고 나면 묵호의 명물 묵호등대를 보고 가야 눈이 짓무르지 않는다.

묵호 등대에서 바라보는 동해바다는 아득하고 아득하여 그리움이 사무친다. 늘 바다를 꿈꾸고 바다를 그리워하며 도시인의 삶을 살아가지만 기억 저편과 태고 때부터 진화돼 온 몸뚱이는 자연과 교감하며 살길 원하고 있다.

등대는 바다를 향하고 난 등대를 바라다본다. 그리고 등대가 바라보는 파란 동해바다를 한참동안 넋을 놓고 바라본다. 그렇게 오전의 한가한 시간이 빠르게 흐르고 있다.

오후, 바다를 오른쪽으로 끼고 망상까지 걸어가 본다. 3키로 남짓한 바닷길은 군데군데 널어 놓은 건어물들이 그물망에 가득하고, 빨래를 대신해 오징어와 이름 모를 생선이 빨랫줄에 널어져 해풍을 그대로 맞고 있다.

망상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은 해변 순환도로를 따라 바다를 감상하면서 가면 좋다. 드라이브 코스와 횟집타운의 싱싱한 먹거리로 유명한 어달해수욕장, 이곳 해안도로는 경치가 좋아 '일출로'라는 이름이 붙었다.

묵호·어달 회타운은 어촌 풍경이 한눈에 느껴지는 곳으로 도시풍의 카페와 어우러진 해안을 따라 2Km가량 횟집들이 즐비하게 자리하고 있으며, 묵호항과 대진 항을 연결하는 해안의 횟집명소거리는 2006년 2월 강원도로부터 '아름다운 간판'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관광명소 거리로 거듭나고 있다.

해안선을 따라 3Km 남짓 걸어가니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백사장과 맑고 얕은 수심의 전국 제 1의 청정수역을 자랑하는 망상해수욕장이 가슴 속까지 시원함이 느껴지게 한다.

울창한 산림을 뒤로 하고 해안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깨끗한 백사장 은빛모래를 밟으며 드넓은 수평선을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밀려오는 해풍에 가슴이 열리고 동해의 넉넉한 품에 포근히 안기게 된다. 

□어떻게 가나

o 승 용 차 : 동해시청 ⇒ 어달해수욕장(4㎞, 8분 소요)

o 시외버스 : 동서울 ⇒ 시외버스터미널 (1일, 11회 1시간 간격, 4시간소요)

o 고속버스 : 서울(강남, 동서울) ⇒ 동해시(1일 22회, 3시간30분)

o 철 도 : 청량리⇒동해역/묵호역/망상역(1일4회, 6시간소요), 장애할인적용 왕복 1인 2만 1천원

o 시내버스 : 동해여객 3-1번 1천원 오후 7시까지 저상버스 운행

□무엇을 먹나

o 북평 5일장(3.8일)에 맞춰 여행하면 메밀 전병 3천원, 메밀묵, 잔치국수, 막걸리 등 2천5백~3천원 선

o 추암해수욕장 겨울연가 촬영 민박 빨간지붕 커피숍, 5천원

o 묵호항 어판장 싱싱한 활어 3만원이면 골고루 배부르게 먹는다

□어디서 자나

o 바다마을 민박에 넓은 객실과 편의시설 잘 갖춰져 있다. 객실요금 6만원부터,

전화(010-6373-8505)로 예약 가능

기차여행의 즐거움은 슬로우 여행

http://cafe.daum.net/travelwheelch

다음카페-휠체어배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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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윤선 칼럼니스트
여행은 자신의 삶을 일시적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지만 일상을 벗어나 여행이 주는 해방감은 평등해야 한다. 물리적 환경에 접근성을 높이고 인식의 장벽을 걷어내며 꼼꼼하고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돈 쓰며 차별받지 않는 여행, 소비자로서 존중받는 여행은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모두를 위한 관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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